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윤현지(컴퓨터교육·21)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자기 개발에 쏟는다. 공부하고, 프로그래밍에 성공할 때 인생의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과연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학교 성적표나 대학 이름이 답일까? 수없이 고민해 왔던 질문이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입시를 경험하고, 사회의 시선을 바라보며, 고등학교 교사가 되어서도 이 질문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특히 학생들을 만나면서 성적과 대학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체감하게 되었다.

교실에서는 매일 감정이 달라지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1등급이 아니면 좌절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과연 1등급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교육이 지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학생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이 가진 가치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늘 고민한다. 정보 교사로서, 담임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늦은 밤까지 상담하다 보면 아이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시험이 끝난 후, 학생들은 자주 교사를 찾아온다. “선생님, 인생 망한 것 같아요. 어떡하죠?” “시험을 망쳤어요. 엄마한테 말도 못 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이처럼 고개를 숙이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의 가치는 성적이나 시험 점수로 규정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들의 노력과 성장을 누구보다도 깊이 느낀다.

다양한 책을 보고, 우즈벡에서 프로그래밍 교육봉사를 진행했을 때,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별화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꿈을 키우며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진심 어린 피드백을 주는 어른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보면 각자 타고난 재능과 장점이 눈에 띈다. 어떤 학생은 친구를 돕고, 어떤 학생은 정리 정돈을 잘하며, 또 어떤 학생은 분리수거에 성실히 임한다. 학생들은 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고, 분리수거 게임을 누구보다도 창의성 있게 만들어낸다. 그리고 주변 학생들을 위해 논문 활용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들이 가진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인 면모들이 눈부시며, 언제나 응원하고 싶다.

어른들이, 교사들이, 그리고 사회가 학생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면, 아이들이 자존감을 잃고 무너지는 경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찾아 성공의 경험을 쌓고,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된다면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년 발표되는 청소년 행복지수를 볼 때마다, 주변의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걸 볼 때마다 많이 고민하게 된다. 적어도 제 주변에 있는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해지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협업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길 바란다. 학생들이 서로 돕고, 프로그래밍이나 다양한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아붓는 모습을 보면 저도 함께 행복해진다. 대학 시절 신문사에서 꾸준히 교육에 대해 고민했던 순간들이 교사가 되어서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받는 감동적인 말은 저에게 큰 힘이 된다. 전학을 간 학생이나 졸업한 학생이 찾아와서 선생님은 제 가치를 알아봐 준 진정한 어른이셨어요라고 말할 때, 정말 큰 감사를 느낀다. 그 말을 들으면, 제가 노력해 온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행복이 밀려온다. 이처럼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서로의 존재를 지지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꾸준히 의견을 나누고, 같이 글을 읽고 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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