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전국 고등학교의 개학과 동시에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에 따른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이 이루어졌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 및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이다. 2020년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의 부분 도입으로 시작된 고교학점제는 2025학년도가 되어서야 전국 모든 학교에서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 진로탐색을 위한 학생 중심형 미래교육의 핵심,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

고교학점제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의 자기주도적 학습 ▲교육체제 전반의 변화 등을 위해 문재인 정부 시기부터 초·중등교육분야 핵심 국정과제로 자리 잡았다. 본 제도는 학습의 주체인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학습할 수 있으며, 교원이 수업·평가에 대한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교원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빈 박사(前고교학점제 중앙추진단 사무국장)는 “고교학점제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제 우리 교육 내에서도 학생 중심의 학생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지고, ▲국가 중심 ▲교사 중심에서 탈피한 교육이 진행될 수 있다”라며 고교학점제를 평가하였다.

 

◇ 고교학점제 시범운영과 전면 도입의 비교 ··· 다양성과 자율성 확대되고 평가 방식도 변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전후 비교 (표 / 박보경 기자)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전후 비교 (표 / 박보경 기자)

일반계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고교학점제의 시범 운행과 전면 도입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첫째, 과목 선택의 자유 확대이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고교 교육과정 내 과목은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으로 구분된다. 2015 교육과정에 기반한 시범 운영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융합선택과목’이 신설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둘째, 평가 방식의 변화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보통교과에서 상대평가 9등급제를 활용하고 생활기록부 내에 ▲과목 평균 ▲수강자수 ▲표준편차를 기재한 것과 달리 고교학점제 내에서 보통교과는 5등급 상대평가로 개편된다. 표준편차를 공개하지 않되, 성취도별 분포 비율을 새롭게 기재한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셋째, 졸업을 위한 기준 변화이다. 수업 단위에 따라 졸업 가능 여부가 결정되었던 이전 교육과정과는 달리 고교학점제 체계에서는 3년간 192학점 취득 시 졸업을 인정한다. 학점을 채우기 위한 각 과목의 이수 기준은 수업 횟수의 3분의 2 이상 출석 및 학업성취율 40% 이상으로, 학업 성취도를 반영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외에도 참여형 수업이나 프로젝트형 수업 등 교수법이 다양화된다는 것이 시범 도입 및 미시행 시기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입시 문화 변화··· 교육 평가 영역의 공정성 논의가 필요해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제정하기 위해 진행된 만큼, 2025년 3월이라는 전면 도입 시기 또한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는 소재였다. 그러나, 1학년 1학기의 경우 대부분의 고교에서 ▲공통국어1 ▲공통수학1 ▲공통영어1 등 과목명이 변화했을 뿐, 고교학점제 도입 이전과 큰 차이 없는 교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충청북도교육청 소재 고등학교 교사 A씨는 한국교원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개학한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아 잘 체감되지 않는다. 고교학점제에 맞는 교육과정 편제는 완료되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도입 초기에는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평가도 해보고, 선택과목 수업도 진행하며 불편함을 느끼고 보완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동일 학교 1학년으로 재학 중인 B양은 “선생님들이 고교학점제 설명은 하시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내년부터 고른 과목에 따라 수업도 듣고, 대학교 진학도 준비하려니 걱정이다”라며 고교학점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와 목적이 학생의 더 나은 교육을 위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각에서는 고교학점제로 인한 입시 체제 변화가 내신 평가제 변화와 맞물려 교육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5등급제 개편에 따라 특수목적고등학교에서의 내신 확보도 비교적 쉽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에 대해 김정빈 박사는 “5등급제 변화는 대입에서 내신 경쟁의 의미를 약화시킨다. 중요한 것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는 학업 능력과 적극적으로 과목을 선택하고 진로를 탐색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오히려 자사고, 외고, 서울 강남지역 8학군 등의 인기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고교학점제는 교육불평등을 해소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그 플랫폼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생활 중 본인의 특기와 적성을 발견하고, 더 나은 미래의 설계하고 싶은 학생 및 지지하는 학부모와 교사까지 교육 3주체의 관심대상이다. 전면 도입 후 1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현재는 학교 현장 내 체감이 미미하지만, 학생선택형 교과목 수업이 진행된 이후 고교학점제의 영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면 도입의 진행과 더불어 해당 제도에 대한 지속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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