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강수량이 평년 대비 크게 부족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저수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이미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 영동지방과 경상북도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농작물의 생육에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강릉 가뭄 사진 (사진 / 파이낸셜 뉴스 제공)
강릉 가뭄 사진 (사진 / 파이낸셜 뉴스 제공)

 

전국 가뭄 현황, 강릉 심각단계 영동지방 저수율 28%로 급락

20259월 현재 전국적으로 가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강릉시를 포함한 강원 영동 지역은 심각단계로 분류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20개 시군 중 3개 시군은 관심단계 대구·부산을 포함한 16개 시군은 주의단계 강릉은 유일하게 심각단계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전국 누적 강수량은 1341.9mm로 평년 대비 100.7% 수준으로 안정적인 편이나, 최근 3개월간 누적 강수량은 664.3mm로 예년 756mm 대비 88.2%에 그쳐 강수량 부족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영동지방의 최근 1년 누적 강수량은 497.4mm로 평년의 46.9% 수준에 불과하며, 이에 따라 저수율은 28%로 급락했다. 이는 평년 대비 36.6% 수준으로,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또한 전국 저수지 가운데 평년 대비 저수율이 70% 이하인 곳이 총 660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310개소는 저수율 60~70% 구간으로 관심 단계에 해당하며 상시 모니터링 중이다. 저수율이 60% 이하인 주의 단계 이상저수지는 344개소로, 이 중 보조수원 시설이 139개소, 주 수원 시설이 205개소로 집계됐다. 특히 강릉의 가뭄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릉 시민의 생활용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현재 12%까지 떨어져 평년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농업용수 공급은 이미 중단된 상태이며, 현재는 생활용수만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저수율이 15% 아래로 하락하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강릉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급수차 투입과 제한급수 검토 등 비상조치가 시행 중이며, 향후 강수량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4주 이내에 저수율이 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강릉, 최악의 가뭄에 신음 시민·농민 모두 물 고통겪고 있어

강원도 강릉시가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극심한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큰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며,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2%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상수도 공급을 제한하는 초유의 조치를 시행 중이며, 시민들과 농민들은 일상생활과 생업 모두에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강릉시는 저수조 용량이 100톤 이상인 아파트와 숙박시설 123곳에 대해 상수도 공급을 중단했다. 공중화장실 47수영장 및 스파 운영 숙박시설 76곳도 운영을 멈췄다. 아파트별로 저수탱크 상황에 따라 단수 조치가 제각각 이뤄지면서 주민들은 혼란과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는 출퇴근 시간대에만 물을 공급하는 시간제 단수가 시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민들은 화장실 사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는 생수를 변기에 붓는 방식으로 급한 용변을 해결하고 있으며, 관련 민원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급수 불안정으로 인해 녹물 발생도 급증해, 이에 대한 신고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교육 현장 역시 이번 물 부족 사태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강릉시 일부 학교에서는 음수대 사용을 중단하고 학생들에게 생수를 지급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단수 여부에 따라 단축수업 시행을 고심 중이며, 이달 중순 예정된 신규 교장 직무연수는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연수원은 교원 80여 명이 23일간 머물 예정이지만, 시설 내 물탱크 용량이 20톤 안팎에 불과해 이틀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물 부족으로 연수 진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라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릉시 농민들도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파 배추 감자 등 주요 작물은 이미 전멸한 상태이며,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워 사실상 재배를 포기한 상황이다. 농민들은 지난해부터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라며 지금처럼 극한 가뭄이 반복되면 이상기후가 일상이 될까 두렵다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농민들은 시민들이 단수로 고통받는 가운데 농업 피해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강릉시 물 부족, 지형·인프라·기후 삼중고 겹쳐

올해 강릉시는 기록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인 386.9mm에 그쳤고, 여름철인 6~8월에는 187.1mm로 평년 대비 30%에도 못 미쳤다. 태풍이 한 차례도 상륙하지 않은 가운데 폭염까지 겹치며 강수량 자체가 크게 부족했고, 이는 단순한 기후 이상 현상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그중에서 강릉의 지형은 가뭄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태백산맥을 끼고 있는 강릉은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산을 넘으며 건조해지는 푄 현상의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장마 구름이 강릉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역 대부분이 급경사와 모래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어, 내린 비가 지하로 흡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강수량이 적은 해에는 곧바로 가뭄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강릉의 수도 인프라와 물 저장 체계에 있다. 강릉시는 생활용수의 대부분을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는데, 평년 70%대를 유지하던 저수율은 올여름 10%대까지 추락했다. 이는 단일 수원에 과도하게 의존한 구조적 취약성의 결과로, 대체 수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더불어 강릉의 상수도 시설은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여름철 관광객이 300만 명 이상 몰리며 물 사용량이 폭증했지만, 상수도 생산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노후화된 수도관과 제한적인 정수장 용량은 물 공급의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급수와 단수 사태가 반복되었다.

한편 김홍규 강릉시장(이하 김홍규 시장)의 대응 또한 연일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9, 이재명 대통령이 강릉을 방문해 시민들이 물을 사서 쓰는 상황인데, 시 차원의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질의했으나, 김홍규 시장은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답변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또한 김홍규 시장은 “9월엔 비가 올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당시 저수율이 15%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시민들이 제한급수과 생수 구매에 직면해 있던 현실과는 괴리된 인식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릉, 극심한 가뭄에 총력 대응 도암댐 비상 방류까지 단행

강릉의 장기화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정부·군대가 총력전에 나섰다. 김홍규 시장은 지난 1일 강릉시청 재난상황실에서 가뭄대응 비상대책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용수 확보 비상 급수 계획 도암댐 방류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발표했다. 강릉시는 현재 민방위 급수시설과 홈플러스·롯데시네마 보조수원, 남대천 구산농보 용수 등을 활용해 하루 19,640톤의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포함해 하루 약 38,000톤의 공급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더불어 오봉저수지 유입량을 늘리기 위해 도마천과 왕산천의 하상 정비 및 준설공사도 진행 중이다.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강릉시는 시간제 및 격일제 급수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소방차량을 포함한 71대를 투입해 연곡정수장 및 인근 지자체에서 홍제정수장으로 하루 2,130톤의 정수를 운반하고 있고, 저수율이 0%에 도달할 경우 홍제정수장 전 구역에 대해 차량을 통한 운반급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하루 최대 400대의 살수차를 동원해 지방하천과 저수지 22개소에서 하루 15,600톤의 원수를 오봉저수지에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 재난 대응 당국도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급수차 481대와 헬기를 동원해 하루 29,700톤의 물을 저수지와 홍제정수장에 투입하고 있으며, 국립한국해양대학교는 아시아 최대 실습선인 9,196톤급 한나라호1,000톤의 물을 실어 강릉항으로 급파했다. 군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해군은 4,200톤급 군수지원함 대청함을 파견해 450톤의 물을 지원했고, 해경은 독도경비함 삼봉함1,500톤급 제민13를 통해 120톤의 물을 공급했다. 안재현 해군 1함대 군수참모는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지속적인 급수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강릉지역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2001년 수질 문제로 방류가 중단됐던 평창 도암댐의 비상 방류가 재개됐다. 도암댐에서 강릉 남대천으로 연결되는 15km의 도수관로를 통해 방류가 이뤄지며, 환경부는 방류를 전제로 수질 검사를 실시한 결과 낙동강 정수장 물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검사 결과, 1개 항목(인 종목 2)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1급 판정을 받았다. 강릉시는 지난 10일 도암댐 비상 방류를 수용했으며, 방류 이후에도 교차 수질 검사를 통해 원수로서 부적합할 경우 즉시 방류를 중단할 방침이다.

한편, 915일에는 가뭄 대응에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났다. 강릉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6.3%로 상승했으며, 이는 지난 1211.6%에서 사흘 연속 상승한 수치다. 12~13일 내린 비가 저수지로 유입되며 저수율을 끌어올렸다. 그러면서도 16일 강릉시는 추석 명절(103~9) 기간 물 사용량 급증에 대비해 시민들의 물 절약 동참을 요청했다. 또한 홍제정수장 인근 남대천에 홍제 제2 임시취수장을 설치해 하루 3만 톤의 물을 추가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해당 시설은 기존 임시취수장과 인접하며,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을 통해 정수장까지 물을 공급한다. 발전기 등 장비는 현재 발주 중이며, 이번 시설은 추석뿐 아니라 겨울·봄철 가뭄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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