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김재한(역사교육·24)

나는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사가 된 지 어언 6년이 지난 역사 교사다. 보통 교직 경력 3년 차가 되면 교직에 회의감을 품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그 시기에 통과의례로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진행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도 임용에 합격하고 두 해를 보내면서 점차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말을 되뇌며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런 내 상황은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겠지만,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문제에서 비롯했다. 나는 역사를 왜 가르치고, 학생은 역사를 왜 배울까? 역사 수업이 재미없다고 표현하거나 잠을 자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를 찾고 싶으면서도 학교 현장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모순되는 마음이 나를 대학원 파견 제도로 이끌었다.

대학원에 입학한 나는 학위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연구 주제를 탐색해야 했다. 지도 교수님에게 연구 주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으니, 지도 교수님은 내게 선생님의 마음을 파고드는 열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라고 말씀하셨다. 기나긴 시간 동안 연구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숙원 사업과 같은 주제를 정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나는 연구 주제로 역사를 왜 가르치고 배우는가에 주목하기로 했다. 그동안 역사교육 연구자는 역사교육의 목적으로 역사적 사고의 함양을 제시했다. ‘역사적 사고가 도대체 무엇인가. 역사교육과에 재학 중인 학부생이라면 역사적 사고라는 용어를 어렴풋이 들어보고 어떤 개념인지 짐작하겠지만, 다른 학과에서는 도통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역사적 사고역사를 역사답게 가르치기위한 필요성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역사가처럼 사고하는 방식으로 정의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아니, ‘역사적 사고를 정의한다면서 역사를 역사답게 가르친다.’, ‘역사가처럼 사고한다.’니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역사적 사고를 둘러싼 여러 연구자의 이야기가 너무나 추상적이라고 여겼다. 다만, 역사교육 연구자가 한마음으로 지적하는 역사교육의 문제에는 매우 공감했다. 그건 바로 그동안 역사교육이 교과서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암기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1970년대부터 이뤄졌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50년이 지난 2025년의 역사 교사도 공감하는 역사교육의 문제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일까? 하지만 역사가 암기과목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사교육 연구자와 현장의 역사 교사들이 노력해 온 역사를 살피면 역사교육은 아직 희망적이다. 해결 방안으로 그들은 역사적 사고라는 개념을 활용하면서 역사를 역사답게 가르치기위한 방안을 모색하였다.

내 학위논문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5명의 역사 교사와 면담하고 그들의 수업을 참관하였다. 이를 통해 각 교사가 생각하는 역사적 사고의 의미를 탐색하고 탐구 수행평가와의 관계를 찾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는 내 학위논문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미리 밝히지 않겠다. 다만, 연구 과정에서 연구에 참여한 역사 교사 모두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를 각자 나름대로 고민하고 역사를 역사답게 가르치기위해 학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연구 과정에서 얻은 경험적 사실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교사의 수업 전문성은 교육의 대상으로 학생을 고려하는 것에서 비롯한다는 점이다. ‘역사를 역사답게라는 말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르친다.’라는 행위를 유념해야 한다. 나아가 교사는 철학하는 존재로서 나는 왜 자신의 교과를 가르치나?’라는 질문에 지속적으로 답을 찾고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다. 학생은 수업에서 교과 내용만 배우지 않는다. 교사의 모습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다. 연구를 마무리하는 과정 중인 현재의 나는 여전히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를 찾는 중이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나 자신을 자책하지 않는다. 이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오히려 흥미롭다고 여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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