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험생활, 여러 인간관계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감정을 숨기는 시간과 날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슬퍼도 그것을 표출하기보다, 울지 못하고 숨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오랜만에 내 진짜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어머니와의 사소한 다툼이 있던 여름 아침이었다. 나는 불편한 자리를 피하기로 했고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아파트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파트 도서관에 있는 많은 책 중에서, 에세이집을 읽는 것을 좋아해 책을 고르던 중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라는 에세이를 발견하고 책에 손이 나도 모르게 이끌려 갔다. 나는 어느새 그 책을 펴서 읽고 있었다. 책은 내 안에 자리 잡은 사념과 상처를 방치하지 말고 자신만의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이외에도 다른 구절들도 감정을 참던 나에게 자극이 되었고 어느 순간 나는 엉엉 울며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은 2시간의 시간 동안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다시 기분 좋은 상태로 회복할 수 있었고 한층 더 성장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울음은 뇌의 엔도르핀과 옥시토신 분비를 자극하여 긴장감을 풀고 스트레스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울음을 통해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감정을 억압하는 것을 방지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당연히 운다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현재 지닌 감정을 처리하고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눈물에 리조팀이라는 항균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로부터 신체를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유의미한 울음은 인간에게 주어진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을 보아도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계속 받고 참으면서 상처에 무뎌지고 울음에 무거워지고 있다. 나도 스스로의 감정표현에 서툴다 보니 라는 자아가 사라지고 사회생활을 위한 페르소나만이 남겨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감정을 참게 된 걸까? 나는 모두가 성숙함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울지 않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과거의 사회적 풍조에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가 잘 아는 울면 안돼라는 노래를 보면 왜 울면 안되는지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울면 안 된다고만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감정을 참는 것이 결코 진정한 어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을 줄 아는 사람이 건강하고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표현의 솔직함을 여러 감정 캐릭터들로 잘 보여준다. 영화는 모든 감정, 특히 슬픔이 인간의 경험에 어떻게 필수적인지를 아름답게 보여주며, 우리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 회복 그리고 받아들임의 미학을 알려준다. 영화 속 슬픔이캐릭터는 자꾸 기쁨이를 방해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슬픔이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필요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우는 것은 삶의 문제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도와줘”, ‘슬픔이의 말처럼 기쁨만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표현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개인의 성장에 필수적임을 영화를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이 가야지”,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있고 기쁨이 있기에 슬픔이 있다. 스스로 힘들고 지칠 때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듣는 등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시원하게 울어버리고 다시 행복했던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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