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성인이 되어 대학에 입학한 순간, 12년의 학창 생활과 나를 둘러싼 여러 환경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정해진 시간표 속에서 정해진 수업을 듣던 학생은 시간표를 직접 짜고, 다양한 활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자유와 함께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지는 않는가? 우리는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낭비하지 않고 있을까? 502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중국어교육과 김도경 교수와 함께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으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
Q1. 교수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여러 책들이 생각나는데, 누구한테 추천한다기보다는 순수하게 저의 학부 시절 추억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책 하나를 이야기해 볼까 싶습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흔히 자기계발서로 불리는 책이에요. 서점에 갔을 때 비즈니스나 경영 쪽 섹션에서 찾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처세술과 달리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하지는 않아요. 원칙이나 철학, 태도나 가치관 등을 주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학부 시절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어요. 대형 서점은 물론이거니와 구내 서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죠. 그런데 제가 그 책을 찾아보게 된 건 제가 참석했던 특강과 관련 있어요. 당시 강사가 교회 목사님이었는데, 강의 도중에 그 책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어요. 성스러울 것 같은 목사님이 세속적이기 그지없는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셈이죠. “무슨 책이기에 교회 목사가 경영 섹션의 베스트셀러를 추천할까?”라는 호기심이 그 책을 읽었던 직접적인 계기였던 것 같아요.
Q3. 그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가 어른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도 비슷하리라 생각하는데, 저도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항상 주어진 것만 했어요.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한 적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죠.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다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수업도 내가 알아서 선택해야 했고, 넘쳐나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내가 결정해야 했어요.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았는데, 현실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낯선 사람을 계속 만나게 되는데, 나와 너무 다른 그들과 도대체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 망막했어요. 거의 1년 가까이 집에서 멍하니 빈둥거리거나, 혹은, 주위에서 하자는 대로 끌려다녔던 것 같아요. 뭔가 대단히 바쁘게 산 것 같았는데, 학기가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한 게 없었죠. 그 생활이 문제인지조차 몰랐던 시절, 그 책이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것 같아요.
Q4.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정확한 문구는 기억이 안 나는데, 거기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라는 설명이 있어요.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은 그냥 놔두라는 뜻이죠.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저도 그랬죠. 그 바람에 정작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그르치고 말죠. 스티븐 코비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해요. 그리고 그런 시간이 계속되면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고 지적해요. 자기 영역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죠. 예전에는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스티븐 코비는 이것을 성공으로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Q5.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1993년의 나’와 같은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어른이라고는 하는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어른 같은 행동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그런 학생들 말입니다.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은 분명 찾을 수 있을 겁니다.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꿈이나 삶의 방향, 혹은 로드맵 같은 것을 좀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오는 일종의 ‘사명 선언문’과 같은 것이지요.
‘좋은 교사’는 너무 막연하고 소박한 것 같아요. 이를테면, ▲교육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를 바라본다든지 ▲국회에서 교육 현장과 교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게 되길 꿈꾼다든지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든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교육의 가치가 잘 드러날 수 있는 작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든지 등 그런 구체적인 표현을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이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