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를 본 나는 정말 인간이라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언어로 전달할 수 있음이 큰 축복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을 보면 힘이 되고 도움이 되어야 하는 ‘언어’가 오히려 칼이 되거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에 누군가가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497호 컬처노트에서는 책 《언어의 온도》를 통해 서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 한글은 예민하고 섬세하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당신의 언어의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해당 물음으로 책은 시작된다. 여기서 짧게는 ‘어제 무슨 얘기를 했더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길게는 내가 과거에 했던 좋은 말이나 상처 줬던 말 등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정도의 생각만으로도 이 책을 읽기 위한 준비 자세로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들, 그러한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책에 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각자의 ‘언어의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 봤으면 한다고 전한다.
나는 언어의 온도라는 말을 보자마자 ‘아, 차가운 온도의 언어를 경계하라는 거구나!’라고만 생각했지, 뜨거운 언어의 온도의 위험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차가운 온도의 언어도 상대를 해치고 꽁꽁 얼어붙게 만들지만, 너무 뜨거운 말에도 그 이상의 감정이 실리기 때문에 상대에게 버겁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책에는 중간중간 일상 단어들의 몰랐던 이면의 뜻과 유래를 알려주는 구간들이 하나의 포인트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를 들어 미안함을 의미하는 ‘sorry’는 ‘아픈’, ‘상처’라는 뜻을 지닌 ‘sore’에서 유래했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동시에 이런 일상 단어들의 작은 포인트까지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 우리는 타인에게 따뜻한 온도의 언어를 선물해 줬을까?
요즘 SNS, 여러 포털 사이트의 글들을 보면 서로를 사랑해 주는 글보다는 할퀴고 아프게 하는 ‘혐오’의 글이 많아지고 있다. 작가는 <진짜 사과는 아프다> 파트에서 “언제부턴가 사회는 염치를 잃어버린 것 같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혐오 사회로 변질되는 바탕에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더라도 타인에 대한 사과나 반성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음에 있다. 작가는 “진짜 사과는 아프다”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진짜 사과’를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내가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내서 스스로가 아픈 경험을 하지 못했기에 따뜻한 온도의 언어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라고 물어본다면 ‘스스로에 대한 마음의 여유’라고 답할 수 있겠다. 정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아감을 느낄 때 우리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를 찍어야 한다고 작가는 전한다. 이전 기자칼럼에서도 ‘여유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듯 현재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멈춤’인 것 같다. 스스로 멈출 수 있다면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자신에 대한 용서가 필요하다. 삶의 이정표를 잃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이며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 “말이 당신의 삶을 구할 수 있나요?” - “그럼요.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구하죠”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파트에서는 ‘비긴어게인’을 소재로 한 작가의 생각이 나온다. 비긴어게인의 개봉 전 이름은 ‘음악이 당신의 삶을 구할 수 있나요?’였다. 해당 질문에 작가는 “그럼요, 때론 음악이 인생은 물론 영화까지 구해내곤 하죠”라고 답했다. 나는 이 구절이 가슴에 콕 박혀 계속 곱씹으며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는, ‘말(言)’에 대입해도 결국 같은 함수의 값처럼 동일하게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준 위로와 희망이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고 용기가 된다. 반대로 지치고 더 이상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나에게 손이 되어주는 말의 힘은 참 위대하다.
비긴어게인의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어둡기만 했지만 결국 음악을 매개로 서로가 힘이 되어 일어난다. 말도 똑같다, 서로가 힘이 되어 포기했던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말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상처가 되는 말은 아끼고 칭찬처럼 좋은 말은 아낌없이 해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