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7, 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촉발되며 학내 갈등이 심화하였다. 이번 논의는 학생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시위와 본관 점거 등 강경 대응으로 이어지며, 갈등의 양상이 더욱 격화되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대학 사회 전반이 직면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 외에도 여러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한국교원대신문 501호 사회면에서는 동덕여대 공학 전환 논란의 배경과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 구조 변화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공학 전환 논의, 동덕여자대학교 학생 반발로 이어지다

동덕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동덕여대 내 갈등의 불씨로 떠올랐다. 지난 117, 학내에 남녀공학 전환 추진설이 퍼지자,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즉각 대학 본부에 공식적으로 사실 여부를 문의했다. 동덕여대 측은 공학 전환 논의가 내부적으로 오가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상정된 바는 없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 측의 답변에 강하게 반발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대학 본부가 남녀공학 전환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사전에 공론화하지 않고 밀행적으로 추진하려 했다고 비판하며, 즉각적으로 공학 전환 반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후 학생들은 본관 점거와 수업 거부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며 학교 측에 신뢰 회복을 요구했다. 한편, 대학 측은 총장 입장문을 통해 공학 전환은 단순히 검토 단계에 있으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과 총학생회 측의 두 차례 면담 끝에 공학 전환 논의는 중단되었지만, 학생들의 본관 점거가 이어지는 등 양측의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면담 이후 입장문을 통해 공학 전환이 전면 철회되지 않는 한 점거를 풀지 않겠다라고 주장했으며, 학교 측은 점거를 지속하며 불법행위를 미끼로, 요구를 관철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맞섰다. 결국 3차 면담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파행으로 마무리되며,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의 시대적 요구인가, 교육 철학의 상실인가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는 여대들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심여대가 가톨릭대와 통합하며 공학으로 전환된 사례, 2015년과 2018년에 각각 덕성여대와 성신여대가 공학 전환을 검토했으나 재학생과 동문회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 또한 여대들이 생존을 위해 변화를 모색한 대표적인 예다. 여대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간 경쟁 심화라는 위기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 방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자원이 감소하면서 공학 전환 논의는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학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남녀공학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권김현영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기획연구위원은 여대가 축적해 온 여성 교육의 철학과 프로세스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하며, 공학 전환이 반드시 생존 전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여대들이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가속화 대학 구조 변화의 필요성 대두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전체 대학들의 구조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대학생 수는 236만 명으로, 2013년 대비 51만 명(17.8%)이 감소했다. 이러한 학생 수 급감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학령인구(621)7147천 명으로 총인구의 13.8%에 불과하며, 해당 숫자는 2060377만 명(8.9%)까지 줄어들 예정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의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학과 폐지와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울산대학교와 부산대학교는 충원율이 낮은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거나 학과 폐지를 결정했으며, 대구대학교도 사회학과 법학부 전자전기공학부 등 6개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태백의 강원관광대학교는 자진 폐교를 결정했으며, 강원도립대학교와 춘천교육대학교는 강원대학교와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일부 대학은 산업 수요에 맞춘 새로운 학과와 융합학과를 개설하며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원광대학교는 응급구조학과를 신설했고, 인하대학교와 인천대학교는 각각 융합학부 중심의 프런티어창의대학과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다. 이러한 변화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 속에서 대학들이 미래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들은 생존과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동덕여자대학교의 공학 전환 논란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대학들이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각 대학이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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