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도안은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 동식물 또는 문화유산 등으로 선정된다. 여러분이 이용하는 화폐 또한 마찬가지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2007년 새로운 만원권 지폐를 출시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만원권 지폐에 다수의 천문학 이야기들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몇 가지나 찾을 수 있겠는가?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10월 9일 한글날이 되면 생각나는 분인 세종대왕을 만원권 지폐를 통해서 평소에 자주 만날 수 있다. 잠시 지갑 속 만원권 지폐를 꺼내 살펴보기로 하자. 역시 조선 제 4대 왕 세종대왕의 위엄 있는 초상이 가장 눈에 띄게 확인된다. 세종대왕의 초상은 충북의 명인 인고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작품이다.
   한글날을 기념하여 세종대왕의 성덕과 한글의 우수성을 되새겨보게 된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엔 세종대왕 초상의 배경을 살펴보자.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또는 일월 오악도(日月五岳圖)라고 불리어지는 병풍 그림이 있다.
한자를 풀어 보면 오른쪽 붉은 색의 해, 왼쪽 흰색의 달, 그리고 다섯 봉우리의 산으로 오행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나타내고 있다. 오행성에 대한 관측 기록은 오랜 역사를 갖는다. 오행성과 관련한 관찰로 가장 오래된 기록은 8세기경에 편찬된 단기 고사의 단군조선 역사이다. 제 13대 흘달 단군 50년에 해가 진 후 다섯 천체의 결집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는 모의실험결과 기원전 1734년경 초저녁 일렬로 배열된 오행성의 기록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단군조선이 신화가 아닌 실존 역사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제 지폐를 뒤집어 뒷면을 보면, 왼쪽에 혼천시계가 보인다. 종종 혼천의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데 혼천의는 조선 세종 때 중국에서 도입된 천체관측기기구로 해와 달, 오행성의 위치를 측정하는 데에만 사용 되었다. 이 혼천시계는 구조적으로 중심에 눈금이 새겨진 둥근 지구의와 지구의를 가로지르는 회전축의 끝에 있는 톱니바퀴로 구분할 수 있으며, 혼천의와 시간을 알려주는 시보, 자명장치를 결합한 천문기구로 이해하면 되겠다. 혼천시계는 조선 현종 10년인 1666년 송이영이 추의 주기운동으로 톱니바퀴를 돌려 작동하는 진자시계였다. 상자형태의 시계장치가 표현되지 않은 혼천시계의 일부의 모습이 현 지폐의 도안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계획하고 활용하는 것이 일의 생산성에서 부터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데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오른쪽에는 경상북도 영천시 보현산 해발고도 1,124미터에 위치한 보현산 1.8미터 광학 반사망원경이 있다. 1996년 4월 완공된 보현산 천문대는 천문 연구용 가시광 CCD카메라와 2003년 한국천문연구원이 자체 제작한 고분산에셜분광기(BOES) 그리고 근적외선 CCD(KASINICS)를 이용한 천체 관측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망원경들에 비해 큰 구경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대기 상황에서 관측가능한 일수를 고려해 본다면 이해 할 만할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이 현재 국제적 공동제작에 참여중인 거대마젤란망원경은 앞으로 10여년 후 칠레 해발 5000미터 고도에 완공 될 30미터급 망원경이다. 커진 구경만큼 우주에 대한 이해의 확대가 기대 된다. 마지막으로 배경에 보이는 작은 점들은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이다.
   한자를 풀이해 보면 밤 하늘의 모습을 지상의 땅에 비유하여 영역을 나누어 그린 그림에 해당한다. 조선 건국의 당위성과 권위를 표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우리 나라의 위도에서 지지 않는 별들인 주극성이 보이는 영역, 출몰성이 나타나는 영역을 나누어 3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 달의 상변화에 근거한 28수로 방사방향으로 영역을 나누고, 총 293개의 별자리가 표현 되어있다.
   가로 122.8cm, 세로 200.9cm. 크기의 흑요석에 그려졌으며, 최초의 천문도인 중국의 순우천문도에 비해 별의 밝기 정도를 고려하여 크기를 달리하여 정교하게 표현한 것이 중요하다. 맑은 밤 하늘을 바라보면 그리스 로마신화를 바탕으로 한 별 자리가 먼저 생각나겠지만, 우리의 전통 있는 옛 별자리로 부터 우리 조상의 슬기로움을 배울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우리가 항상 소지하고 사용하는 만원권 화폐의 도안에서 여러 천문학적 사실들을 알아보았다. 다양한 화폐에서는 어떠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다시 자세히 살펴 볼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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