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31일은 ‘귀신들의 축제’라 불리는 핼러윈으로 기념된다. 핼러윈은 고대 켈트족이 한 해의 마지막 날 치른 축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이 축제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현대에 와서는 다양한 모습의 문화로 발전하였다. 핼러윈에는 ▲악마와 마녀 ▲검은 고양이 등 불길한 존재들마저 즐거움의 상징이 되며, 축제 기간을 앞두고 이를 소재로 한 장식품이나 상품도 많이 등장한다. 이번호 기획면에서는 이러한 핼러윈의 유래부터 문화적 의미까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 10월 31일, 귀신을 속이는 날 … 핼러윈은 어떻게 시작됐나
핼러윈은 매년 10월 31일, 그리스도교 축일인 만성절 전날 다양한 복장을 갖춰 입고 벌이는 축제이다. 그 유래는 켈트족에서 찾을 수 있다. 약 기원전 500년경,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등에 살고 있던 켈트족은 겨울이 길어 10월 31일을 여름의 마지막으로 보고, 지금과 달리 새해 첫날을 11월 1일로 정했다. 이런 켈트족에게는 몇몇 믿음이 존재했다. 사람이 죽으면 1년 동안은 가까운 사람 몸속에 머무르고, 그 1년 동안 머무를 사람을 1년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에 정한다고 믿었다. 또한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10월 31일에 태양의 힘이 약해져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불명확해지고, 온갖 정령이나 마녀까지 나타난다고 여겼다. 이런 믿음 때문에 켈트족은 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날 냉난방을 중단하여 몸을 차갑게 하고, 귀신 분장을 하여 몸을 보호하였다. 이러한 전통이 이민자들을 통해 북부로 전해져서 현재의 핼러윈이 되었다.
이런 켈트족의 문화가 북부로 전해진 후 기독교 문화와 접촉하게 되었다. 10월 31일은 모든 성인을 기리는 만성절(11월 1일) 전날이므로 All Hallows Eve라고 불리었으며, 이것이 오랜 세월 변화하면서 전해 내려온 것이 현재의 핼러윈(halloween)의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켈트족으로부터 전해져 온 핼러윈 문화는 오랜 시간이 지나며 과거의 의도와 멀어졌지만, 현재 미국 전역에서 진행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 세계 각국의 핼러윈, 사람들은 핼러윈을 어떻게 즐기나
핼러윈은 미국 전역에서 진행되는 축제인 만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미국에서 핼러윈을 즐기는 대표적인 문화로는 ▲잭 오 랜턴(Jack-o’-Lantern) ▲핼러윈 분장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등이 꼽힌다.
1) 잭 오 랜턴(Jack-o’-Lantern)
잭 오 랜턴은 핼러윈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주황색 호박의 속을 파내고 악마의 얼굴 모양으로 ▲눈 ▲코 ▲입을 도려낸 뒤 속에 초를 고정한 것이다. 잭오랜턴의 유래는 아일랜드의 민담인 ‘구두쇠 잭 이야기’에 있는데, 잭이 악마를 속이다가 죽은 뒤 천국에도 지옥에도 가지 못하고, 불붙은 숯을 호박 속에 담아 떠도는 영혼이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2) 핼러윈 분장
영상매체에서 핼러윈을 다룰 때 괴물이나 귀신의 분장을 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분장 또한 핼러윈의 한 문화인데, 핼러윈의 유래인 켈트족이 10월 31일 인간 세상에 찾아오는 악령과 악마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분장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3)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10월 31일 저녁이 되면 분장을 한 아이들이 집마다 찾아가서 사탕과 같이 맛있는 것을 달라고 한다. 이때 아이들이 하는 말이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다. 이때 아무 집이나 가는 것이 아니라 잭 오 랜턴 등으로 축제에 참여한다고 표시한 집에만 방문한다.
이렇듯 미국은 핼러윈의 상징색인 주황색과 검은색을 사용하며, ▲검은 고양이 ▲거미 ▲악마 ▲마녀 등 불운의 상징이거나 기이한 것들을 통해 마을을 꾸미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10월 31일을 보낸다.
미국 내에만 있지 않고 전 세계로 퍼진 핼러윈 문화는 이후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변형되거나, 비슷한 시기의 자체 축제로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멕시코의 ‘망자의 날’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 동안 열리는 멕시코의 민족 축제이다. 1년에 한 번 이날은 죽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각 가정이나 공공장소에 죽은 이를 위해서 특별한 장식을 한 제단을 마련하는 등의 행동으로 죽은 이들을 기린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도 핼러윈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핼러윈이 퍼진 이유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영어학원 ▲SNS 등이 있다. 과거 영어학원이나 영어유치원 등에서 핼러윈 행사가 증가했는데,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당시 아이들이 자라며 핼러윈이라는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며 더 쉽게 퍼졌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SNS가 유행하고, 여러 기업의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사용되며 핼러윈을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점도 하나의 이유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핼러윈이 가장 활발한 곳은 이태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여러 나라의 대사관이 몰려있는 등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이태원의 지역 특징과 연관되어 있다. 이태원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기지가 들어오며 외국인 거주자가 늘었고,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유입되며 자연스럽게 서양의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이태원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어울릴 수 있는 국제적 중심지로 자리 잡았으며, 10월 31일 길거리에 핼러윈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가정집을 돌아다니며 과자를 달라고 하지도 않고, 잭 오 랜턴을 만들어 장식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태원 ▲홍대 ▲강남 등 번화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다양한 코스튬을 입고 거리로 나와 사진을 찍거나 퍼레이드에 참여하며 축제 분위기를 즐긴다. 클럽과 바에서는 핼러윈 콘셉트의 파티가 열리고, 놀이공원이나 백화점 등 대형 상업시설도 테마 장식과 이벤트를 마련한다. 최근에는 SNS 인증 문화와 기업들의 마케팅이 맞물리며, 카페·편의점·패션 브랜드 등이 한정판 제품을 내놓는 등 핼러윈이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 상업화된 핼러윈 … 마케팅,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오늘날 핼러윈은 고대 종교적 축제에서 벗어나 상업적 성격이 강한 문화 이벤트로 변모했다. 특히 북미에서는 핼러윈 시즌에 막대한 경제적 활동이 발생하며, 이는 ▲의상 ▲장식 ▲사탕 ▲공포 영화 산업 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핼러윈이 다가오면 대형 상점과 온라인 쇼핑몰은 핼러윈 테마의 의상, 장식품 그리고 사탕 등을 판매하며 엄청난 매출을 올린다.
우리나라 또한 핼러윈을 상업적으로 활용하여 마케팅에 이용해 왔다. 핼러윈이 다가오면 국내의 대부분 업체는 상품과 이벤트를 준비하여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통계적으로 10월 매출이 평균 30% 이상 증가할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이러한 마케팅이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지난 10월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주요 유통 채널은 핼러윈 관련 프로모션을 대폭 축소하거나 진행하지 않는 대신, 11월 ‘빼빼로데이’와 12월 연말 시즌을 겨냥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매출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핼러윈 대신 비(非)시즌 마케팅과 다양한 이벤트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이마트는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롯데웰푸드 ▲해태 ▲하리보 ▲농심 등 8개 브랜드 초콜릿·캔디류를 대상으로 ‘스윗 페스타’를 진행하지만, 핼러윈과 직접 연결하지는 않았다. 편의점업계 역시 대부분 핼러윈 관련 대외 홍보를 하지 않으며, CU만 자체 커머스 앱 포켓CU에서 지난 31일까지 트릭시캔디 4종과 ‘대용량 간식 특가’ 행사를 진행하였다.
또한 핼러윈은 공포 영화, TV 프로그램 그리고 테마파크의 중요한 테마가 되었다. 특히 핼러윈 시즌에 맞춰 출시되는 공포 영화는 매년 수많은 관객을 모으며 문화적 현상을 일으킨다. 테마파크 역시 공포 테마의 놀이기구나 이벤트를 통해 방문객을 유치한다.
-핼러윈 관련 영화-
# 페이 더 고스트
핼러윈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상업화된 축제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그 기원의 어두운 그림자는 여전히 문화의 이면에 남아있다. 울리 에델 감독의 영화 《페이 더 고스트》는 그 흔히 간과되는 기원을 조명하며, 표면적인 공포 너머의 역사적·심리적 불안을 천착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유령을 단순한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억울하게 희생당한 자의 기억이자 억압된 타자의 목소리로 구성한다. 영화는 유령을 통해 질문한다. “우리는 누구의 희생을 망각한 채 축제를 즐기고 있는가?” 그리고 “지금도 실종되고 있는 아이들, 혹은 목소리를 잃은 타자들은 누구인가?” 영화는 핼러윈이라는 축제의 기원을 복원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기억, ‘억눌린 타자의 목소리, 잃어버린 가족의 환영, 그리고 역사적 부채’를 되묻는다.
#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1993년에 제작되고, 한국에서 1995년 1월 개봉된 헨리 셀릭 감독의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은 시작부터 결말까지 유령들의 사랑 얘기이자, 엉망진창이 된 크리스마스 얘기이자, 또 한편으론 엇박자의 뮤지컬이기도 하다. 핼러윈 마을의 호박왕 잭 스켈링톤은 지겨워진 핼러윈 대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자 결심한다. 성격도 분위기도 정반대인 핼러윈과 크리스마스의 기묘한 조합이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이다. 핼러윈 특유의 감성을 정감 있게 표현하여 가족용 명절 영화의 고전이 된 이 영화는, 그 어둡고 음울한 유머와 놀라운 창조적 기발함으로 대학생과 비트족들에게도 사랑받는 작품이 됐다.
이렇듯 핼러윈은 그 의미 자체로 다양한 미디어, 축제 등을 통해 문화적 재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상업적인 요소가 강해지면서 핼러윈 자체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축제 자체가 소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모든 것이 상업화된 상황에서 문화의 순수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핼러윈은 단순한 축제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핼러윈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며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전했다. 매년 핼러윈 때마다 창의적인 의상 아이디어가 SNS에서 화제가 되며,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의상도 자주 등장한다. 또한 핼러윈은 이웃과 함께하는 축제로서, 특히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과 같은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가 유대감을 쌓는 계기가 된다. 더불어 많은 지역에서 핼러윈을 맞아 자선 활동을 하거나 기부 이벤트도 열린다. 이렇듯 오늘날 핼러윈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기념되며 사회적, 상업적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오늘날 핼러윈은 화려한 코스튬과 즐거운 파티의 모습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에는 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성찰하는 의미가 숨어있다. 또한 공동체가 함께 모여 어둠을 이겨내고, 웃음과 놀이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인간적인 지혜도 담겨 있다. 올해는 핼러윈을 단순히 즐기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안에 숨겨진 상징과 의미를 한 번쯤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핼러윈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문화적 가치와 역사적 깊이가 있는 축제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