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정 홍천 남산초등학교 교사

어느덧 교직 14년 차를 바라본다. 하루하루는 참 긴데 지나온 시간은 너무 짧은 듯하다. 처음 발령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굳은 결심과 희망찬 포부로 시작한 내 교직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초임 발령받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식사하며 조심스레 꺼낸 말이 너 너무 힘들어 보여.”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 당시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이었는데 아이들 말에도 잘 휘둘리고 교과 내용에 대한 지식만 있었지 학급 경영에 관해서는 참 무지한 교사였다.

얼레벌레 교직 첫해를 마치고 그해 겨울 방학은 나의 제대로 된 교직 생활을 위한 공부와 훈련의 시간이었던 듯하다. 먼저 학급 경영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나의 하루 학급 경영의 루틴을 짰다. 루틴은 매우 사소하다. 아침 시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동 줄은 어떻게 세울 것인가, 아이들 생활 지도는 어떤 단계로 할 것인가 등등. 루틴을 짜놓고 일관성 있게 2년 차의 학급 경영을 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교직 2년 차의 나의 학교생활은 첫해보다 훨씬 좋았다. 그렇게 뚜벅뚜벅 걷다 보니 어느새 교직 14년 차가 되었다.

물론 매해 나에겐 늘 새로운 숙제가 주어진다. 학생들이 어렵고 학부모가 어렵다. 때로는 내가 속한 학교의 문화가, 때론 맞지 않는 동료 교사로 인하여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러한 문제들 앞에서 때로는 너무 힘이 들어 지금 그만둘 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경제적인 부분을 따져본 적도 있고 동료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속을 터놓고 해결책을 구하기도 했다. 어떤 해는 종업식까지 하나하나 달력의 남은 날짜를 세어보기도 한다. 시간은 결국 흘러간다는 마음으로. 그때의 맘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교직 외의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매일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분명 교사의 삶으로 인해 얻게 되는 보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정년까지 교사를 하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나의 앞으로의 학교생활의 고난들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주어졌으면 좋겠다. 또한 이러한 고난들 앞에서 더욱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나의 교직 생활이 나에게 끊임없는 배움을 주었으면 한다.

지금 교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잡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아마 14년 전의 나보다 교사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것에 훨씬 복잡한 맘일지 모른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교육 내외의 환경들, 우리를 너무나 슬프게 하는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 교사의 처우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데 교사에게 주어지는 너무 많은 책임의 강요들이 교사들을 숨을 쉴 수 없게 짓누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일단 교사로서 삶의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길을 응원하고 싶다. 공부하면서 내가 교사가 된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한 것들을 실제의 교육 현장에서 실현해 보길 권하고 싶다. 학교의 힘듦과 여러 모순은 우리가 함께 연대하여 싸워서 더 나아질 수 있는 길을 향해 함께 걸어가 보자고 조심스레 제안한다. 모두에게 무한 응원을 건넨다. 같은 길을 걸어갈 소중한 미래의 점들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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