KERIS 디지털교과서 효과성 조사 결과 ‘의미없음’ 평균 78.00%, 올해도 세종시 스마트교육 예산 82억 편성
디지털기기와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현대의 10대와 20대를 디지털세대라고들 한다. 이들은 컴퓨터,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즐기고 휴대폰을 휴대하고 다니며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 등 기존 세대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학습자들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교육시스템으로 스마트교육이 주목받고 있
다.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이 익숙한 새로운 학습자에게는 스마트교육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2011년에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스마트교육 보급을 추진했고 현재 스마트교육의실험장으로서 세종시교육청에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 세종시 한솔 고등학교의 경우 교실마다 72인치 3D 전자칠판과 교탁, 보드 및 무선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고 학생들은 개개인별로 보급 받은 태블릿PC로 교사와 소통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올해도 스마트교육 예산만으로 80억 가량을 지원받았다. 지난 2월에는 스마트교육학회도 창립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스마트교육은 시대의 흐름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과는 달리, 스마트교육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기독교 교사 단체 좋은교사운동본부(이하 좋은교사)는 2011년 6월에 교과부가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을 발표한 이후 7월부터 정부 주도의 스마트교육에 대해 비판을 제기해 왔다.
△ 스마트교육의 뿌리,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정보화 사업
문경민 좋은교사 정책위원은 “스마트교육은 없던 것이 새로 생긴 게 아니다. 스마트교육은 그동안 해왔던 사이버가정학습, E-교과서 등의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의 총합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스마트교육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은 1995년에 처음 시행되어 5년마다 교육정보화 발전 방향을 수립해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이를 통해 교수학습 교육정보화 사업은 1996년 부터 2011년까지 E-교과서, 에듀넷, 사이버가정학습, EBSi, 에듀파인, 업무관리시스템 제작 등의 결과를 내놓았다. 이와 같은 교육정보화 사업의 결과물 중 에듀파인, 업무관리시스템 등은 학교 교육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교육 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그러나 에듀넷과 사이버가정학습, E-교과서의 경우 투자 예산 대비 낮은 현장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에듀넷의 경우 이미 언론을 통해 교사들의 활용도가 매우 떨어짐이 수차례 드러난 적이 있으나 이미 30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이후였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사이버가정학습은, 초등학생의 이용률은 30%, 중·고등학생의 이용률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같이 사이버가정학습이 10여 년 째 낮은 이용률을 보임에도 아직도 학생과 교사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매해 150억에서 300억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E-교과서는 2011년에만 380억원을 들여 3000만장에 달하는 CD와 CD케이스를 버린 사업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문경민 정책위원은 “스마트교육이 자생력이 없어 실패한 교육정보화 사업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며 “정부는 실패한 사업에 대해 반성하고 수요 없는 사업을 억지로 유지하려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 디지털교과서, ‘의미없음’?
이와 같이 그 뿌리부터 논란이 되는 스마트교육의 핵심 사업은 디지털교과서다.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 내용을 디지털화하여 전자매체에 수록하고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내용을 읽고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교과부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준비했고 이는 2011년 6월에 발표한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에서도 핵심 사업으로서 교육 현장에 전면 적용하도록 했다. 교과부는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에 따라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보급화 할 경우 책가방이 가벼워짐은 물론, 사진, 동영상 등의 다양한 자료로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언제 어디서나 학습이 가능하며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는 등의 이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좋은교사에 따르면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그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교과서가 주는 여러 혜택에 앞서 애초에 학습자에게 긍정적 효과를 주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2008년부터 4년간 스마트교육연구학교에서 연구한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운영 및 효과성 검증 연구’(이하 교과부 보고서)를 통해 ▲학업성취도 ▲교과
태도 ▲문제해결력 ▲자기주도적학습 ▲학습몰입 5개 영역에서 학습자가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유의미한 학습 효과를 얻는지를 분석한 바 있다. 교과부는 이를 통해 디지털교과서가 학습자의 학습동기, 흥미, 성취도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과부의 이러한 분석은 신뢰하기 어려워 보인다. 교과부의 연구학교에서 조사한 항목 중 학습몰입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영역에서 ‘의미없음’의 비율이
7~90%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같은 분야를 연구한 한국교육학술정보
원(KERIS)의 보고서 결과와 수치가 크게 달라 신빙성이 떨어진다. 교과부 보고서와 KERIS 보고서의 각 개별 영역을 총합한 수치는 위의 표와 같다. 이에 대해 문경민 좋은교사 정책위원은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이 정말 학습효과를 보는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교과부가 진행한 실험 자체도 의심스럽다. 교과부의 연구 대부분은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초등학교는 연구에 있어 어떻게는 좋은 효과를 내려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교과부의 연구학교 사업은 초등학교 129곳, 중학교 11곳, 특수학교 1곳에서 이루어 졌다.
스마트교육의 콘텐츠를 채우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엿보인다. 문경민 정책위원은 “교과부가 2011년 6월의 스마트교육추진 전략과 10월의 스마트교육실행계획에서 제시한 콘텐츠 대책은 추상, 모호하여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라며 “그나마 기대되
는 것은 클라우드 기반 조성 정보화 전략계획(ISP)이다”라고 답했다. ISP는 학생과
교사가 사용하는 개별 플랫폼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스마트교육 콘텐츠를 보급할 구체적인 대책으로 주목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경민 정책위원은 “ISP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정부뿐만이 아니라 민간 기업도 있다. 교육콘텐츠 생태계에 민간기업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라고 답했다.
△ 스마트교육을 좇을 때가 아니다
이와 같이 검증되지 않은 스마트교육 사업을 위해 올해 세종시교육청에만 83억의
예산이 할당되었다. 이 중 98%는 학생 1인당 태블릿PC 1개를 마련해주고 6개 학교의 스마트시스템을 유지해주는 등의 기본 인프라 구축에 사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정황으로 보아 스마트교육에 엄청난 예산을 투여했음에도 뚜렷한 성과는 관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문경민 정책위원은 스마트교육의 한계점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스마
트교육이 적절한 쓰임새에 사용된다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교육은 학교폭력, 구조적 입시문제 등 학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스마트교육은 교육의 거시적 방향을 제시해주는 게 아니라 도구적 기능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교육에서 태블릿PC를 빼고 좋은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 보급한다면 스마트교육은 실현 가능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