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13일은 ‘실패의 날’이다. 실패의 날은 2010년 핀란드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만든 날이며, 이날엔 ▲학생 ▲창업자 ▲교수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실패 경험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실패를 격려하거나 축하해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실패의 날에 실질적인 재도약, 재도전으로 나아가기 위해 ‘재도전 국제포럼’을 개최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실패의 날에 취지처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형성과 거리가 먼 듯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한 사람들에 대해 ‘그럴 수 있지’라고 수용하는 태도보다, ‘루저(loser)’라고 비하하며 냉대하는 태도를 더 쉽게 볼 수 있다.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할 수 있어’, ‘돈 잘 벌어야 성공할 수 있어’, ‘좋은 성적 나와야 성공한 거야’처럼 우리 사회는 ‘성공’에 집착한다. 그리고 성공을 위해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과 경쟁해 나간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저 실패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失敗)가 단순히 실패로만 끝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한다. 꼭, 성공을 위한 발판이 아니더라도 실패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이 있고, 얻어가는 것이 있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성찰하고 배운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실패를 경험한다. 누구나 경험하는 실패인데, 실패하였다고 실패자로 낙인찍고 비하하며 존중해주지 못하는 태도와 문화는 잘못된 것이다.
“여기선 실패조차 할 수 없으니 마음껏 실패하러 가는 겁니다”, 이번 여름 인기를 끌었던 영화 ≪탈주≫에서 탈북을 감행하는 ‘규남’이 자신의 탈주를 저지하는 ‘현상’에게 한 대사다. 규남은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북을 벗어나 원하는 것을 해 볼 수 있는 철책 너머로의 탈주를 준비 및 실행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저지하는 현상에게 “해 보고 싶은 걸 하다가 실패하고, 또 해 봤다가 또 실패하고, 멋지지 않습니까? 여기선 실패조차 할 수 없으니”라고 말하며, 자신의 뜻을 확고히 한다.
내적인 이유에서든, 외적인 이유에서든 시도조차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돌이켜보면,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에 실패한 것에 대해선 후회가 남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시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항상 후회가 남았다. 후회로 남기는 것보다, 마음껏 부딪히고 실패하는 것이 훨씬 후련하고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실패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그들을 단순 ‘실패자’로 낙인찍을 것이 아닌, 자신의 뜻을 실행으로 옮긴 용기 있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시선을 바꾸고, 실패를 용인할 줄 아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실패에 대해 관대한 사회는, 또 다른 실패를 낳을 것이다. 실패는 시도를 낳고, 그 시도는 언젠가 성공으로 이어진다. 결국 성공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무한히 실패해야 한다.
우리는 여태껏 많은 실패를 해왔고, 앞으로도 수없는 실패를 경험할 것이다. 그런 자신을 책망하기보다,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길 바란다. 자신의 실패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실패를 외면하지 않고 수용해 나갈 때, 비로소 성장하고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 더 큰 꿈을 향한 발걸음에 지속적인 실패에도, 그 누구 하나 손가락질하지 않고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기를 희망하며 이번 호를 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