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지난 10년간 최대 7배로 늘었다. 여기서 기초학력 미달은 교과서 내용을 20%도 이해하지 못해 다음 학년에 올라갔을 때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을 말한다. 교육계에선 디지털 세대의 문해력·어휘력 부족이 심각한 데다 이를 보완하는 공교육 시스템이 부실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이번호 연재기획 ‘다가서다’에서는 기초학력 미달학생에게 한 걸음 다가가, 실태 및 원인,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 2024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고2 국어 과목 기초학력 미달 비율 역대 최고 수치 기록 … 코로나19, 디지털 기기 활용 등 원인으로 꼽혀
지난 7월 22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24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였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중3과 고2 학생 중 일부를 표본으로 정해 매년 실시한다. 지난해는 중3과 고2 전체 학생 중 2만 7,606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고등학교 2학년 국어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9.3%로 집계됐다. 이는 전수조사 방식이었던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본 평가로 전환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17년 5%였던 해당 비율은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6.8%까지 치솟은 뒤, 매년 꾸준히 상승 중이다. 중학교 3학년 국어 과목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22년 11.3%에서 2023년 9.1%로 잠시 낮아졌지만, 2024년 다시 10.1%로 상승하며 심각성을 나타냈다.
국어 과목에서 기초학력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 비율이 늘어난 것은 2020년 중학교에 입학한 지난해 고2 학생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며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감염 예방을 위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학생들이 책과 교과서를 읽을 시간이 줄어들고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와 영상 매체에 익숙해지며 문해력과 사고력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에 디지털 콘텐츠 활용을 강화하는 흐름도 국어 성취도와 문해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의 한 고교 교사는 “예를 들어 훈민정음을 공부할 때 과거에는 학생이 직접 쓰거나 외우며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요즘은 유튜브 영상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어 스스로 생각할 기회가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반면 수학 과목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고등학교 2학년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0년 전보다는 대폭 증가하였으나, 2023년 16.6%에서 2024년 12.6%로 낮아졌고, 중학교 3학년도 2023년 13%에서 2024년 12.7%로 소폭 감소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기초 수학 지도 강화와 ▲교사들의 관심 증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국어 영역에서의 학력 저하는 다른 과목의 학습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풀지 못하거나, 영어 단어에 대응하는 국어 낱말을 몰라 영어 해석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 지역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 편차 또한 심화돼, 해결책은 ‘전문교사제’ 도입
한편, 대도시와 읍면 지역 학생 간의 학업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3 국어에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은 ▲대도시 8.2% ▲읍면 지역 13.8%였고, 수학 역시 ▲대도시 9.7% ▲읍면 지역 19.7%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특히, 중3 영어는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대도시에선 5.4%에 그쳤지만, 읍면 지역에서는 10.5%에 달하며 두 배가량 차이가 났다. 대도시 학업성취도가 읍면보다 월등하게 높은 것에 대해 교육부는 읍면 지역에 이주 배경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주 배경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어, 영어 학업성취도는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기초학력 미달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홀한 정책적 지원 또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의원은 “기초학력 부진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시작돼 누적되는 문제지만, 이를 진단하고 중재할 체계가 부족하다”라고 주장하며, 일부 교육청에서는 ‘전담 교사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명칭만 바꿨을 뿐 실질적인 지원은 미흡하다고 전했다. 이에 강경숙 의원과 좋은교사운동은 기초학력 미달학생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문교사제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전문교사제 도입은 기존의 담임교사나 상담교사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기초학력 부진학생에 전문적이고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안적인 인력 체계”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김성천 교수는 한국교원대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청 차원에서도 나름의 정책을 적용하고 있으나, 진단만 진행하고 실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예산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이에 AI나 디지털 학습플랫폼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기초학력 미달학생은 학습 의지가 부족하고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습플랫폼만으로는 이 학생들을 유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담교사의 활용에 더하여 1수업 2교사제나 보조교사를 활용하여 수업 중에 교육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순간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다,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수업 내 지원 ▲학교 내 지원 ▲학교 밖 지원, 3단계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 1단계 : 수업 내 지원
수업 내 지원은 정규수업 시간에 학습 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초학력 미달학생에게 맞춤형 지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기초학력보장 선도·시범학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지난 2018년에는 협력교사제를 통해 단위학교의 수업 내 지원 정책이 추진되었으며, 2020년부터는 이러한 선도·시범학교가 중학교까지 확대 운영되고 있다.
# 2단계 : 학교 내 지원
학교 내 지원은 단위학교 내 다중지원팀 구성을 통해 학생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으로, 두드림학교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두드림’의 의미
영어 Do-Dream
기초학력 부진학생들의 꿈과 끼를 실현(Do-Dream)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학교
우리말 두드리다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두드려 활짝 열게 하는 학교
학교 구성원들의 마음을 두드려 소통과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학교
정책 사업 간 칸막이를 두드려(소통하여)
학생 중심의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학교
두드림팀의 구성
두드림팀은 기초학력 미달학생 중 복합적인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 내에 설치한 단위학교 다중지원팀으로, ▲학급활동을 관리하는 총괄 ▲프로그램을 계획 및 운영하는 업무담당부장 ▲업무담당교사 ▲담임교사 ▲전문상담사 등의 주도와 ▲학부모 ▲행정실장 ▲행정직원 등의 협력을 통해 구성된다. 두드림팀이 목표하는 기초학력 미달학생은 학습과 학습습관·동기, 정서행동, 돌봄 측면에서 한 가지 이상의 어려움을 지닌 학생으로, 이는 일반학급에 속해 있는 경계선 특수학생과 특정 정책 사업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다중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학생도 포함하여 지원한다는 점에서 특징을 가진다.
# 3단계 : 학교 밖 지원
학교 밖 지원은 ▲학습장애 학생 ▲학습 결손 누적 학생 ▲ADHD 등의 정서·행동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 ▲돌봄(보육) 부족 학생 등 학습뿐만 아니라 비학습적 요인에 의한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담임교사와 교과교사가 지도·지원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 지원으로,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지난 2011년 교육부가 공모한 ‘기초학력 정신건강’ 우수교육청에서 선정된 ▲서울 ▲대구 ▲대전 ▲전남 ▲경북 5개 교육청에서는 선도적으로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설치하여 전문인력 구축 및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이에 더해 여러 시도교육청에서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충북 지역의 기초학력 미달학생에게 다가서다 … 충북기초학력지원센터, 충북학습종합클리닉센터
# 충북기초학력지원센터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총 65개의 시도기초학력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충북 지역의 경우, 충청북도교육청 직속 체계에 충북기초학력지원센터가 있다. 충북기초학력지원센터는 전담 장학사와 실무 인력을 중심으로 각 교육지원청 및 단위학교와 긴밀히 협력하여 지역 특성과 현장 수요를 반영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다채움 활용 기초학력 진단 집중기간’을 운영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맞춤형 학습을 지원 중이다.
도내 교사들이 직접 개발한 다채움 기초학력 진단검사(이하 다채움)는 학생들이 이전 학년도에 학습해야 할 최소한의 성취 기준에 도달했는지 확인하는 검사로, 교과별·영역별 분석 결과를 제공하여 문항에 대한 피드백과 보정 학습이 가능하다. 이러한 다채움의 문항 개발은 지난 2023년에 처음으로 2,715개 문항이 개발되었고, 2024년에는 10,505개 문항이 추가되었다. 충북교육소식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2025년에는 10,605개 문항을 개발할 계획이며, ▲결과 통지 양식 개선 ▲향상도 검사 온라인 제공 ▲이주배경학생 대상 번역본(베트남어, 중국어, 러시아어, 몽골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채움의 문항 분석을 통해 문항의 질을 제고하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문항개발위원 역량강화 연수를 강화할 계획이라 덧붙였다. 윤건영 충청북도교육청 교육감은 다채움이 학생 맞춤형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출발선이라 강조하며, “다채움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정기 점검 진행 및 현장 소통을 통해 다채움을 학교에 안착시킬 수 있도록 촘촘히 지원하겠다”라고 언급했다.
# 충북학습종합클리닉센터
충북학습종합클리닉센터는 도교육청 충북센터와 ▲청주 ▲충주 ▲제천 ▲옥천 ▲괴산·증평 ▲진천 6개 지역의 각 교육지원청 내에 위치한 지역거점을 연결하여 학생의 정서·행동 발달 지원을 통한 기초학력 증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문제 유형에 따라 진단, 분석하여 찾아가는 맞춤형 학습코칭서비스와 전문심리치료기관 연계 학습치료서비스를 지원한다.
기초학력 보장은 모든 학생이 최소한의 학습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국가 교육의 기본 책무이다. 「기초학력보장법」과 시행령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교원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서는, 전문성과 사명감을 갖춘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