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 2014. 4. 21
최근 대학 구조개혁을 둘러싼 학내 여론이 뜨겁다. 대학본부가 제시한 일차 시안은 비민주적 절차 과정, 부당한 결정 기준, 과도한 정원 감축 비율(10%) 등의 이유로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대학본부는 수정안(7% 감축)을 내놨으나 일차 시안에서와 동일한 이유가 문제가 되어, 애초 이 수정안을 두고 논의하기로 했던 공청회 이전에 열린 전교 교수회의에서 공청회 철회가 의결되었다.
이 날 교원문화관 앞에서 집회를 가진 학생들에게, 대학본부는 향후 열릴 전교 교수회의에서 0% 혹은 4%의 정원 감축을 두고 재논의 할 예정이며 필요할 경우 공청회를 다시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비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일방적 구조개혁에 대항해온 투쟁은, 민주적 절차에 의한 구조개혁 결정을 약속받고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청회가 철회된 이후 청람광장에서 발생했다.
청람광장에서는 공청회가 철회된 것에 대한 반발글이 우후죽순처럼 게시됐다. 글의 내용은, 앞으로 교수 간 논의만으로 결정될 최종 결정안에 학생 의견을 투영할 방법이 없으며 교수의 올바른(?) 선택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글에는 일차 시안에서의 통폐합 대상 학과, 투쟁을 이끌어간 특정 학우,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에 대한 맹목적 비난과 날세운 인신공격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인 ‘암탉’이 사용되기도 하면서, 익명성을 통해 드러난 일부 청람광장 이용자의 낮은 수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는 공청회가 철회된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불거진 사태였다. 공청회가 철회된 이유는 학생 의견 수렴을 배제하려던 것이 아니다. 이는 공청회에서 다루고자 한 수정안이 여전히 비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결정된 것이었으며 7%라는 높은 인원 감축 비율을 포함하였기 때문이었다. 즉, 문제가 있는 수정안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없는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공청회 철회 주장의 목적이었다. 실제로 몇몇 반발글 게재자는 시위 현장에 없었음을 시인하여, 명확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맹목적인 비난이었음을 인정했다.
혹자는 인터넷의 글은 현실의 말과 같다고 생각하여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말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다. 익명성의 뒤에 숨어 펜을 무기로 쓰기 시작한다면, 결국 진정 펜의 힘을 발휘해야 할 때는 그 힘이 빛을 잃고 말 것이다. 구조개혁은 우리대학의 미래와 관계된 중요한 사안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는 있지만 상호 존중과 건전한 의사소통을 통해 공익을 추구해가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