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 2014. 3. 31.

  신촌과 영등포 등지의 술집에는 지문인식기가 설치돼 있다. 요즘 호프집에서 지문은 미성년자를 거르기 위한 확실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고객의 주민등록증을 스캔한 뒤 지문까지 인식기로 확인해 가짜 주민등록증을 적발한다. 호프집에서는 스캔된 지문을 1개월 뒤에 삭제된다고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삭제를 하더라도 일단 데이터에 남은 지문은 언제든지 복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달라는 대로 주고 있는 우리의 지문을 비롯한 생체정보, 이대로 괜찮을까?
  우리의 지문은 평생 변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모두 다르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 인증이나 범죄 수사에 이용된다. 지문인식시스템이 발달함에 따라, 지문인식을 이용하는 기업체와 기관도 늘고 있다. 2011년에는 대구시교육청이 교사들의 시간외근무시간 확인을 위해 지문인식기를 도입했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U-스쿨 구축사업 일환으로 세종시에 지문인식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어느 것도 편의성을 위해 생체정보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대구시교육청에 반발하는 교사들과 인권단체는 “인권은 편의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가치”라며 도입 중단을 요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세종시 스마트 스쿨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지문인식시스템이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지문인식시스템 설치는 철회됐다. 인권위에서는 지문이 바이오 정보로 자기결정권에 의해 보호돼야 할 본질적인 기본권으로 봤기 때문이다. 지문과 같은 바이오 정보는 개인 정보 중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이를 관리할 때 정보유출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우리학교에서도 스마트캠퍼스의 일환으로 지문인식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학교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지문을 제공하라는 안내를 들었을 것이다. 사도교육원에서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번학기 기숙사 입사 때에 몇몇 관에서는 지문제공이 이루어진 학생에 한해서만 방 열쇠를 지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지 방 열쇠를 받기 위해 지문제공에 동의한 적은 없는지, 지문제공동의서를 제대로 읽은 뒤 ‘판단’ 하에 지문제공을 결정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권위가 개인정보 중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는 바이오 정보를, 편리함을 위해서 양보하는 학우들이 많다. 편리함과 개인정보를 판단하는 저울에서, 선택은 본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이루어질 일이다. 하지만 편리함의 가치를 개인정보의 가치보다 우위에 두어서가 아니라, 생체정보임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지문을 제공하는 학우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4조 정보주체의 권리에 따르면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동의여부, 동의 범위 등을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고, 개인정보의 처리 정지, 정정·삭제 및 파기를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 민감한 생체정보인 만큼 지문제공에 있어서 정보주체의 ‘판단’은 필수적이다. 판단 없이도 내딛을 수 있는 걸음처럼 지문제공을 쉽게 생각하지는 말자. 생체정보의 정보주체인 자신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을 염두해 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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