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부분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필요해
발행 : 2014. 4. 21
지난 1일 ‘SBS 현장 21’에서 다룬 ‘신입생 잡는 대학 군기’ 부분에 우리학교 체육교육과의 군기문화가 방송됐다. 이로 인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우리학교의 이름이 오르기도 했으며, 청람광장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 사실에 기초했지만 과장된 것도 있어
약 25분 정도의 방영 분량 중 우리학교와 관련된 부분은 13분 정도로 내용의 반 이상이 할애돼 있었으며, 다른 대학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우리학교의 이름만이 여과 없이 방송돼 누리꾼 질타의 집중 대상이 됐다. 방송된 군기문화는 ▲선배의 욕설 ▲집합 ▲신고식 ▲술자리 강요 ▲폭행 ▲외출·외박 통제 ▲휴대폰 검사 ▲복장 규제 등이었다. ‘현장 21’이 방영된 후 체육교육과에서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영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 조사’에 따르면 100바퀴 전력질주, 집단적인 휴대폰 검사는 과장된 것이며 재연 영상 또한 본래 사실과는 다르게 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익명의 체육교육과 14학번 학우는 “확실히 자극적이게 편집한 부분이 있지만, 앞뒤가 잘렸을 뿐 사실이 아닌 것은 없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방영 이전 군기문화 개선 노력 있었나
체육교육과에는 ‘3월 운동’이라는 훈련이 존재하는데 이는 신입생의 기초 체력을 증진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특기생을 뽑지 않는 체육교육과의 전형상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경래(체육교육) 교수는 “1학년들의 면담 결과 3월 운동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아 중단했다. 이외에도 선배들로부터의 강압이 있다면 언제든 와서 말하라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 노력해오던 것이 TV방영으로 인해 드러나지 않아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의 체육교육과 13학번 학우는 “작년보다 올해 들어 많이 유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입생 입장에서 본다면 많이 불합리하다고 느꼈을 것이다”며 “군기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그 정도가 완화됐을 뿐이지 근본적인 개선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대책위 구성과 설문조사
방영 내용이 논란이 되자 2일에는 체육교육과 교수 일동의 사과문이 게재됐으며, 3일에는 ‘SBS보도 체육교육과 내 학생문화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구성돼 기존 군기문화의 해소 대책과 앞으로의 향방을 의논하기로 결정했다. 대책위는 ▲부총장 ▲교학처장 ▲기획처장 ▲4대학장 ▲사도교육원장 ▲사도교육원 상담부장·생활교육부장 ▲학생지원과장으로 구성됐다. 대책위는 지난 8일 체육교육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방영 내용의 사실 여부 확인과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앞으로의 대응책으로 ▲학생문화 가이드라인 안내 ▲학생행사 개선(신입생 OT, 대면식 등) ▲매 학년도 초 학생지도 강화 및 학생문화 모니터링 체제 구축 ▲재학생 전체 설문조사 실시 ▲체육교육과 내 학생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평가 등을 채택해 실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익명의 1대학 학우는 “체육교육과 내 악습의 개선을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데, 결국 재학생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 때문에 쉽게 바뀔 것 같진 않다”며 “적절한 외부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대책위의 대응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 같진 않다”고 답했다.
◇ 체육교육과의 대응
방송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은 현재 교내봉사와 함께 사도교육원에서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체육교육과는 이번 학기 예정돼있던 정기발표회, 연합엠티, 부운동 등의 단체 활동을 연기했다. 이에 대해 김경래 교수는 “단체 활동을 강행하면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질 우려가 있어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학과행사가 전면 연기된 것에 대해 익명의 체육교육과 13학번 학우는 “체육교육과는 다른 과 보다 운동부 활동으로 선배와 접촉할 기회가 더 많다. 그런데 부운동이 중지되면서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신입생과 재학생이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지 못해 전반적인 오해가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기존 학과장과 학생회장, 학생회 운영진이 물러나고 5월 1일부로 새롭게 구성될 예정이다.
체육교육과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개별 특성과 적응 기간을 고려한 맞춤식 운동 프로그램 수립 ▲학년에 따른 액세서리 착용 제한 금지 ▲주말 행사 전면 금지 ▲언어 순화 교육 프로그램 ▲학과 차원의 개인 사생활 보호 대책 마련 및 실천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더 효과적인 대책 고민해야
이번 체육교육과 군기 문화의 TV방영과 관련해 학생지원과는 “당시 SBS에서 취재를 할 때 이런 식의 보도를 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방송에 우리학교만 이름이 거론돼 우리학교 전체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것에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더 문제가 되는 대학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취재를 못하고, 우리학교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권한솔(역사교육·12) 학우는 “규모가 크든 작든 지성인들이 공부를 하려고 모인 대학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인데, 먼저 매 맞았다고 억울해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책위의 대응 방안은 체육교육과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보다 문제가 된 군기 문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체육교육과 내 신입생과 재학생 간 만남을 통한 관계 개선이 중심이 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의 체육교육과 13학번 학우는 “서로 간 만남이 부재했던 것은 다소 격양된 분위기 속에서 만났을 때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라며 “21일에 실습생 환송회라는 이름으로 1학년이 참가하는 공식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체육교육과 14학번 학우는 “대책위에서 하는 하향식 개선 방안은 아무래도 반감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선배들과의 관계 개선이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