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인도의 타지마할이나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에 대해 잘 알 것이다. 각각 ‘왕과 왕비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니 ‘서양이 발견한 동양의 기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교과서 설명인데 그것이 인도와 캄보디아를 각각 오랫동안 지배한 영국이나 프랑스의 교과서에 나오는 설명과 같다는 점을 알면 우리의 교과서 수준이 선진국과 같다는 이유에서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그 어디에서도 그 지배가 부당한 침략이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점에 분노해야 할까? 일본에서 한반도를 지배한 것을 정당한 것이라고 말하듯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인도와 캄보디아에 대해 말한다고 해도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비판하는 우리는 영국과 프랑스의 침략에 대해 비판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밖에도 우리가 인도나 캄보디아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일까? 적어도 인도에 대해서는 카스트라는 계급제도를 매우 야만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도 계급제도는 있었고 특히 노예는 인도에서보다 더욱 야만적이었으나 교과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서양 사상의 아버지라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도 노예제를 인정했고 기독교도 19세기까지 노예제를 수긍한 것에 대해 교과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반면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18세기 영국의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굳어졌고 그 전에는 서양 사회처럼 사회적 이동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원적인 사회 집단이 서로의 차이를 승인하면서 평등한 입장에서 협력하기 위한 문화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이는 특히 최근의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이나 프랑스는 타지마할이나 앙코르 와트처럼 카스트 등을 야만적인 것으로 선전하여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했다. 우리는 일본인들이 우리에 대해서도 그런 짓을 한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우리가 일제 식민지사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서양의 식민지사관에는 마냥 젖어 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인도에 대한 교과서 이미지 중에 타지마할 이상으로 유명한 것이 갠지스 강변의 목욕이나 화장 또는 나체의 고행자들이리라.
   수억 인도인의 수 만 가지 삶 중에서 그러한 기이하고 야만적인 것만이 인도의 삶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교과서는 참으로 편견에 찬 것이 아닐 수 없는데 이 역시 서양인들이나 그들을 모방한 일본인들이 조작한 인도 이미지를 우리가 다시 답습하는 것이다. 나아가 더욱 심각하게는 그것이 여행 상품만이 아니라 소설이나 종교서나 수양서 등 각종 문화 상품에서도 변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도를 영혼의 나라이니 뭐니 하며 신비화하는 소설이나 시나 사이비 철학서가 인기를 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내용이 없는 혹세미문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인도의 현실은 대단히 가난하고 비참하며 그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인도인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진심으로 인도를 위하는 길은 그런 현실을 알고 그 극복의 노력을 돕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리엔탈리즘에 젖은 교과서와 교육부터 바꾸어야 한다. <바가바드기타> 등의 전문적인 서적에서도 이런 문제는 나온다. 그 저자 중의 한 사람인 함석헌은 한국의 간디라고도 불리지만 카스트 제도는 계급제라고 비판하면서 기독교적인 요소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인도 이미지에 비해 중동의 이슬람에 대한 교과서나 일반의 이미지는 대단히 호전적이고 폭력적이며 부정적이다. 이는 서양과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서양 문명에 대한 중요한 이미지 중 하나가 과학문명인데 그것 못지않게 이슬람 과학문명이 꽃피었고 특히 서양 과학문명이 이슬람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그래서 서양은 과학적이고 동양은 비과학적이라고 하는 오리엔탈리즘적 등식이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각인된다. 나아가 교과서에서 아예 배제되는 유목 민족이나 페르시아 등에 대해서는 알 수조차 없고 그들이 서양 영화 등에서 다루어지는 경우에는 영화 <300>에서처럼 그야말로 야만의 전형으로 표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지식을 갖게 되고 그 지식은 평생을 지배한다. 특히 교과서 중심의 획일주의 수험 교육이 지배적인 한국에서는 교사와 교과서가 절대적이다. 만약 교사와 교과서가 오리엔탈리즘에 젖어 있다면 학생은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의 교과서나 수업을 보면 거의 대부분 서양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지 비서양에 대한 것은 거의 없지 않은가? 음악실에 걸려있던 위대한 작곡가들은 모두 서양인이 아닌가? 어려서부터 받은 음악 공부는 대부분 서양 악기 중심이 아닌가? 음악만이 아니라 각종 예술이나 학문이 모두 그렇지 않은가? 물론 국문학이나 국사나 국악 등의 분야에서는 우리 것을 가르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문화에 차지하는 중요도는 어느 정도일까? 문화의 대부분은 도리어 서양 것이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이유는 서양문화가 동양문화 등 비서양 문화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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