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메인 포스터 (사진 / KBS 제공)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메인 포스터 (사진 / KBS 제공)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요즘처럼 만남과 이별은 점점 더 가벼워지는 것만 같고, 마음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을 때도 있어 앞서 언급한 기적은 정말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기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 간의 사랑을 믿고, 서로 간의 믿음으로 하루를 버틴다. 그리고 그 믿음이 누군가의 세상을 다시 환하게 만든다. 이러한 일들은 서로에게 기적 같은 일이 된다. 그리고 그게 어쩌면 동백꽃이 다시 피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몰랐었던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이 작품의 주인공 동백미혼모라는 이유로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눈길을 피해야만 하는 삶을 살았다. 늘 조심스럽게 웃고, 작은 행복마저 미안해했다. 악덕한 팔자를 타고났다며 작게 살아갔던 동백은 자신을 불쌍한 여자가 아닌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여자로 바라보고 꾸밈없는 진심만을 주는 용식을 만난다. 용식은 동백에게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지 대신 싸워주지 않는다. 다만 동백 씨는 그냥 동백 씨 하면 돼요라는 말로, 그녀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용기를 준다. 사람 하나가 또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믿음이 이렇게 큰 힘을 가진다는 것 고개를 들어보니 아래만 쳐다보느라 몰랐던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작은 기적을 보여준다.

 

우직한 응원이 갖는 힘

 

동백 씨는요, 이 마을에서 제일로 세고, 제일로 강하고, 제일로 훌륭하고, 제일로 장해요.

그런데 누가 너를 욕해요

 

투박하지만 용식의 진심이 담겨 있는 이 대사는 동백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외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버티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였다. 냅다 퍼붓는 우레 같은 응원은 동백의 세상을 바꾸었고, 화면 너머 시청자들에게도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우직한 응원은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그러한 빛이 되어주어야 한다.

 

이 시대의 동백이들에게

동백꽃 필 무렵은 동백의 성장 이야기를 넘어, 우리 사회의 집단적 고립감에 대한 진단이자 치유의 서사로 읽힌다. 동백의 변화는 개인의 의지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동백이 스스로를 구하는데 등장한 용식 사실은 누구보다 동백을 아끼고 있었던 옹산 사람들 언제나 동백이 1순위인 든든한 아들 필구 같은 타인의 이해와 연대가 그녀를 새롭게 만든다. 이 드라마는 묻는다.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기적은, 우리가 조금만 더 다정해지는 것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그 질문은 동백이라는 인물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의 모든 동백들’, 즉 편견과 무관심 속에서도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들에게 향한다. 동백꽃 필 무렵이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간은 혼자서 기적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믿는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충분히 기적이 될 수 있다. 누군가는 동백처럼 조용히 살아가고 있고 누군가는 용식처럼 누군가의 곁을 지키고 있으며 또 누군가는 옹산 사람들처럼 뒤늦게나마 마음을 내어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의 동백들은 우리 주변에 있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웃 편견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지키려 애쓰는 친구 말없이 상처를 감추고 살아가는 가족. 그들은 늘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조금 더 다정해지는 것. 조금 더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삶에 조용히 손을 내미는 것. 그 작은 다정함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바꾸는 기적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사랑받을 때 비로소 용감해진다

 

이 말은 드라마 속 대사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다.

 

이 드라마가 나에게 유독 오래 남는 이유는 아마도 위로의 방식에 있다. “괜찮다라는 말 대신 괜찮지 않아도 된다라는 눈빛, “버텨라라는 말 대신 힘들면 울어도 된다라는 온기. 동백꽃 필 무렵은 그 조용한 위로로 나의 마음을 다독였다.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이 작품은 말한다. 누군가는 여전히 믿음을 잃지 않고, 누군가는 여전히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 믿음과 사랑이 결국 세상을 조금 덜 차갑게 만든다고.

세상이 아무리 매몰차도, 그 속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누군가를 믿고 사랑하고 기다린다. 그리고 그 믿음이, 우리가 다시 하루를 버틸 힘이 된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마음에도 동백꽃이 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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