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진(국어교육·23) 학우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망각할 때쯤 되물어 본다
아주 어렸을 적
아무것도 모른 채 나는
사람을 구하려 불로 뛰어드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
그런 소방관 아저씨가 멋있어 보였다
몸도 머리도 다 큰
지금에 와서야 나는
사람을 구하려 그 불행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이따금씩 누군가의 아지트에 불행이 올 때면
꼭 안아주어 그 불을 꺼주고 싶지만
쉽사리 꺼지지는 않을 것을 안다
그렇다고
나에게도 붙어버릴 불행은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 그 불에서 너를 꺼내어주는 일
하나, 반드시 너를 두고 가지 않겠다
다짐하고 다짐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너의 불행이 일으킨 불빛이
다시
온 세상을 밝힐 빛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런 너는 소중한 존재임을
나는 알고 있어
너의 곁으로 왔다는 걸
이제는 어른이 된
꼬꼬마 소방관이 남긴 메시지를
망각할 때쯤
나는 그 무엇이 되지도 못한 채
어딘가 또 활활 타오르는 불행을 바라보다
간다
한국교원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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