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검소한 삶을 살며, 많은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희망을 나눴다. 특히, 종교계 지도자로서 다양한 가르침을 남겼다. 그중, God is young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암시한 가르침은 인상적이다. 이번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불어교육과 최이정 교수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삶을 살아가며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가치관을 배워 보고자 한다.

God is young (사진 / 아마존 제공)
God is young (사진 / 아마존 제공)

 

Q1. 교수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God is young이라는 책으로, 주된 내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날의 젊은이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이 책은 종교를 벗어나 모든 사람, 특히 복잡하고 험난한 이 시대에 젊은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가치관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어요. 아쉽게도 이 책은 현재 절판이 됐기에 우리 학교 도서관에는 영어본인 God is young이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빌려볼 수 있어요. 제목이 재밌지요? ‘신은 젊다라는 내용으로, 제목 자체가 책의 내용이 뭔가 획기적일 것임을 암시해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갖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과연 희망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돼요. 저는 이 책에 희망에 대한 거창한 정의가 나올 줄 알았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이란 우리가 선하기만 하면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요. 결국 희망은 그 실현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고, 이것은 세상의 얄팍한희망과는 차원이 다른 것임을 알 수 있어요.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부조리 속에서도 인간미 넘치고 살맛 나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열쇠는 젊은이가 쥐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젊은이는 기성세대, 특히 노년층과 협력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이 두 계층의 중간에 있는 중장년층이 중재자 역할을 맡을 수 있는데, 주의할 점은 중장년층이 젊은이들을 자신의 경쟁 상대로 보아서는 안 되며, 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작년 여름에 청주 시내 한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종교 서적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저는 주말에 시내의 서점에 종종 가요. 책을 꼭 사러 가는 건 아니고, 요즘 사람들의 관심이 무언지, 어떤 책들이 잘 팔리는지 구경하는 건 재밌어요. 때로는 제 수업이나 연구에도 아이디어를 줘요. 이 서점은 새 책과 중고 책이 함께 있어서 거의 새 책을 중고로 구입할 수 있어서 좋고, 편히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서 부담 없이 가게 되는 곳이에요.

 

Q3. 그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 책은 생각을 진취적으로 하자’, ‘나부터 변화하자라는 생각을 갖게 했어요. 저 자신을 돌이켜볼 때 제가 능동적이지 않고 남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호의를 베풀어주길 바랄 때가 많아요. 이 책의 내용은 사고의 혁명이라고 느꼈어요. 내가 희망을 만들 수 있고, 내가 희망의 근원이라는 걸 깨닫게 했어요.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하고, 이것은 바른 가치관의 정립과 생활 속에서 마음의 훈련이 필요해요.

 

Q4.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 구절은 우리가 매일의 삶에 감사하는 것이 삶을 대하는 가장 기본자세임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청년은 열정과 기쁨이 자산이며,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남과 다름, 나약함을 가진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남과의 비교, 서열화가 도처에 만연해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청년 각자가 가진 자신만의 개성과 자신감을 없애버립니다. 건강한 사회란 개성을 가진 사회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있는 존중 받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입니다.

 

(2) 희망을 갖는 데는 단지 사람이 선하면 된다. 하느님은 어떤 경우든 우리가 행하고 생각하는 모든 선을 본다. (중략) 장벽은 대화와 사랑으로 허물어진다. 우리가 말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장벽을 친다면 우리는 더 강하게 말할 것이고, 장벽 반대편에 있는 사람 역시 우리와 똑같이 느끼고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가 선을 행한다면 소리 지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 마지막 문장의 울림이 크게 다가오네요. 우리가 선을 행한다면 소리 지르는 것, 즉 타인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쓰고 나의 사사로운 이익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나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타인을 위하는 이러한 행위는 타인에게 영감을 주고, 또 다른 선을 낳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3) 좋은 교육자란 매일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자이다. “오늘 내 안에 놀라움이 들어올 수 있도록 과연 열린 마음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라고 자문하는 자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저 자신을 돌아봤어요. 제 모습을 비춰봤을 때, 보통 제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러 교실에 들어가지, 학생들에게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잘 안 가져요. 이 말은 미래의 교사인 우리 학교 학생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말이에요.

 

(4) 좋은 교육자나 좋은 부모가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뭐지? 먼저 공부하고 난 다음 다시 말하기로 하자.

앞선 좋은 교사에 대한 구절과도 연결된 것인데, 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는커녕 오히려 죽여버리는 이런 말은 교육자가 할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교육자라는 직업이 새삼 어려운 직업임을 느껴요.

 

(5) 우리가 진정 자유롭다고 느낄 수 있을 때는 언제일까요? 인간은 자신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게 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이 캠퍼스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이 구절을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자유는 근본적으로 나에게서 오는 것이지, 타인에게서 오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어요. 우리는 보통 남 혹은 내가 처한 환경을 탓하면서 나는 자유롭지 않다고 말해요. 그런데 진정한 자유의 출발점은 나 자신을 통제하고 내 욕구를 조절해서 나 자신과의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이 구절은 말합니다. 이 의미의 자유는 매우 철학적인 사유여서 우리 삶에서 그 실천이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가 자신을 잘 아는 힘, 즉 자기 성찰력을 길러야만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6) 교육을 책임진 이가 할 일: 느끼는 것을 배우고 행하라, 생각하는 것을 느끼고 행하라, 생각하는 것을 행하고 느껴라.

이 말은 교육계 종사자에게 큰 울림을 주는 말입니다. 불어라는 외국어를 가르치는 제게도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 행하는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학습을 계획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제 수업을 예로 든다면, 불어 혹은 프랑스 문화에 관계된 것에 대해 학생들에게 느낌을 묻고 이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더 자주 가져야겠다고 느낍니다.

 

Q5.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이 책은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지만, 특히 교육계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가 이 세상의 수많은 가치 중 어떤 가치를 중요시해야 나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남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 수 있는지를 차분히 설명해 주는 책이기 때문이죠. 삶의 길잡이가 되는 가치관의 문제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어요.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요즘 우리에게 부족하기 쉬운 대화를 통해 배우는 사람이 되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타인과의 진정한 대화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내 중심성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한, 대화는 사실 말이 아닌, 그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에요. 나와 다른 경험, 나와 다른 환경 속에 있는 타인과의 대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때마다 용기를 내어 대화하기를 포기하지 말고, 때로 내 의견을 주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깨닫게 해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이 세상은 우리가 가지는 마음가짐에 따라 우리가 살고 싶은 곳, 더 알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얼마 전, 우리 불어교육과에서는 스승의 날을 함께 축하하는 행복한 식탁행사가 있었어요. 수업 시간 외에 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서 제가 몰랐던 중요한 사실들에 대해 알게 됐어요.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먼저 학부생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학부생들이 학교와 학과에의 소속감을 가지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저 자신은 어떤 노력을 했나, 또 이것에 대해 다른 분들과 어떤 소통을 했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무엇보다 우리 학과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의 마음이 대화에 활짝 열려있다고 느껴서 행복했어요.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대화는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대화,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대화라고 생각해요. 학기 말이 다가오고 방학이 곧 시작됩니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여행, 새로운 만남으로 내 마음을 살찌우는 시간을 만들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