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하(윤리교육·22) 학우
우리나라의 학령기 장애인들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학교에서 전문적인 보호와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그러나 이들이 학령기를 채워 성인이 된다면, 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학교의 울타리가 사라진 성인기 장애인들은 일차적으로,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들 중 장애 정도가 심하여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의 경우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하여 생활할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거주시설을 “거주공간을 활용하여 일반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시설”로 정의한다. 2024년 12월 기준 우리나라에는 1,524개소의 장애인 거주시설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장애인 거주시설 내 학대 사건들이 주목을 받으며 장애인 거주시설의 폐지, 즉 ‘탈(脫)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올해 2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자립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립지원법은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주거전환 및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립지원법 통과를 두고 사람들 사이에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장애인들의 주거 선택권 보장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입법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에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수요에 비해 장애인 거주시설이 부족한 현 상황에 부적합하고 ▲중증발달장애인들에게는 오히려 거주시설이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 등을 근거로 자립지원법의 폐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이 청원은 64,774명의 동의를 받아 현재 보건복지위원회로 회부된 상태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학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학교가, 또 수많은 교사들이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 왔더라도, 그리고 실제로 그런 학교가 거의 전부이더라도, 그것과 반대되는 사건이 단 한 건만 일어나면 학교는 다시 불신의 대상이 된다. 이런 현상은 학교뿐 아니라 유치원 등의 교육기관에서도 반복된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이 공간들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지, 이 공간들이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극단적인 결론이 아닐 것이다.
뉴스에는 중증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장애아동의 피살률은 동일 연령대 전체 아동과 비교했을 때 6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시설이 사라진다면 중증발달장애인들이 돌아가게 될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는 그들에게 얼마나 안전한 곳일까. ‘장애인 주거시설이 중증발달장애인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는 이번 국민청원의 문구는 모두에게는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아직 우리 사회에 장애인 주거시설이 존재해야 할 이유 역시 남아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어쩌면 우리 모두가 동의할 만한, 우리 사회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자립한 후에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이다. 시설의 존폐를 논하기 전에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 성인기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정책적·제도적 지원과 견고한 사회안전망의 구축 등의 충분한 준비와 숙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미래에 우리가 가르칠 장애 학생들이 언젠가 학교를 떠나 평생을 살아가야 할 바로 그 사회이다. 그들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