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생활과 대학교 생활을 비교했을 때, 제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역시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지 않을까. 물론 우리학교의 경우 1, 2학년 때 기숙사에서 의무적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 외에도 동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학과의 경우 전공 수업 일정으로 인해, 거의 모든 수업을 동기들과 함께 듣는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 ▲식사 ▲야간자율학습 등의 일정들을 함께 소화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비하면, 대학교는 보다 자유롭고 개인의 일정이 많아졌다. 때문에 나는 처음 입학했을 때 조금은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친구들을 잘 사귈 수 있을까’하는 걱정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새내기답게 동기들과 1학년 1학기에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학과 행사들도 많았지만, 그 이외에도 밥이나 술 약속을 많이 함께했다. 지금 1학기 때의 캘린더 일정을 살펴보면 어떻게 그렇게 많이 밖에 있었는지, 많은 약속을 잡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또 우리학교에서 생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인간관계 중 하나는 기숙사 의무 입사 기간 동안 함께하게 되는 룸메이트일 것이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한 친구들도 있었겠지만, 나의 경우 집에서 통학했기 때문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집을 벗어난 공간에서 ‘내가 잘 생활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나의 첫 번째 걱정이었고, 두 번째는 2인실에서 함께 생활하게 될 룸메이트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런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룸메이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생활하는 데에 있어 사고하는 방식이 나와 비슷했던 점이 가장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적당히 서로에게 신경을 쓰고, 적당히 무던하게 살다 보니 함께 지낸 1학기가 거슬리는 점 없이 편안하게 지나갔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뿌듯하다.
이렇게 다소 걱정되었던 대학교 생활이지만 좋은 동기와 선배들, 그리고 룸메이트를 만나 1학기를 잘 보낼 수 있었다. 처음이었기에 적응하기 바쁘던 1학기를 지내고 나니 생각나는 것은 함께 고등학교 생활을 한 친구들이었다. 서로가 각자의 대학에서 할 일을 하고 살아가느라 주기적으로 연락은 했어도 잘 만나지는 못했다. 내게 가장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들은 모두 청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때 비로소 어른들이 왜 ‘성인이 되면 친구들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붙어있다가 몇 달을 얼굴도 보지 못하게 되니 아쉬움이 컸다. 특히 가장 고난이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별 내용이 없더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고, 잘 살고 있는지 물었던 것 같다. 동기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학교 내의 일들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는데, 친구들을 만나면 학교에서 벗어난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친구들과의 약속이 내겐 일종의 환기를 하는 역할이 되어주기도 했다. 최근 들어 나와 내 친구들의 재미는, 서로의 학교를 소개해 주는 것이다. 서로의 학교 근처에서 약속을 잡아서 각자의 생활 반경을 공유하는 것으로, 우리에겐 사소하지만 재밌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것은, 가족이다. 대학교 입학 전까지 쭉 본가에서 생활하다가 기숙사 생활로 집을 벗어나게 되니 아직도 어색한 느낌이 남아있다. 야간자율학습으로 인해 늦게까지 학교에 있던 고등학교 시절에도 하루에 한 번은 얼굴을 보고,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잠을 자곤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또 나의 경우 본가에 가면 몸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풀리는지 잠을 너무 많이 자게 돼서 챙겨간 할 일도 못하고, 함께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을 보내고 오게 되기 일쑤라서 점점 본가에 가는 횟수를 줄이게 되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앞서 동기와 선배들 등 ▲학과 사람들 ▲룸메이트 ▲친구들 ▲가족 등 내 주위에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해 얘기했다. 2학기의 끝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나의 대학교 1학년을 돌아봤을 때, 내 곁에 있어 준 소중한 사람들이었기에 한 번 추억해 보고자 적게 되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적어도 몇 년의 대학교 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 이들은 나와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의 주위에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관계들일 것이다. 때문에 나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 주위에 계속해서 있을 사람들이라고, 이제 친해지고 익숙해졌다고 해서 그 소중함까지 잃어버린 채 편하게 대하지 말기를. 오래 볼 사람일수록 더 신경 써서 소중하게 대해보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