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학우들에게 “어디에서 왔어?”라고 물으면 특정 지역으로 공통적인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 전국 각지로 대답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우리학교는 다양한 이유로 전국 각지에서 온 학우들이 많다. 그렇기에, 전국 각지의 사투리를 사용하는 학우들을 우리학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한국교원대신문 505호 기획면에서는 우리나라 지역별 사투리의 특징 및 차이를 자세히 알아보며 같은 단어라도 지역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학교 학우들이 표준어라고 생각했던 사투리와 소멸하여 가는 사투리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우리나라 지역별 사투리 특징 및 차이 알아보기!
우리나라는 ▲경기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 ▲강원특별자치도 ▲경상북도 ▲경상남도의 8개 도로 이루어져 있다. 함께 제주특별자치도를 포함한 지역별 사투리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본 우리학교 학우들이 쓰는 사투리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방언: 표준어와 다른 각 지방의 언어 체계나 개별적 단어
# 경기도 사투리
경기도 사투리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기(京畿)’라는 말의 유래부터 알아야 한다. ‘경기’란 왕이 살고 있는 도성의 외곽지역을 말하는 것으로, 왕과 왕실을 지키고 보호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왕과 왕실을 가까이 두고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들이 쓰는 ▲말 ▲음식 ▲의복 등에 커다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 사투리가 한양, 표준어와 많이 닮아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래서 경기도 사투리는 산이 낮고 강이 많은 지역 특색을 그대로 이어받아 부드럽고 다정한 어투가 특징이다.
*우리학교 학우: 대걸레->마포
# 강원특별자치도 사투리
강원특별자치도 사투리는 태백산맥 내부 및 동쪽에 있는 영동과 태백산맥 서쪽에 있는 영서로 나누어진다. 영동방언은 지리적으로 동북방언과 북부 동남방언의 사이에 있어서 이 두 방언의 접촉방언적인 특징과 독자적인 특징을 보이지만 영서방언은 음운·문법의 특징이 경기도방언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최명옥 교수가 저술한 《국어의 방언 구획》에 따르면, 영동의 ▲위쪽은 북단 영동 사투리 ▲중간은 강릉 사투리 ▲남쪽엔 경북과 강릉 사투리가 섞인 삼척 사투리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학교 학우: 모두->마커/벌써->하마/어린이->얼라/형편없다->매련이 없다
# 충청도(충청남도 & 충청북도) 사투리
충청도 사투리는 말을 축약하면서도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느리게 말하며 듣는 사람에게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있다. 또한 거친 표현을 순화시키는 특징으로 ‘돌려 말하기’를 자주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1989년 충청남도 부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소년시대》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맛깔스럽고 능수능란한 충청도 사투리를 들어볼 수 있다.
*우리학교 학우: 고단하다->대간하다
# 전라도(전북특별자치도 & 전라남도) 사투리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라남도는 가깝다는 이유로 두 개의 사투리를 통틀어 ‘전라도 사투리’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억양과 강세도 다를 뿐만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말도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전북특별자치도는 ‘-잉’,‘-디’로 끝을 맺는 특징이 있지만 전라남도는 말을 시작할 때 ‘음마’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또한 ‘내버려두다’는 말을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내비둬’라고 하지만 전라남도에서는 ‘냅둬 부러’라고 하는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 《타짜》의 아귀 역할로 출연한 배우 김윤석의 말이나 영화 《황산벌》을 통해 전라도 사투리의 말맛을 느껴볼 수 있다.
*우리학교 학우: 까치발->꼿발/귀염성스럽다->귄있다/어머->워메/단단하다->깡깡하다
# 경상도(경상북도 & 경상남도)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는 억양이 강하며 발음이 세고 빠른 편이다. ‘ㅅ’ 발음이 많이 살아 있어 간혹 쌍시옷 발음을 그냥 시옷으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요’ 대신 ‘-소’를 많이 사용하고 문장 끝에 ‘-데이’,‘-마’ 같은 어미를 붙여 친근감을 나타낸다. 더불어 상대방에 대한 높임말과 반말의 구분이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영화 《핸섬가이즈》에서 감정표현이 솔직한 경상도 사투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우리학교 학우: 어지간하다->앵간하다/역시->내나
# 제주특별자치도 사투리
말은 하기 어려워도 알아들을 수 있는 다른 지역 사투리와 달리 제주특별자치도 사투리는 의미를 짐작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이국적인 단어와 표현이 많다. 그 이유는 바다를 두고 내륙과 떨어져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리적 특성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바람이 많이 불어 상대방이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받침에 ‘ㅇ’이 많이 붙게 되었다. 또한 고어(古語)가 많이 보존되어 있고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 어휘가 상당수 남아 있어 특수성과 언어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사투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우리학교 학우: 야무지다->요망지다/비좁다->쪽잡하다/온통->복작
◇ 같은 단어라도 지역마다 표현은 다르게?!
다른 지역에서 살다 온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똑같은 노래, 단어인데도 불구하고 다르게 표현해 신기했던 경험을 다들 한 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역의 지리적, 문화적 특성 등에 따라 같은 단어라도 표현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일상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번에는 같은 단어지만 지역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예시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 편 가르기 노래 (출처: SBS 뉴스)
서울: 데덴찌, 엎어라 뒤짚어라
대전: 우에 우에 우에 시다리
군산: 흰둥이 검둥이
청주: 앞쳐 뒤쳐 앞쳐
대구: 뺀다 뺀다 또 뺀다
전주: 으라 으라 으라 으라 쎄요
제주: 하늘과 땅이다 일러도 모르기 이번엔 진짜 이번엔 가짜 못 먹어도 소용없기
# 부추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표준어: 부추
경기도, 강원도 지역 중심: 부추
전라남도, 전라북도, 충청남도, 경상남도 일원 등: 솔
경상남도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경상도 전역 등: 정구지
제주도: 세우리
# 묵찌빠 (출처: 정책주간지 K공감)
서울: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찌빠
인천: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먹고먹고 쏭~ 하나빼기
전라도: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싹싹싹 가위바위보
강릉: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되어 꽃이 피어 워야워야 워이
청주: 감자에 싹이 나서 이파리에 헤이만보 하나빼기
평택: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훠이훠이훠이 하나빼기
◇ 우리학교 학우들에게 들어보는 “이것도 사투리야?”
사투리의 사전적 정의는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이다. 사투리의 반대말인 표준어의 사전적 정의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다. 그렇다면 모든 서울말은 표준어일까? 국립국어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말도 사투리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라고 답했다. 즉 서울 사람이 쓴다고 다 표준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기준’과 ‘인식’에 따라 표준어는 사투리로, 사투리는 표준어로 변화한다.
한국교원대신문은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우리학교 학우들을 대상으로 사투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45명의 학우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사투리를 공유해주었다. 그 중 ‘땡초’,‘맵싹하다’와 같이 우리학교 학우들이 표준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사투리였던 단어들을 들어보자.
# 편지지1
안녕하세요~ 제주도가 고향인 4학년 학부생이에요. 입학 전 신입생 환영 학과 카페에서 육지 생활은 처음이라 떨린다고 했던 게 어제 같네요. 저는 ‘뺄라지다’가 사투리인 줄 몰랐어요. “야이 무사 빨라졈지? 걍 곱아졍 이서게” 주로 이런 식으로 쓰는데 ‘뺄라지다’는 튀다, 까불다의 의미랍니다. “얘는 왜 이렇게 까부니? 그냥 가만히 있어라” 정도로 해석될 수 있어요.
#편지지2
제가 제주어인 줄 모르고 자주 썼던 표현으로는 ‘쪽잡하다’라는 표현이 있어요. 표준어로 표현하자면 ‘공간이 매우 좁다’라는 표현이에요. 예를 들어 매우 좁은 공간에 친구들이랑 들어간 경우 “어우, 쪽잡해! 옆으로 좀 가봐!” 이런 식으로 저는 자주 썼던 것 같아요.
# 편지지3
‘타슈’는 대전광역시 공유 자전거 이름이에요. 어릴 때부터 들어서 우리나라 공유 자전거는 전부 다 타슈라고 부르는 줄 알았어요. ‘타세요’라는 말보단 ‘타슈’라는 말이 더 정감있게 들려서 좋아요. ‘타슈 타다’라는 문장도 ‘타’가 두 번 들어가서 귀엽게 느껴져요.
# 편지지4
‘차를 받치다’라는 사투리가 있어요. 주차한다는 뜻인데 전북 사람인 저는 거의 평생을 이게 사투리인 줄 모르고 살았어요.
수도권은 ‘졸리다’, 경상도는 ‘잠온다’를 사용해요. 하지만 광주는 둘 다 쓰며, 피곤함의 정도가 바로 잘 수 있을 정도로 강하면 ‘잠온다’, 조금 피곤하면 ‘졸리다’를 사용해요.
방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임’이 경기도 사투리라고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요.
경기도라 잘 모르겠지만 ‘쪼까(조금) 기다려봐’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에요.
◇ 소멸하여 가는 우리 사투리의 중요성
지금까지 우리는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8도 사투리를 알아보았다. 학우들이 공유해 준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특색 있고 매력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한 사투리가 점차 없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립국어원의 ‘2020 국민의 언어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표준어 사용 비율은 56.7%로 2005년에 비해 9.1% 증가하였고, 반대로 방언 사용자는 5.4%가 줄어 43.3%에 그쳤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점차 사투리를 쓰는 것을 꺼리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시계열 분석 결과, 2010년 이후 ‘때와 장소에 따라 구분하여’ 표준어와 지역 방언을 사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쓰지 않는 문화는 자연히 소멸한다. 지역별 사투리들은 그 자체로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유산이기 때문에 보존할 필요성이 엿보인다.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은 매일신문에서 “언어의 곳간을 넓히고 채우기 위해서는 표준어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사투리를 통해 다양한 언어를 발굴하고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투리 소멸을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지자체와 국가가 법을 제정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와 진주시는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 ▲진주 사투리 조례를 만들어 사투리 보전 및 육성에 힘쓰고 있다. 다음 예시로 사투리 연극대회를 여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 ▲단양 사투리 경연대회 ▲경상도(청도군) 사투리 경연대회 ▲전라도 사투리 경연대회 등 다양한 사투리 축제가 전국에서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노력보다도 효율적인 방법은 우리가 우리의 인식을 바꿔 사투리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희대 조현용 교수는 “사투리는 표준어를 잣대로 고쳐야 하는 말이 아니라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표준어를 기준으로 사투리를 바라보기보다는 고유한 문화로서 사투리의 가치를 되짚어볼 필요성이 엿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