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영향력이 산업과 사회 전반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요즘은 ‘AI’라는 말이 붙지 않으면 눈길조차 끌지 못할 정도로 AI 튜터 AI 헬스케어 AI 팩토리 AI 반도체 등 다양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열어줄 미래를 기대하며 그 속도를 부추기지만, 한편에서는 기술이 만들어내는 불안과 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1030일 경인일보 기사에 따르면, AI의 확산은 이미 대규모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14천 명에게 업무 종료 이메일을 보냈고, 3년 전 27천 명의 감원 이후 또다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도 6천 명에 이어 9천 명을 추가로 줄였고, 제너럴모터스는 내년 초 33백 명 해고안을 밝혔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KT28백여 명이 희망퇴직했고, LG유플러스 역시 전체 인력의 5% 이상을 줄였다. 4대 은행들도 비슷한 추세로 채용보다 퇴직이 많아지며, 단 두 해 만에 551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을 극대화하지만, 그 대가로 인간의 삶을 흔들고 있다. 요즘을 봐도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판단을 대신하며, 점점 인간의 존재 이유가 점점 희미해지는 듯하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한 장면처럼, 공장 안에서 혼자 일하는 인간은 이미 자동화된 시스템 속에 불필요한 존재로 남는다. 언젠가 AI가 모든 영역을 점유했을 때, 인간은 과연 어떤 의미로 남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읽으며 나는 ‘AI 시대에 인간은 어디에 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다시 떠올렸다. 사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내가 참여했던 고전독서교육프로그램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AI와 교육, 그리고 교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고민하고 토론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AI가 교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점차 논의가 깊어지면서,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에서 말하는 성장으로서의 교육개념에 주목했다. 듀이는 성장을 경험의 재구성으로 보았다. 이는 학습이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AI는 교사를 대체할 존재가 아니라 학습의 재구성을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AI는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반복 학습을 보조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학생의 감정을 읽고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며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일이다. ,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기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세계를 연결하는 해석자이자 길잡이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산업 현장에서는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고, 교육 현장에서도 AI 튜터가 빠르게 도입되며 교사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는 오히려 이런 시점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보다 ‘AI를 통해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가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어도, 그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오직 인간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교사는 AI와 경쟁하는 존재가 아니라, AI를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을 편리하게 하지만,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오히려 교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AI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자 교사가 지켜야 할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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