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을 경악케 한 극악무도한 아동성폭행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거실에서 자고 있던 7살 여아를 이불 채로 납치해 성폭행 한 뒤 도주했다는 고종석 사건이 아동성범죄에 관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언론은 앞 다퉈 관련 기사와 사설을 게재하고 국회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일부 개정 법률안이 9월 한 달만 13개가 발의됐다. 그러나 이 많은 논의들은 논의에서 그칠 뿐, 아동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여론은 가해자의 처벌에 격한 반응을 보인다. OECD 국가 34개국 중 아동 성범죄 발생건수가 세계 4위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약한 형량,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형량감량사유로 인정해주는 제도에 불만인 것이다. 극악무도한 아동성범죄자들에게 어찌 ‘솜방망이’ 처벌을 하냐며 판사의 딸이 성폭행을 당해봐야 한다는 저주를 퍼붓는 네티즌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아동성범죄자들은 대개 대인관계에 서툴고 성생활에 취약한, 콤플렉스가 강한 소아기호증(pedophilia) 환자다. 그들은 피해자도 관계를 즐긴다는 식의 인지적 왜곡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그들은 피해자에 공감하지 못하고 그 결과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소아기호증자의 재범률은 일반 성범죄자들의 재범률보다 3배가 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듯 콤플렉스로 무장된, 소아기호적 성충동을 가진 성범죄자들을 보다 전문적으로 치료해줌으로서 갱생시켜야만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기타 범죄보다 특수한 아동성범죄의 경우 가해자들의 공감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들에게 공감능력을 길러주고, 왜곡된 성 관념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교정치료 시간이 100시간에 불과한데다(외국의 경우 최대 5년) 보호관찰제도 역시 보호관찰관 1인당 평균 160명을 관리하는 등 그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관련 전문가 역시 손에 꼽을 정도이며 더 교육시키려는 노력 역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여성·아동성범죄를 관리하는 부처는 제각각이어서 아동성범죄자들에 관한 기초 데이터마저 부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처벌과 치료가 이루어 질리가 만무하다.
   우리는 피해자의 치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신·육체적으로 일반 성범죄 피해자보다 몇 배로 혼란스럽고 괴로울 아동성범죄 피해자들은 잘못된 성관념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그 가족 역시 2차 피해로 인해 정신적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아동성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을 상대로 한 가족 상담과 피해자 복지 및 치료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지원은 피해자 및 가족들에 대한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상담시설 등에 요청하는 수준에 불과해, 피해 아동이 중·장기적으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해자 처벌과 재활치료, 피해자 복지 및 치료는 모두 중요하다. 이제는 그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여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관심이 시들해졌고 아무리 좋은 법률안이 나온다 한들 분산된 부처와 기초 데이터의 부족, 전문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그 안이 제대로 시행될 것 같지 않다. 특히 가해자의 갱생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전문가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피해자는 뒤로 남겨져 때때로 언론에 보도되면 안타까움을 자아낼 뿐, 그 자신은 끝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제2, 제3의 나영이가 계속해서 나오는 까닭이다. 아동성범죄는 피해자에게는 극심한 트라우마를 안기고, 가해자는 이미 병적인 성적도착증에 시달리던 환자라는 점에서 특수한 범죄이다.
   이 특수성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는 분산된 부처부터 통합시키고 전문가를 양성하여 교정치료를 활용하는 등 재범을 방지할 재활치료를 위해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는 국가 차원에서 일시적인 치료가 아닌 꾸준한 치료를 지원해줘야 한다. 후유증으로 울고 있는 아이들과 성도착증 환자인 가해자는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겨내기 힘들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우리의 관심이 없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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