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4. 3. 17.

  '뜨겁게, 차갑게, 그대의 것(Hot, Cool, Yours!)'이라는 구호를 표방하며 약 보름 동안 러시아의 휴양 도시 소치에서 치러진 2014 동계올림픽은 우리 국민에게 많은 감동과 기쁨, 아쉬움을 주고 막을 내렸다. 88개국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참가단과 12개 세부종목의 추가 등으로 소치올림픽은 이전의 올림픽에 비해 외형적으로 명확한 성장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는 모두 15개 종목 중 13개 종목에 71명의 역대 최대 규모 선수단이 참가해 금 3, 은 3, 동 2개를 획득하며 종합 13위로 마감했다. 선전한 모든 선수와 임원들에게 진심으로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번 소치올림픽을 통해 아쉬움을 넘어 적잖은 울분과 분노를 맛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고국의 품을 버리고 러시아로 귀화해 쇼트트랙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안현수 선수를 보며 우리 국민은 더욱 공허하고 쓰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은 단지 '그가 있었다면 금메달 몇 개를 더 얻을 수 있었을 텐데'와 같은 메달 실적에 대한 산술적 수치의 감소에서 비롯된 아쉬움이 아니다. '빅토르 안'이라는 쇼트트랙 영웅의 탄생을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안고 있었던 불합리와 모순의 일면을 재조명하게 됨으로써 느끼게 되는 실망과 분노다. 지엽적인 파벌과 불합리가 선수는 물론 국민에게 얼마나 큰 실망과 상처를 주는지 대한체육회 및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명확하게 인식하고 깊이 자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개최국 러시아의 올림픽 정신 실천 수준에서도 아쉬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로서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한다. 때문에 대회의 운영이나 진행은 이러한 올림픽 정신을 존중해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통해 심판 판정에 불합리와 비원칙이 내재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개최국의 작은 이익을 위해 위대한 올림픽 정신을 손상시킨 것이다. 이것은 비단 심판 몇몇의 부조리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조직위원회의 총체적 무능으로 비난받아야 할 것이다. 올림픽의 신성함에 애국주의 또는 국가주의의 교묘한 편승은 올림픽 정신의 훼손인 동시에 스포츠를 아끼고 사랑하는 전 세계인을 무시하는 처사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소치에서의 안현수 선수와 김연아 선수의 사례는 2018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적으로 우리 사회, 그리고 스포츠 환경 안에 잔존하고 있는 불합리와 비원칙,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통렬한 반성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선수들에게 최상의 훈련 환경을 제공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올림픽 무대에서 제대로 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육 행정과 관리 체계가 원칙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재정비돼야 할 것이다.
  또한 여전히 취약한 동계 종목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시설의 보완 및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동계체전 전력은 특정 종목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 다양한 종목에서 고른 전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종목의 다양화와 선수 육성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확대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친환경적 맞춤식 알뜰 올림픽으로 치러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인공적 구조물도 평창의 자연미를 능가할 수 없다. 때문에 과시적이고 소모적인 개발이 아닌 우리 국민들의 삶과 스포츠 여가 문화 형성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알뜰 올림픽으로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최국의 위상이나 이익을 우선시하려는 발상을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다가올 평창올림픽에서는 제2의 '김연아의 아픔'이 재발하지 않도록 올림픽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제대로 구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원칙이 존중되고, 합리성의 가치가 뿌리내리는 더욱 성숙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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