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여부 학교의 자율에 맡겨져 … 일선 현장에서 혼선 예상돼
지난 12월 26일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지만, 지난 1월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해당 법률은 국회로 돌아가게 되었다. 따라서 당분간 AI 디지털 교과서는 교과서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었으며, 2025학년도 도입 여부는 일선 학교의 선택에 맡겨진 상태이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내실과 실효성에 의문에 품는 의견도 있는 한편, 시대의 흐름에 맡게 다양한 교육을 시도할 수 있어 환영한다는 입장이 대비되는 상황이다.
◇ AI 디지털 교과서, 교육자료로 격하될 뻔하였으나, 당분간 교과서 지위 유지
지난 12월 26일 국회에서 야권의 주도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소프트웨어에 교과용 도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과 AI 디지털 교과서를 학생들이 이용함으로써 ▲문해력 하락 ▲디지털 기기 중독 ▲개인정보 침해 및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 등이 주된 이유이다.
하지만 1월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번 개정안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교과서 사용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였다. 당장 다가오는 2025학년도에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 여부는 학교의 자율에 맡겨졌다. 다만 국회의 재표결이 남아 있고, 교육부와 교과서 발행사 사이에 가격 책정과 관련한 견해 차이가 큰 만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AI 디지털 교과서, 14,225건의 수정·보완 권고 … ‘내실에 의문 제기’ vs ‘교육격차 완화에 이바지’, 대비된 반응 보여
지난 1월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검증하기 위한 청문회가 개최되었다. 해당 청문회에서 정을호 의원은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증을 통과한 AI 디지털 교과서 76종에 대해 14,225건의 수정·보완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서책형 교과서의 수정·보완 권고에 비하면 3.7배가 넘는 수치이며, 수정 시간이 10일에 불과했다는 점 등을 들어 AI 디지털 교과서의 내실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와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AI 디지털 교과서는 검정 공고 절차, 교원 지위 법정주의와 교육제도 법정주의를 위반한 사안”이라며, “가처분 신청 및 헌법 소원 등을 고려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AI 디지털 교과서의 무리한 추진을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민국교원조합이 교육위원회 김대식 의원에게 제출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교사 236명과 학부모 368명 중 62.7%의 응답자가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자료가 아닌 교과서의 지위를 유지해 모든 학생에게 안정적으로 보급돼야 한다’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라고 답하였다. 이들은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 향상 ▲교육격차 완화 ▲효과적인 수업 전략 수립 ▲교사 업무 부담 경감 ▲학생들의 학습 동기 강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 인터넷망 정비와 AI 디지털 교과서 가격 책정 및 예산 편성 등 갈 길 멀어 ….
2024년 9월 교육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2024년 제4회 학교 유무선망 정책협의회 전문위원회’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본격 도입을 위해 10Gbps급 인터넷망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하지만.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원회 고민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11,774곳 중 10Gbps급 인터넷망이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으며 98.2%의 학교의 인터넷 속도가 1Gbps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6.6%에 해당하는 7,836곳의 학교에서 10Gbps급 인터넷망 설치 계획이 없다고 답하였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구독료 측정에도 문제를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육부는 과목별 연간 구독료를 37,500원으로 제시하였지만, ▲울산교육청은 11,667원 ▲강원·충남·부산교육청은 35,000원 ▲서울특별시교육청은 37,500원 등 전국 시도교육청이 각기 다른 가격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1,766억 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하였다. 서책형 교과서와 달리 개발 및 유지보수가 필요하므로 개발사에서는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으며, AI 디지털 교과서의 채택이 학교의 자율에 맡겨져 수요 파악이 불가능해져 교육 당국과 개발사 모두 구독료 책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구독료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