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 열두 살의 장남 ‘아키라’가 크리스마스 전까지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한마디로 세 명의 동생을 보살피며 벌어지는 아동 방임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이다. 아키라는 크리스마스를 넘겨도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떠올리며 점차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확신하게 된다. 이번호 컬처노트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외면해선 안 되는 비극적인 현실을 마주해 보자.
◇ 당신은 몰랐던, 아동 방임의 참혹한 현실
1988년 일본 도쿄에서 일본 아동법의 근간을 흔들어 놓은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이 발생했다. 비닐봉지에 담긴 유아의 시신 두 구는 백골화가 진행되어 이미 죽은 지 꽤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당시 아이의 뱃속을 확인해 보았지만 먹은 음식이 없어서 음식물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고, 각자 아버지가 달랐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의외의 인물 때문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았고 아무도 찾을 수 없었던 이 아이들을 유일하게 지켜볼 수 있었던 사람, 바로 집주인이었다. 집주인은 몇 달간 밀린 월세를 이유로 그 집을 종종 찾아갔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엄마는 출장을 갔어요”, “저는 학원에 가야 해요”라며 자리를 빨리 피하려고 했고, 집주인이 문틈 사이로 보았을 때는 늘 아이들만 있었다는 것이다. 집주인은 이상한 점을 깨닫고 경찰과 함께 그 집에 들이닥치자, 내부는 썩은 음식과 빨래들로 가득했다. 장남이 자신의 친구 두 명과 함께 유기한 시체 한 구가 세상에 알려진 후 아이들이 떠난 그 집 벽장에서 시신 한 구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치아로 나이를 추정해 본 결과 생후 6개월 정도였고, 이사를 할 때마다 냄새가 나지 않도록 비닐에 탈취제와 시신을 함께 보관하며 이동했다.
◇ ‘아무도 모른다’ - 누군가는 알았다
어두운 곳에는 빛이 들지 않아 그곳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1988년 도쿄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의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아동 학대, 그중에서도 방임에 관하여 다루었다. 아동 방임과 그로 인한 심리적 상처를 주요 테마로 다루고 있으며 아키라가 동생들과 함께 남겨져 살아가는 상황으로 아동을 둘러싼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와 부모의 무책임을 묘사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가정의 비극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를 폭로하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 특히 사회적 무관심이 어떻게 피해를 본 어린이들에게 극단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사건에서는 그 어떤 아이도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발견할 수 없는 ‘유령 아이’라고 불렸는데, 집주인의 신고로 이 아이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집주인이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상함을 느끼고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이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아무도 알 수 없었던 아이들이었지만 누군가는 알 수 있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점차 강해지는 사회에서 타인을 위한 시선이 머무르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이들은 발견되지 못했지만, 현실에서는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보게 된다.
◇ 당신은 이제 알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나 있다. 《아무도 모른다》 역시 가족이 주는 보호와 안전이라는 당연한 가치가 사라져가는 현실을 그리면서 가족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이 영화에서는 기존 생각해 오던 가족의 개념이 무너지고 아동들이 어떻게 그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또한 《아무도 모른다》는 일본 사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아동 방임 문제는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으며 사회적 책임과 관심 부족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일본 사회의 문제를 넘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이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따라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는 아동 방임과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관객들에게 사회적 책임과 인간적인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감독의 섬세하고 적나라한 연출 방식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아키라의 눈빛에서 한참을 벗어나지 못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도 이러한 경험하길 바라며 컬처노트를 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