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라디오, MC 등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아나운서를 우리는 쉽게 TV로 접한다. 종합교원양성대학인 우리학교에서도 교사가 아닌, 아나운서로 근무 중인 졸업생이 있다. 한국교원대신문 502호 오늘의 청람에서는 우리학교 음악교육과를 졸업하여, 부산MBC 아나운서로 10년째 근무를 이어오고 있는 정경진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1. 아나운서가 되기로 한 계기나 배경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인생계획곡선’에서, 20대 후반을 ‘MBC 입사’로 채워두었어요. 당시엔 과제 제출을 위해 멋져 보이는 직업 중 하나로 아나운서를 꼽았었는데, 사실은 마음속에 욕심이 있었나 봐요. 이후 우리학교에 입학하면서 꿈이 구체화 됐죠. 연주회 준비, 학교 홍보모델, 축제와 가요제 MC 등을 도맡아 하며 이 방면으로 자신감을 가졌어요.
Q2. 아나운서 준비에 있어 우리학교 재학 중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학교만의 특권을 열심히 누렸어요. 집 걱정, 밥걱정 없이 4년 내내 기숙사에 살았고요. ▲자매결연학교 해외연수 ▲영어캠프 ▲교육봉사 등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에 아낌없이 지원했어요. 이외에도 ‘양성평등문화제’에서 흑인음악동아리(K-Groove) 1기 친구들과 우승한 일, MBC 일밤 ‘오빠밴드’에 출연해 교원대 홍보를 한 것, 교내 라디오 방송 DJ 등 여러 활동에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바르게 써야 할 의무를 진 저에게 국어교육 복수전공을 한 것도 큰 자산입니다. 이 기세를 몰아서 학교 이름을 걸고 KBS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해 역대 최고점으로 우승을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카메라 감독님이 모니터링을 해주면서 “아나운서를 준비해 보는 게 어떻겠냐”라고 물어봐 주셨고, 그 말을 덜컥 물고 시작해 버린 거죠.
Q3. 아나운서로서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뉴스를 진행할 때는 앵커로, 매거진 프로그램이나 특집방송에서는 MC로, 이제 8주년을 향해가는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에서는 연출 및 DJ ‘찐디’로 부산시민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중 라디오는 특별히 애정이 좀 더 큰데요. 아나운서의 정체성은 뉴스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라디오는 따뜻함과 다정함을 선물해 줬어요. 감사 인사나 마음의 위로 등을 통해, 신기하고 행복한 날들을 보냅니다. 이외에도 부산의 캐릭터 ‘부기’와 캠페인을 촬영하거나,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출연하는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Q4. 아나운서로 재직하면서 겪은 보람차거나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나운서’는 뿌듯함을 매 순간 느끼기에 특화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방송이라는 것은 사고나 실수의 위험성이 동반되는 것인데 무탈하게 방송을 잘 끝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아침잠이 많은데, 5년 가까이 진행했던 새벽 뉴스를 잘 마무리하던 날에 스스로 칭찬을 많이 해주기도 했고요. 라디오 PD로서 직접 기획한 공개방송이나 특집 인터뷰 등은 물론이고, 3분 10초짜리 라디오 뉴스를 하나 끝내고도 뿌듯함이 들어요(웃음).
여러 방송과 행사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교원대 관련 일들일 텐데요. 제 동생도 교원대를 졸업하였는데, 졸업하던 학위수여식의 사회자로 함께하게 됐을 때, 꽤나 멋진 언니가 된 것 같아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동생 친구들 데리고 홍장군 가서 한 턱 쏠 때 제일 뿌듯했답니다.
Q5. 아나운서로 재직하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힘든 순간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엊그제까지 연락했던 친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때, 유산을 해서 아기를 한 번 잃었을 때. 매우 극단적인 상황들을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 제가 겪었던 일들이고 그때도 어김없이 방송했답니다. 저는 공감형 방송을 좋아해서 라디오에서는 개인적인 경험들도 자주 이야기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없는 너무나 개인적인 일들. 그로 인해 슬픔이 가득 차 있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방송해야 하는 그런 날들을 감당해 내기가 조금 벅차요.
매일 정오에 어김없이 나타나 희망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사람이기에, 또 밝고 힘찬 제 목소리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기에 그 시간에 충실히 방송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가끔 허무감이 올 때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방송에서만큼은 청취자들의 사연에, 뉴스 대본에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힘듦이나 슬픔에서 비교적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꼭 아나운서가 아니라 선생님들께서도 학교에서는 개인적인 일과 무관하게 전문적으로 수업하시니 마찬가지일 거로 생각합니다.
Q6. 이외에도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오롯이’,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게, 고요하고 쓸쓸하게’의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두 빛깔을 가진 오묘한 이 단어는 ‘내가 웃는 등 뒤엔 고독이 따르겠지만 그건 날 오히려 더 강하게 하지’라는 노래 가사와도 똑 닮아있어 그 시절의 저를 참 많이 위로해 줬답니다. ‘온전하게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의 고요하고 쓸쓸한 시기가 필요한 거구나’, ‘성공할 사람에게 고민이 많은 건 당연한 거구나’라며 말이죠. 어떤 모양의 30대를 맞이할지 잘 모르던 그때, 제가 심취했던 이 단어를 공유합니다. 훗날 여러분의 빛깔을 오롯이 내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