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꼭 한국교원대학교에 입학해야겠다”
7살이던 2012년 어느 날의 다짐이었다. 당시의 나는 교사가 되고 싶었고, 국내 유일 종합교원양성대학에서 교육자를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돌이켜 보면, 어린 나이에 비해 성숙한 생각이었다. 평소 구체적인 목표를 상상하고 글로 작성하면 달성 확률이 높아진다고 믿는데, 놀랍게도 나는 13년 전 일기에 기록한 꿈을 이루었다. 상상하던 모습과 실제 학교생활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으나, 오랜 꿈을 바탕으로 입학했던 교원대의 전경은 기대만큼 아름다웠고,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 특유의 따뜻함을 가지고 있었다. 각지에서 온 사람들에게서 지역 방언을 조금씩 배우게 되어 나 역시 ‘교투리’를 쓰고 있음이 흥미로웠고, 입학 후 재방문한 교육박물관은 여전히 설렘으로 가득했다. 내가 워낙 학교에 대한 애정이 깊다 보니, 동기들이 생일에 ‘청라미’ 캐릭터를 담은 케이크를 선물해 준 일화도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학교에 대한 애정을 이어 왔고, 교원대를 향한 나의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우리학교에 대한 관심이 가장 컸던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시기였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은 수능도 치르고 수시 원서도 작성하다 보니, 막대한 입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느낀다. 나 역시 인간관계, 학업성적 등의 변인으로 다사다난한 수험생활을 보냈는데, 교원대에 입학하고 교사가 된 미래를 상상하면 버틸 수 있었다. 9월이 되어 수시 원서를 쓸 때의 나는 ‘교사가 되어 교과 교육의 실제를 경험하고, 교육과정과 같은 교육 연구를 하고 싶다’라는 꿈이 확고하였고, 6장의 수시 원서 중 한 장으로 교원대학교를 작성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었다. 오히려 여러 전형에 중복 지원할 수 있는 다른 학교와 달리, 한 장의 원서만 지원이 가능한 우리 학교 대입 규정을 보며 안타까워했었다.
수능도 끝나고, 면접을 준비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라는 매체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 신문의 기사를 통해 학교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고등학교 시기에 꾸준히 한국교원대신문을 챙겨 보았었기에, 면접 준비 과정에서 기사를 읽는 일은 복습을 하는 기분이었다. 당시에 내가 기자의 이름을 유심히 보지는 않았으나, 여러 편의 기사를 읽다 보니 낯이 익은 이름이 더러 있었다. 입학 전 신문사에 지원하고 면접을 응시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사무사를 작성하신 전(前) 편집장님을 마주했고, 그 순간 심장이 뛰었다. 최선을 다해 면접에 임한 결과 최종 합격하였고, 수습기자로 활동하는 시간 동안 나에게 ‘한국교원대신문 기자’라는 꿈을 꾸게 한 기자님과 외부 취재도 다녀오고, 콘택트 메일 작성법부터 ▲기사 인터넷 발행 ▲인터뷰 질문지 구성 ▲대면 인터뷰 진행 ▲취재용 카메라 사용법 등 크고 작은 업무를 배웠다.
대학교 1학년 1학기의 나는 신문사 생활 외에도 학내 공연 동아리로 활동했고, 여러 대외 활동에 참여하였는데, 이것 역시 한국교원대신문 속 선배 기자님의 칼럼 내용에서 영감을 받은 결과였다. 나의 입시부터 대학 생활에 이르기까지 한국교원대신문은 나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나는 특정 기자를 넘어 신문사 활동을 통해 만난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생각해 왔다. 진행하는 활동의 수도 많고, 전공 수업의 과제도 많아 며칠간 밤을 새울 때도 있었고, 주변 사람과 라포르를 형성하기 위해 친목 행사에 자주 참여하는 것이 필요함을 인지하였지만, 그보다 신문사 일을 우선으로 여겨왔다. 과거의 선택이 모여 구성한 현재에 그 시간을 돌아보면, 난 수습기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왔고, 다시 과거로 가도 이곳에 들어오기를 택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와 사랑 및 이별에 관해 대화한 경험이 있다. ‘진심을 다한 사람은 이별 후 슬픔은 느끼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그날 대화의 결론이었다. 색과 체 작가의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에서도 ‘사랑할 때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미련 없이 앞서갈 수 있겠지만, 그 자리에 남아서 후회하는 것은 곁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지 못한 사람의 몫’이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성 간의 사랑을 넘어, 살아가며 마주하고 사랑하는 많은 것에 이 문구를 적용할 수 있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느낄 만큼 어떤 대상에, 어떤 행위에, 어떤 과업에 진심을 다하면 마음을 다하는 사랑 속에서도, 예고 없이 찾아온 이별 속에서도 미소 지을 수 있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지금, 한국교원대신문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