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왔던 고등학교에서는 장애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모은 소위 ‘도움반’이라는 특수한 반이 있었다. 이때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같은 학급의 도움반 학생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느꼈던 깨달음을 다루어 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했던 봉사활동이 무의미한 시간 낭비, 혹은 귀찮기만 한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은 나에게는 많은 이득과 함께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경험이었다. 나는 이때 경계성 지능을 가지고 있어 학습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돕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함께 수업을 들으며, 모르는 걸 알려주기도 하고,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고, 나도 그 아이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 한 명의 평범한 학생이자 친구에 가깝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던 활동이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관계와 함께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내가 얻은 첫 번째의 이득이다. 두 번째 이득은 조금 속물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바로 주변의 평판이다. 도움을 주게 된 학생과 너무나도 긍정적인 관계를 맺게 된 나는 그 친구를 돕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이와 같은 태도는 향후 나에 대한 좋은 평판과 타인의 긍정적인 인식으로 돌아왔다. 사소한 경험과 도움이 긍정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미래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학급 대표로 나서는 등의 기회를 얻고자 할 때도 이득을 주었던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만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가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 세상에는 도저히 다가가기 싫은 사람, 남의 도움을 이용하는 사람, 나를 무시하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도 우리는 먼저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이 사람들에게는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성경책을 보면, 4대 성인 중 하나인 그 예수님마저도 성전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분노하며 채찍을 휘둘렀다. 나는 이 장면을 접하면서 상대에게 무조건 잘해주는 것만이 선의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게으른 누군가가 나에게 무언가를 대신해달라고 부탁한다면, 그걸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꾸짖는 것이 선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써 이어지기 위해서는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선의를 베풀 때도 나와 상대의 상태를 신중히 보고 그 과정에서 상대가 배려받을 만한 존재인지, 나의 상태는 어떤지, 어떤 배려를 해야 하는지 등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 나를 희생한다면 나를 배려하지 못한 것이고, 상대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무작정 다가간다면 오히려 그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논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사랑한다면 그를 편하게만 둘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위한다면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하고 싶다면 그 사람과 나를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렇다면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해서 타인을 먼저 도와야 하는가? 그 답은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바탕으로 누군가를 도우려 할 때 직접 느낄 수 있다. 아주 간단한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이때 알아야 할 것은, 행복과 성공은 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타인과의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나와 관련 없던 누군가를 돕는 사람은, 단기적으로는 타인을 대가 없이 도우며 손해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 많은 이득이 존재한다. 타인에게 먼저 도움을 주는 사람은 받은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인상을,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좋은 평판을 얻으며 팀워크의 중심이자 더 많은 기회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성공의 피라미드 맨 위와 아래에는 남을 돕는 ‘기버’가 있습니다. 이때 피라미드 위의 기버들은 자신의 것을 챙기면서 남을 도와 전체의 이익을 크게 만드는 이기적인 이타주의자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 교수 아담 그랜트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타인을 돕는 행위는 단기적으로는 나의 손해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와 남을 살피며,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바탕으로 타인을 돕는 사람은 장기적으로는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렇기에 오늘은, 타인에게 먼저 간단한 도움을 주며 이기적 이타주의자의 삶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