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종북과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전국 단위의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이다. 그리고 긴급 담화문 발표로 시작된 비상계엄 상황은 결국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며, 약 6시간 만에 종료되었다.
비상계엄은 종료되었지만, 그 여파는 컸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약 2달의 기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적 갈등 문제는 심화하여 ‘정서적 양극화’가 가중되었다. 정서적 양극화란 자신이 지지하거나 소속된 집단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호감이나 신뢰를 가지나, 그렇지 않은 집단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반감이나 불신을 가지는 경향을 의미한다. 지난 1월 21일 한국갤럽에서 사흘간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96%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84%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양분되어 이뤄지고 있는 행태를 통해 여론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짐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인터넷에선 서로를 비방하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하여 서로 간의 불신과 갈등이 조장되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끼리, 더 나은 길을 향한 상호작용이 절실한 요즘이다.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이해 및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수용해 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것은 정치적 갈등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닌, 모든 갈등 상황에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얘기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한다. 그리고 그 외의 정보를 무시하는 사고방식에 쉽게 사로잡힌다. 즉, 확증편향(確證偏向)에 빠지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대중매체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영상, 검색, 책 등 다양한 방법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에 부합한 정보만을 수용하면, 선입견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객관성 또한 결여되어 합리적인 선택에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다. 당장 유튜브나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부합하는 내용에는 무조건적인 칭찬 댓글이, 그 반대는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고찰해 보아야 한다.
갈등과 혐오가 난무하는 요즘이다. 정치적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 남녀 갈등 …….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비처럼 쏟아지는 갈등이 당장엔 크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갈등을 건강하게 대처한다면 다시 땅이 굳듯 우리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갈등을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는 타인의 의견도 수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보를 무시하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