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윤(일반사회교육·24) 학우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 미키17’2054년 얼음 행성 니플하임을 배경으로 한 SF 스릴러이자 블랙 코미디다. 영화는 죽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주인공 미키17’을 중심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 사랑과 희생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미키17익스펜더블이라는 특수 직업을 가진 인물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 죽으면 새로운 복제체로 대체된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다. 그는 살아 있고, 고통을 느끼며, 죽음이 여전히 두렵다. 미키17은 탐사 중 얼음 구덩이에 빠져 행성의 생물체 크리퍼와 마주치고, 살아 돌아온 후 새롭게 만들어진 미키18과 협력하게 된다. 두 사람은 탐사대장 케네스와 대립하며 아기 크리퍼를 구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결국 미키18의 희생으로 평화를 되찾는다.

이러한 영화 미키17’은 우리가 생각해 볼만한 내용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이는 미키17이 수도 없이 들어온 질문이며, 이 질문은 반복될수록 점점 그를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사실 이 질문은 영화를 관람하는 우리조차도 미키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존재에게 이를 묻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과 두려움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미키17의 대답은 여전히 죽는 건 끔찍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다시 태어날 것을 알면서도 죽음이 무섭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그도 다른 인간과 다를 바 없는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보여준다.

한편, 친구 티모마저 얼음 골짜기에서 목숨을 잃기 직전인 미키를 앞에 두고 나의 무기가 괜찮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또 다른 타인들은 미키에게 싸구려라고, ‘내일이면 다시 생길 목숨 뭐가 소중하냐라고 조롱한다. 이러한 인식을 갖고 인간인 미키를 그저 다시 만들면 되는,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존재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든다. 물론 익스펜더블의 임무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죽음에 이를 만큼 가혹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 당사자인 미키17도 모른 채로 음식을 먹게 해 테스트를 하는 것, 아직 죽지 않은 미키를 사이클러에 그대로 밀어버리는 것 등의 상황은 인간 생체 실험임을 넘어,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극단적으로 훼손하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익스펜더블이라는 존재 덕분에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지만, 동시에 인간 자체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는 이 상황은 역설적이며, 충분히 우리가 고민해볼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모두가 미키를 그저 임무를 수행하는 소모품으로만 본 것은 아니다. 미키의 여자친구인 나샤에게 주목해 보고자 한다. 영화를 보면, 미키가 새롭게 만들어짐에 따라 각각의 미키의 성격이 조금씩 달랐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미키18이 등장했을 때까지도 그녀는 모든 미키를 사랑했다. 심지어 미키17이 자기 자신인 미키18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녀는 모든 미키를 사랑해 주었다. 이러한 부분은 우리 인간의 지니는 사랑의 힘은 무엇인가에 대한 울림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나조차도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사랑해 주는 타인의 존재란 과연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타인이 주는 사랑의 감사함과 우리 인간이 서로에게 갖는 사랑의 깊이, 위대함, 그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서로를 이해,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은 결국 각자의 유한한삶을 보다 가치 있고 소중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지 않았다면 앞서 볼 수 있었던 미키17, 18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서로를 대하고, 각자의 이기심 속에 살아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미키17’은 죽음, 사랑, 자아, 미래의 인류 등 다양한 주제로 고민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미키17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내가 미키였다면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갔을까’, ‘결국 미키17과 미키18을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가등을 고민해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을 더욱 가치 있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생각도 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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