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어떤 형태로든 이별을 겪어 봤고, 겪어 볼 것이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이별이 있는 반면, 나를 성장시키는 이별,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이별도 있을 것이다. 권혁일의 단편 모음집 첫사랑의 침공은 이루어지기 힘든 관계에 놓여있는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사랑을 통해 사랑의 모든 순간을 담은 로맨스 소설이다.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책은 첫사랑이었던 외계인 색깔을 관장하는 신 혼자가 아니도록 느끼게 해준 외계인 나를 죽이려는 간첩과의 사랑을 다루었다. 이런 특별하다 못해 기상천외한 존재들과의 사랑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중에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이야기 두 개를 꼽아봤다.

 

수채화처럼 나를 물들이는 사랑 <세상 모든 노랑>

미대생인 은 선천적 색각 이상 증세 때문에 평생토록 노란색을 보지 못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영의 눈앞에 밝은 노란색 머리칼을 지닌 사람이 나타나고, 그 사람은 자신이 노란색의 신이라고 소개한다. 영이 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신과 영은 여러 계절 동안 서로를 도와주며 마음 깊숙이 스며들지만, 서로가 다른 세계에 속해있기에 겪어야만 하는 괴로움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외로움에 랑과 이별하려던 영은 랑과 함께 한 시간과 기억이 어느새 자신의 세계가 된 것을 깨닫고 랑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 한편에 고이 간직하기로 한다.

그 기억 모두에는 랑의 손을 타고 전해지던 온기가 담겨 있었다. 랑이 보여 준 건 노란색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랑을 만나기 전에는 몰랐던 세상, 랑을 만난 순간 생겨났던 둘만의 세상. 그 세상에서 보낸 사계절은 단 한 순간도 같은 색이었던 적이 없었다. 매일, 매분, 매초가 저마다의 노랑으로 반짝였다.”

 

수백, 수천 개의 은하를 건너온 사랑 <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

이 에피소드는 삶의 의욕이 없는 서현과 그런 서현이 삶에 욕심을 갖게 만드는 외계인 메로의 사랑을 다루었다. 아빠는 서현을 여섯 살 때 보육원에 맡기고 열 살 생일날 광화문 앞으로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떠났고, 서현은 열 살부터 생일날 하루 종일 광화문 앞에서 아빠를 기다렸다. 그러나 스무 살까지 아빠는 오지 않았고 이에 서현은 지구가 멸망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빈다. 그리고 소원은 불과 3일 만에 이루어지게 된다. 다행히 서현은 지난 1년간 SNS상으로 연락하며 지낸 정체불명의 외계인이 알려준 대로 피신한 덕분에 지구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고, 서현을 만나기 위해 은하를 건너온 외계인과 만나게 된다. 이후 외계인과 만나서 지난 1년간 대화하고 언급했던 지구의 명소들을 둘러보며 사랑을 싹틔운다. 그러나 서현이 전염병에 걸리며 죽을 위기에 처하자, 결국 둘은 균열점으로 가 시간을 되돌리는 모험수를 두려고 한다. 균열점으로 가게 되면, 둘이 다시 만날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죽지만 않으면, 어디에서든 살아만 있다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어. 기억을 잃어도, 서로 다른 은하에 존재한다고 해도, 내가 꼭 서현을 다시 찾아낼 거니까.”

우리가 다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돼?”

“0.00000000001%.”

“0.00000000001%?”

어쩌면 그보다도 더, 훨씬 적을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의 우리도 결국 그런 확률을 뚫고 만난 거야. 0%가 아니란 사실이 중요해. 조금이라도, 정말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어.”

 

다채롭고도 낯선 이별, 단순한 상실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한 부분

우리는 친구와의 이별, 가족과의 이별, 연인과의 이별 등 일상에서 다양한 이별을 접한다. 이별을 겪어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사랑했던 대상과의 추억, 그 순간의 감정과 추억이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느꼈던 행복과 아쉬움을 잊지 못하고, 그리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져 간다. 사랑은 그 자체로 우리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상대방과의 영원을 생각했기 때문에 영원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아닐까?

<세상 모든 노랑>은 주인공들의 이별을 통해 함께한 추억이 어느새 자신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나는 그동안 이별을 하면, 사랑했을 때 함께한 추억이 아프게만 느껴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추억을 곱씹으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추억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서 이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은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이별하는 모습을 통해 세상에는 다양한 이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첫사랑의 침공은 이러한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며, 이별이 단순한 상실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한 부분임을 일깨워 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별을 통해 성장하고, 더 깊은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별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길 바란다.

 

교보문고 제공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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