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불고 있다. Mnet의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MBC의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SBS의 일요일이 좋다- K팝 스타, Mnet의 보이스 코리아 등 케이블TV와 지상파를 구분하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슈퍼스타K 시즌4 같은 경우 케이블 TV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를 제치고 6주 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후죽순처럼 우리 사회에 생겨나가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즌1이 끝나면 시즌2로 시즌2가 끝나면 시즌3으로 계속된다.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승자는 웃고 패자는 운다. 시청자는 TOP10이 누구인지 TOP5 최종 확정자는 누구인지에 열광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슈퍼스타K 시즌4 TOP10 스포일러가 떠돌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일명 악마의 편집이라고 해서 도전자의 승패가 갈리는 시점에서 방송이 끝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미칠 노릇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도전자가 누구인지, 누가 누구를 이겼는지 알기위해 1주일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이겼고 누가 떨어졌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무슨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는 어땠으며 보완해야할 것이 있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오디션 특성상 경쟁이 불가피해서 탈락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의 탈락을 조명하기보다는 무슨 노래를 불렀고 이것은 좋았는데 저것이 좋지 못했다,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여러 과목을 모두 ‘실수 없이’잘해야 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교육은 물론 공교육까지 수능을 위한 공부가 주가 된다.
수능은 하루 동안에 치러지는 1교시, 2교시, 3교시, 4교시 시험 모두 잘 치러야 한다. 서울대 입학을 위해서는 5교시 시험까지 잘 치러야 한다. 공부를 잘해오던 아이도 수능 1교시 시험에서 삐끗하면 패배자가 된다. 12년간 흘려온 피와 땀은 자신에게 득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수능 성적 낮은’ 학생이다.
수능이 끝난 고3 교실을 보면 기뻐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시무룩한 학생도 있다. 기숙학원을 알아보고 자신이 공부해왔던 책을 버리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경쟁에서 패배하여 또 다시 경쟁을 하려는 학생들이다. 학생에게 기대했던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은 아이는 소외되고 기대했던 대로 혹은 기대 이상으로 성적이 나온 학생에게 시선이 돌아간다.
전자의 학생들이 공부를 못해서 수능점수가 낮은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잘해오던 학생들이 잠깐의 실수로 수능 점수가 하락한 것이다. 슈퍼스타K 우승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 슈퍼스타K TOP5 관문을 넘지 못하면 끝인 것처럼 수능도 학생이 충분한 실력을 갖춰도 여러 과목 중 하나를 실수하면 실력은 소용이 없어진다. 우리 사회의 풍조가 경쟁을 강조하는 만큼 모든 관문을 넘은 사람이 주목받는다.
물론 수능 외에 입학사정관제 같이 학생이 살아온 과정, 공부해온 과정을 주목하는 입시제도가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로 하루 만에 지금 학생의 열정과 노력을 평가하기엔 역시나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 입학사정관제를 잘 보완하여 입학사정관제의 본 취지를 잘 살려서 경쟁의 결과만을 보지 말고 경쟁을 위해 얼마나 열정을 갖고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경쟁에서 누가 이겼냐가 아닌 얼마나 열심히 준비해왔느냐에 관심을 둬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세분화, 다양화된 사회다.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고 흥미 있는 것이 있다. 그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그의 패배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다원화되고 세분화된 사회에서는 자신의 실력을 실수 없이 보여준 한명의 슈퍼스타보다 실수가 있었지만 노력하는 여러 명의 스타가 훨씬 빛난다.
- 기자명 김종주 기자
- 입력 2017.06.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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