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포자','수포자'라는 신조어가 뉴스와 같은 매체에 등장하여 일상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심지어 '수학 포기자'를 의미하는 ‘수포자’는 국어사전에 등재되는 등 기초학력 저하에 대한 문제는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주며, 고민거리로 존재하고 있다. 한국교원대신문 499호 교육면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다시 불거진 문해력 문제 및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수포자 문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다시 붉어진 '문해력 문제' … '확대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와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른바 전국에 ‘독서 열풍’이 불고 있지만 학생들의 문해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 5,848명의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는 “곰탕을 실제로 곰을 사용해서 만드는 줄로 알고 있어. 우리나라에 곰이 그렇게 많아요?”라는 질문을 받거나 “사건의 시발점(始發點)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했다”라는 등의 사례가 열거되어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문해력 논란에 대해 어휘 차이가 ‘문해력 논란’으로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0월 8일 씨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어휘력이 문해력의 기초가 될 수 있지만, 어휘력 부족을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 단어란 시간에 따라서 사용을 많이 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 아이들이 ‘두발 자유화’란 말을 알 것으로 생각하는 게 어른들의 문제다”라고 언급하며, 학생들이 어려운 단어나 한자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를 들어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일각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수포자 문제’ … 코로나19, 변별력 강박 등의 원인 예상돼
‘국어가 안되면 수학도 안 된다’라는 학생들 사이에서 통하는 일부 의견이 있다. 수학을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리가 나오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다시 대두되고 있는 문해력 저하 문제만큼 ‘수포자 문제’ 역시 연관되어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10월 13일 종로학원은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중학교 3,277개교의 1학기 내신 시험 성적을 분석했는데 ▲국어(75.8점) ▲영어(71.8점) ▲사회(74.6점) ▲과학(71.3점) 등 모두 70점 이상이었던 다른 과목과 다르게 전국 중학교 수학 내신시험 평균 점수는 68.6점으로 집계돼 주요 과목 중 가장 낮았다.
교육계는 이에 대해 ‘수포자 문제’가 “대면 수업이 멈춘 코로나19 유행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교육부가 6월에 발표한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16.6%가 수학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의 머릿속에 있는 변별력 강박관념’을 ‘수포자’ 증가 이유로 거론하기도 했다. 현직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송영준 전국수학교사모임 미디어국장은 “문제를 낼 때부터 변별력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수포자 양산의 출발점이다”라며, ”자연히 학생들은 수학 시험을 원래 어려운 것으로 생각해, 제대로 공부를 하기도 전에 포기해 버리고 만다“라고 분석했다.
◇ 문해력 저하, ‘수포자’ 해결 위한 여러 방안 등장 … ‘독서로’ 플랫폼, 진단평가 확대 등
문해력 저하 문제와 ‘수포자’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선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맞춤형 서비스로 학생 주도 독서활동을 지원하는 독서교육통합플랫폼인 ‘독서로’를 지난 4월 23일 전면 개통했다. 또한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협업해 만든 한글 지원 프로그램 ‘한글 또박또박’을 통해 개별 학생의 한글 익힘 수준을 파악하고 맞춤 학습지와 성장 결과지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문해력 저하와 더불어 ‘수포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육 당국은 각종 진단평가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학력 저하에 대응하고 있다. 교육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별개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책임교육학년’으로 정한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은 전체 학생이 평가받을 수 있도록 권고하는 상황이다. 충청북도교육청은 올해 처음으로 AI 기반 충북형 학습 플랫폼 ‘다채움’을 활용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부산형 학업성취도 평가(BEST)’를 시행하는 등 전국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일명 ‘국포자’, ‘수포자’라는 신조어가 다방면에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와 정부에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증진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만들고 있는 지금, 관련 정책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엿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