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듯한 기분, 끝없는 실패의 늪에 빠진 듯한 감정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의 시간조차도 의미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심리학,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정립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의미가 바로 삶을 지탱한다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번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컴퓨터교육과 김승연 교수와 함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교훈을 알아보고자 한다.
Q1. 교수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저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부제: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의 승리)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프랭클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인간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변해 가는지—무너지고, 또 어떻게 의미를 찾아 일어서는지를—담담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 경험을 토대로 그는 심리학의 한 분류인 로고테라피를 정립합니다. 핵심은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의미가 바로 삶을 지탱한다’라는 통찰입니다. 수용소의 비인간적 현실을 ‘의미 탐색’의 시선으로 직면하며, 희망이 공허한 위로가 아니라 실존적 책임에서 비롯된 선택임을 증명하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저는 이 책을 대학원 시절에 읽게 되었습니다. 지도교수님은 늘 “하루를 차 한 잔의 여유로 시작하라”라고 하셔서, 우리는 매일 아침 짧게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그 시간엔 ▲교수님의 근황 ▲제 연구 ▲요즘 읽는 책 ▲삶에 대한 생각까지 두루 이야기했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차만 마시기도 했습니다.
며칠째 논문의 핵심이 되는 연구 내용에 막혀 지쳐있던 날, 교수님이 책 한 권을 건네주셨습니다. “머리를 식혀야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라는 말씀과 함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추천하신 거죠. 제 고민을 풀 힌트를 주려는 뜻이었는지, 잠시 쉬어가라는 배려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저는 그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Q3. 그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힘든 상황은 누구나 마주합니다. 제게는 연구가 그랬습니다. 어떤 날은 금방 결과가 나오지만, 며칠, 몇 주가 지나도 성과가 없는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고, “왜 내가 이 자리에 있지?”, “이 방법이 맞나?”와 같은 질문만 반복했습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난 뒤, 저는 시선을 바꿨습니다. 어려움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이 경험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먼저 묻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결과를 위한 고된 시간은 ‘비정상’이 아니라 연구의 일상임을 받아들이자,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해법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교수로서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가 더 많아졌지만, “힘든 건 당연하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그 생각이 조급함을 낮추고, 작은 진전도 의미 있게 보게 해줍니다. 결국 이 책은 제 연구를 문제 해결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다시 보게 만든 책입니다.
Q4.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 책은 제게 두 가지를 분명하게 남겼습니다. 첫 번째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연구’는 가능하다는 태도입니다. 프랭클은 수용소에서 매 순간을 그냥 견디지 않았습니다. 의사이자 연구자의 시선으로 자신과 동료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그 경험을 기록하며, 거기서 배운 것을 나중에 하나의 이론(로고테라피)으로 정리했습니다. “이곳도 연구의 자리다”라는 그의 마음가짐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의미를 붙잡으면 인간은 사유하고 정리하고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어려움은 ‘언젠가 지나가고, 때로는 일상이 될 수 있다’라는 감각입니다. 책에는 극한을 오래 겪다 보니 처음의 충격이 무뎌지고, 어떤 일들은 점점 ‘의례적인 일’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나옵니다. 프랭클은 그 변화를 솔직히 기록하면서도, 바로 그 익숙해짐을 의미 찾기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왜 이 경험이 내게 왔는가?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고 묻는 태도가 고통을 다룰 수 있는 일로 바꾸어 주죠. 이 책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두 가지 의미를 선택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하나, 어떤 자리에서든 연구하고 배울 수 있다는 용기. 둘, 어려움이 ‘당연히 있는 과정’이라는 인식. 그 두 가지를 붙잡으면, 지금 처한 자리에서도 의미를 찾아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깁니다.
Q5.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느냐고 묻는다면, 지금 막혀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건네고 싶습니다. 프랭클은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자신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끝내 하나의 이론으로 엮어냈죠. 그 태도는 ‘지금, 여기’의 자리도 얼마든지 탐구의 자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과가 더디고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조차 연구의 일부라는 사실을, 그는 몸으로 증명합니다. 또 한편으로 이 책은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라는 마음을 조용히 바꿔 줍니다.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때로는 일상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무엇을 붙잡느냐죠. 프랭클은 고통을 피하려 하기보다 그 안에서 의미를 묻습니다. “이 경험이 내게 왜 왔을까? 여기서 뭘 배울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조급함을 낮추고 버틸 힘을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평범한 우리도 평범하게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당장 정답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호흡을 고르게 하고, 궁금해하고, 기록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지금 내 자리에서 찾은 작은 의미가 쌓이면, 언젠가 그것이 나만의 방법이 되고, 나만의 이론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됩니다.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임용 준비가 힘든 건 당연해요. 누구나 한 번쯤 “나 할 수 있을까?”하고 불안해합니다. 그럴 때 마음을 이렇게 잡아보세요. “지금 이 자리도 배움의 자리다”. 오늘이 힘들어도, 내가 한 작은 시도들이 쌓이면 힘이 됩니다. 어려움은 과정의 일부예요. 당장 결과가 안 보여도, 헛수고가 아닙니다.
공부가 막히면 작게 시작하세요. 작은 성취부터 해보세요. 예를 들면 ▲50분 공부하고 10분 쉬기 ▲문제 한 세트만 풀기 ▲오늘 외울 문장 네 개만 외우기. 완벽한 하루보다 지킨 하루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친구 ▲선배 ▲교수님과 나누세요. 도움을 청하는 건 약함이 아니라 좋은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