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강원도 속초에서 현장체험학습(이하 현장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건 이후, 교육계에서는 현장학습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가 교원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9%가 현행 현장학습이 학생뿐 아니라 교원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오는 6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해당 개정안을 둘러싸고도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상황이다. 이에 각 시도교육청은 학교 현장 내에서 교원과 학생 모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각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학교 현장의 목소리 … “교사 혼자서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모든 학년 교사가 현장학습 반대 의견을 냈다”라며 최근 교사들이 현장학습 안전사고 관리에 큰 부담을 느낀다고 전했다. 수원의 다른 초등학교 교사 B 씨는 “현장학습을 2학기로 미뤘다”라고 밝히며 현장학습을 추진하기 어려운 교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교총이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유치원·초·중·고 교원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현장학습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학교는 51.7%에 그쳤다.
이렇듯 현재 학교 현장에서 현장학습 기피 현상이 확산하는 이유는 지난 2022년 강원도 속초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 때문이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현장학습 도중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고, 춘천지방법원은 인솔 교사에 대해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사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 없는 현장학습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춘천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어 “교사를 보호해야 할 교육 당국과 관리자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교사 개인이 홀로 책임지도록 방관해 왔다”라고 지적하며, 교육부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해 학생과 교사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오는 6월 21일부터 ‘학교안전법’ 개정안 시행 … 시행령 구체화 vs 교사 부담 가중
지난해 11월 28일,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학교안전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현장학습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교직원이 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면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된다는 것이다. 홍민정 변호사는 시사IN 저널을 통해 개정된 면책조항을 살펴볼 때 안전조치 의무 수행 여부는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안전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3월 13일, 충청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총남교총)가 교원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현장학습 운영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교원은 53.1%에 그쳤다. 반면, 시행령 구체화가 오히려 교사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교총 강주호 회장은 “현장학습 매뉴얼에 규정된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과도한 행정업무를 양산”한다며, 교사의 역할과 무관한 영역까지 업무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교육청 차원에서 검증된 보조 인력을 구축하고, 학교 요청 시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각 시도교육청의 노력, ‘단계적 매뉴얼 수립’부터 ‘보조 인력 고용 지원’까지
이렇듯 현장학습을 둘러싼 교육 현장의 혼란이 결국 학내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두고 교사와 교장 간에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제주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전체 교직원 회의를 통해 교사 전원이 현장학습을 취소하자고 의견을 모았으나, 학교장이 현장학습이 필요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갈등이 고조되었다. 경기도 양양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교사들은 현장학습을 미루자고 했지만, 학교장이 논의를 피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한편, 일부 학부모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기회가 제한된다는 이유로 현장학습 취소에 대해 아쉬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의 한 학부모는 안전 지침을 강화해서 현장학습이 정상 운영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전시교육청은 숙박형 수학여행 컨설팅지원단 연수 등 현실적인 방안을 실시하며, 정상적인 학사 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를 지원하고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2025년도 현장체험학습 운영 지원 기본 계획’을 일선 학교와 교사들에게 공지하며, 현재의 안전사고 예방 및 대처 방안을 수정해 ▲안전계획 수립 ▲안전사고 발생 시 ▲안전사고에 대한 보상 절차 등 단계적 매뉴얼을 수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