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숙 수문초등학교 교사
다(多)경력자로 우선권이 있어 1학년을 피해 2학년을 썼지만, 교장 선생님의 특별한 부탁으로 뇌전증이 있는 아이를 맡기 위해 수정하여 1학년을 지원하게 되었다. 그 이후 어떤 학교생활이 시작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3월이 되어서 만난 축복이(별칭)는 일단 3~4세 정도의 지적인 수준과 사회성을 지닌 채 학교에 입학한 아이였다. 수업 시간에 교실 옆 연못에 금붕어를 보러 다니고 갑자기 뛰쳐나가거나 나 잡아봐라 식으로 도망을 다녔다. 교실에 와서 앉아 있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을 치고 다니면서 관심을 표시하기도 하고, 때론 엄마 보고 싶다고 울기도 했다. 뇌전증이 문제가 아니었다.
업무도 새롭게 맡아서 젠 메신저로는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전달되었다. 새로 입학한 아이들 지도하랴, 축복이를 찾으러 다니랴 혼자서 담임 교사와 특수교사 역할까지 하면서 전달된 업무 메시지를 읽어 볼 겨를도 없이 오전 시간을 보내곤 했다. 뒤늦게 급한 메신저를 확인하고 부랴부랴 업무를 처리하느라 진땀을 뺀 적이 많았다.
또 축복이로 인해 매일 우리 반 아이들은 축복이가 저를 때렸어요, 밀쳤어요, 물건을 가져갔어요 등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입학한 지 이틀도 안 돼서 학부모로부터는 ‘자녀가 그 아이 때문에 학교 가기 싫어한다.’ 등의 연락을 받았다. 사실 하루도 편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 교육계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담임 교사는 통합학급 아이들을 학급에서 데리고 있는 시간에는 수업을 하면서 장애가 있는 아이까지 함께 지도해야 하는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아이가 학급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담임 교사에게 학부모님들의 민원이 밀려 들어온다. 학기 초부터 지금까지도 그런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아시고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실무사 선생님 등 축복이를 1~2시간씩 맡아서 지도해 주셨다. 4월에 특수아 판정 검사를 신청하여 5월에 드디어 축복이는 특수반 학생이 되었다.
1~2교시는 특수반에 가서 개별지도를 받고, 이후 3~5교시는 우리 반 교실에서 주로 색칠하고 숫자 쓰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수업 중에 일반 아이들 지도와 특수아 지도를 병행하기 때문에 수업을 중단해야 하는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교육청 특수업무 담당자에게 전화하여 어려움을 호소한 적도 있다. 그곳에서도 지원 인력이 부족하여 어려운 점이 많다는 하소연을 오히려 들었다. 도대체 우리가 낸 세금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특수아 보조 인력이 부족하면 예산을 이런 아이들을 돌보는 데 써야 하지 않을까? 우리 반에 그 아이를 보조하는 교사 한 명만 준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나와 우리 반 아이들도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축복이도 축복이에게 필요한 교육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이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내가 우리 학급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내어 학급을 운영하였다. 첫 번째로는 학급온도계를 잘 활용하였다.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잘하면 학급 온도를 한 개씩 올려주는 데 축복이가 잘하면 한 개를 올려주게 되면서 아이들은 축복이를 응원하고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축복이와 색칠하기를 같이 해 주고, 놀이 시간에 놀아주고, 모르는 것이나 어려운 것이 있으면 알려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축복이는 진짜 학급 온도계를 가장 많이 올리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두 번째로는 축복이와 놀아주었을 때 개인 스티커 보상을 해 주었다. 스티커는 교육적으로 바른 행동을 훈련하기 위해서 지급한다. 그 후 습관화되었을 때 보상이 없이도 유지하게 하려면 사용하는 전 단계인 셈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축복이와 놀아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내심이 필요하고, 축복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어야 축복이와 어울릴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도전하지 않지만, 어떤 아이들은 기꺼이 배려하고 돕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2024년에 만난 축복이는 이제 우리 반에서 특수한 아이가 아닌 특별한 아이가 되었다. 아이들은 축복이가 잘하면 함께 기뻐하고 좋아해 주었다. 여전히 축복이는 생활 문제로 인해 지도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은 축복이가 잘하면 자신이 잘한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감사하다. 아이들과 함께 매일 아침의 시간을 통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10가지 원칙을 외친다. 그 중 첫 번째,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기가 있다. 아이들은 매일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 나는 교사로서 내가 더 성장해야 함을 깨닫고 있다. 교육시스템이나 제도는 여전히 열악하고 한계점이 많다. 그러나, 교사인 나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은 매일이라는 시간을 가볍게, 담대하게, 불확실함의 은혜로 살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