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생활과 대학교 생활을 비교했을 때, 제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역시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지 않을까. 물론 우리학교의 경우 1, 2학년 때 기숙사에서 의무적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 외에도 동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학과의 경우 전공 수업 일정으로 인해, 거의 모든 수업을 동기들과 함께 듣는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 식사 야간자율학습 등의 일정들을 함께 소화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비하면, 대학교는 보다 자유롭고 개인의 일정이 많아졌다. 때문에 나는 처음 입학했을 때 조금은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친구들을 잘 사귈 수 있을까하는 걱정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새내기답게 동기들과 1학년 1학기에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학과 행사들도 많았지만, 그 이외에도 밥이나 술 약속을 많이 함께했다. 지금 1학기 때의 캘린더 일정을 살펴보면 어떻게 그렇게 많이 밖에 있었는지, 많은 약속을 잡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또 우리학교에서 생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인간관계 중 하나는 기숙사 의무 입사 기간 동안 함께하게 되는 룸메이트일 것이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한 친구들도 있었겠지만, 나의 경우 집에서 통학했기 때문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집을 벗어난 공간에서 내가 잘 생활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나의 첫 번째 걱정이었고, 두 번째는 2인실에서 함께 생활하게 될 룸메이트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런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룸메이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생활하는 데에 있어 사고하는 방식이 나와 비슷했던 점이 가장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적당히 서로에게 신경을 쓰고, 적당히 무던하게 살다 보니 함께 지낸 1학기가 거슬리는 점 없이 편안하게 지나갔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뿌듯하다.

이렇게 다소 걱정되었던 대학교 생활이지만 좋은 동기와 선배들, 그리고 룸메이트를 만나 1학기를 잘 보낼 수 있었다. 처음이었기에 적응하기 바쁘던 1학기를 지내고 나니 생각나는 것은 함께 고등학교 생활을 한 친구들이었다. 서로가 각자의 대학에서 할 일을 하고 살아가느라 주기적으로 연락은 했어도 잘 만나지는 못했다. 내게 가장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들은 모두 청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때 비로소 어른들이 왜 성인이 되면 친구들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붙어있다가 몇 달을 얼굴도 보지 못하게 되니 아쉬움이 컸다. 특히 가장 고난이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별 내용이 없더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고, 잘 살고 있는지 물었던 것 같다. 동기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학교 내의 일들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는데, 친구들을 만나면 학교에서 벗어난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친구들과의 약속이 내겐 일종의 환기를 하는 역할이 되어주기도 했다. 최근 들어 나와 내 친구들의 재미는, 서로의 학교를 소개해 주는 것이다. 서로의 학교 근처에서 약속을 잡아서 각자의 생활 반경을 공유하는 것으로, 우리에겐 사소하지만 재밌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것은, 가족이다. 대학교 입학 전까지 쭉 본가에서 생활하다가 기숙사 생활로 집을 벗어나게 되니 아직도 어색한 느낌이 남아있다. 야간자율학습으로 인해 늦게까지 학교에 있던 고등학교 시절에도 하루에 한 번은 얼굴을 보고,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잠을 자곤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또 나의 경우 본가에 가면 몸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풀리는지 잠을 너무 많이 자게 돼서 챙겨간 할 일도 못하고, 함께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을 보내고 오게 되기 일쑤라서 점점 본가에 가는 횟수를 줄이게 되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앞서 동기와 선배들 등 학과 사람들 룸메이트 친구들 가족 등 내 주위에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해 얘기했다. 2학기의 끝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나의 대학교 1학년을 돌아봤을 때, 내 곁에 있어 준 소중한 사람들이었기에 한 번 추억해 보고자 적게 되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적어도 몇 년의 대학교 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 이들은 나와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의 주위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관계들일 것이다. 때문에 나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 주위에 계속해서 있을 사람들이라고, 이제 친해지고 익숙해졌다고 해서 그 소중함까지 잃어버린 채 편하게 대하지 말기를. 오래 볼 사람일수록 더 신경 써서 소중하게 대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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