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과학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자연 현상의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 관찰과 실험을 통해 얻은 객관적 사실 등 과학은 여러 의미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실험실이 문화(culture)의 층위를 가지며, 이러한 문화는 연구자들이 매일 반복하는 구체적 실천(practice) 속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과학 지식은 연구자들의 일상적 행위 속에서 축적되며, 그것이 문화로 자리 잡고, 다시 그 문화가 새로운 지식을 낳는 토대가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화학교육과 유선아 교수와 함께 Epistemic Cultures: How the Sciences Make Knowledge를 읽으며 과학에 한 발 더 다가가 보자.

화학교육과 유선아 교수 (사진 / 유선아 교수 제공)
화학교육과 유선아 교수 (사진 / 유선아 교수 제공)

 

Q1. 교수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Karin Knorr CetinaEpistemic Cultures: How the Sciences Make Knowledge입니다. 이 책은 과학을 하나의 보편적 방법으로 환원하지 않고, 각 학문 분야가 지식을 형성하는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고에너지 물리학과 분자생물학을 비교하면서, 지식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생생하게 분석합니다.

Epistemic Cultures: How the Sciences Make Knowledge (사진 / 아마존 제공)
Epistemic Cultures: How the Sciences Make Knowledge (사진 / 아마존 제공)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대학원 시절, ‘과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교육적 고민이 과학이란 무엇인가?’, ‘지식은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확장되던 시기에 이 책을 접했습니다. 연구자로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은 지식 자체에 대한 성찰 없이는 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던 시기였고, 그 고민을 깊이 있게 풀어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Q3. 그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 책을 읽고 난 뒤, 저는 과학을 단순히 정답을 찾아내는 절차나 추상적인 이론 체계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과학은 구체적인 실험 장비 협업 방식 그리고 연구자들의 일상적인 활동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문화라는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강의와 연구에서도 학생들에게 과학을 하나의 보편적 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 구성되는 지식으로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4.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실험실을 이중 구조(two-tier structure)’로 설명한 대목입니다. 실험실은 한편으로는 문화(culture)의 층위를 갖습니다. 연구자들이 공유하는 규범과 데이터 해석의 방식 지식을 인정하는 기준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 문화는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매일 반복하는 구체적 실천(practice) 속에서 형성됩니다. 세포를 다루는 손기술 실험 도구의 사용법 데이터 정리 토론 방식 같은 작은 행위들이 모여 하나의 실천적 층위를 이루고, 그것이 다시 문화적 토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저는 이 설명을 통해 과학을 단순히 결과물로서의 지식이 아니라, 문화와 실천이 서로 맞물려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살아 있는 인간 활동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과학 지식이 연구자들의 일상적 행위 속에서 축적되고, 그것이 문화로 자리 잡으며, 다시 그 문화가 새로운 지식을 낳는 토대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Q5.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과학 교사나 예비 교사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교사라면 누구나 과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질문을 과학이란 무엇인가, 지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물음으로 확장해 줍니다. 임용 시험을 준비하며 과학 철학을 단순히 몇 줄로 요약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을 진지하게 읽으며 고민해 보는 경험을 권하고 싶습니다.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흔히 과학 지식의 성격이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과학혁명의 구조가 권해지지만, 그 뒤에 나온 Epistemic Cultures: How the Sciences Make Knowledge는 더 현대적인 맥락에서 과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과학은 교과서 속 정답이나 추상적 지식 체계가 아니라, 문화와 실천이 맞물려 만들어지는 인간의 활동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과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꼭 깊이 있게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공부와 연구를 넘어, 과학을 둘러싼 세계를 보는 눈을 넓혀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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