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 중인 시급한 사업 진행되려면 16일 이내 확운위 소집돼 준예산 의결해야

지난해부터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부재한 상황이다. 작년 상반기 학생총회 이후 ‘새싹’ 총학의 회장단이 사퇴한 뒤 보궐선거가 공언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후보자에 지원하지 않았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모집 공고를 통해 지원한 조정래(생물교육‧15) 학우 한 명이 비대위장을 맡고 인원을 충원하며 비대위 체제로 학생자치가 운영돼왔다. 조정래 학우를 뒤이어 이재경(화학교육·16) 학우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새내기배움터와 학교잠바(이하 학잠) 신청 등의 업무를 진행했고 3월초 사퇴해 현재 대표자는 공석이다.
3월 6일, 선거관리위원회는 총학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자 22일까지 모집 기간을 연장했고, 이때에도 지원자가 없어 선거는 무산됐다. 총학생회칙 제49조에 따라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27일, 비대위 위원 선출을 공고했고 오는 10일까지 기간을 연장해 지원자를 받고 있는 중이다. 중운위 의장 박형규(기술교육‧15) 학우에 따르면 8일 기준, 7명의 학우가 비대위원에 지원했다. 이들 지원자 중 비대위장이 선출되고 비대위 체제가 성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 총학이 서지 않는 대학가의 모습
대학의 총학생회는 모든 대학에 공통적으로 존재해 학생 자치의 기본 단위일 뿐 아니라 산하에 여러 자치기구를 두어 규모 역시 가장 크다. 또한 총학은 전체 학생의 대표기구로서 학생의 의사를 대변해 대외적으로 학생의 입장을 강력히 표명하는 힘이 있다.그러나 대학가의 학생 자치는 점점 그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연세대는 올해 56년 만에 총학이 부재한 상태이며 서강대는 지난달 재선거를 했지만 후보자가 한 명도 없었다. 숙명여대는 총학 후보자의 추천인 서명수가 모자라는 등의 이유로 2년째 총학을 꾸리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외대와 서울여대도 후보자를 내지 못했다.
우리학교 역시 2013년과 2014년 두 해 동안 총학이 부재해 학교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에는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스펙 쌓기’에 집중하려는 학생들의 태도가 주원인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개인의 장래가 불안정한 현실에서 특정 집단의 대표자로서 단체의 이익을 도모하고 품이 많이 드는 사업을 기획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한편 학생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거나 학생의 입장을 내세워야 하는 경우, 공식적인 학생대표기구의 부재는 학생들의 의견 표명에 있어 한계를 보이게 된다.
이번 박성민 사무국장 발령 건과 관련해서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학생들의 집단행동은 학생 전체의 의결을 거쳐 선출된 총학의 이름이 아닌, 확운위 산하 사퇴촉구위원회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총학생회’가 아닌 ‘사퇴촉구위원회’라는 명칭은 대외적으로 학생 의사 대표성을 내세우는 데에 있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단체 행동 초기, 역사교육과에서 집회를 기획하고 인원을 결집했던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학생의 의견을 내세워야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총학이라는 공식 창구에 당위적인 행동을 요구할 수 없고, 자율적인 일부 집단의 행동이 있기를 바라야 한다.

◇ 현재 계류 중에 있는 사업, 16일 이내에 확운위서 준예산 의결 시 선(先) 집행 가능
총학생회칙 제116조에 따르면 총학의 예산은 매 학기 개강 후 1개월 이내에 중운위에서 편성해 확운위에서 심의한 뒤 학생총회에서 의결해 집행이 이뤄진다. 그러나 학생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총학이나 비대위가 없어 지금껏 예산안은 의결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규찰대 모집과 학잠 추가 신청, 대동제, 졸업앨범 등의 학생사업은 계류 중에 있다.
학생복지위원회(이하 학복위)의 경우 신입위원 모집 포스터, 농촌활동 자료집 등의 출판 비용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험기간 커피나눔 사업이 학생복지위원장 이민아(역사교육‧16) 학우의 사비로 진행되고 있다. 소요된 비용은 차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인준 받은 새로운 비대위장이 학생총회를 열어 예산안이 의결되면 학생회비에서 환급받을 수 있다.
이민아 학복위장은 “올해는 커피 나눔 사업을 사비로 하다 보니 한계가 있어 작년보다 믹스커피 수량을 반으로 줄였고 그 대신 작년 말에 실시한 설문조사와 학복위원의 건의로 차의 종류를 다양화했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으로 총학이 서고, 총학이 개최한 학생총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돼 집행이 가능했다면 더 많은 커피와 차 등의 간식이 학우들에게 제공될 수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한편 학칙 제119조에 따르면 개강 후 45일 이내에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은 경우, 전년도 사업에 한해 확운위 재석단위 2/3 이상의 찬성을 받아 준예산집행이 가능하다. 새로 선출된 비대위장이 학생총회를 열기 전에 확운위의 의결만으로도 일부 사업에 대한 예산집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학생총회는 2400여 명의 학부생 전체 인원 중 1/4인 600여 명의 정족수가 채워져야 개회되는 반면 80여 명의 인원으로 개회될 수 있는 확운위 회의는 상대적으로 개회가 쉬워 예산 집행이 시급한 지금 상황에서 값진 기회다.
다만 확운위 소집은 학칙 제32조에 따라 총학생회장단이나 총학을 대신하는 비대위에게 그 권한이 있어 비대위원장의 인준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대위원장의 인준은 단과대학학생회장단, 과학생회장단, 각 과 학년대표 1인, 동아리연합회장단 소속 분과장 등의 학생대표로 구성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맡는다. 개강 후 45일째인 4월 16일이 일요일인 것과 중간고사로 인해 구성원들의 모임이 그 주 주중에 어려울 것을 감안한다면 시험이 끝나는 오는 14일 금요일이 전학대회를 열어 비대위원장을 인준할 적기가 된다.

우리학교 총학생회칙 전문에는 “한국교원대학교 학생회는 학문 사상의 자유를 영위하며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교육을 실현하고 나아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 건설을 목표로 활동한다”고 명시돼있다. 학생자치를 펼치기 어려운 토양임에도 불구하고 대학문화를 꽃피우고 사회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학우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고 관심을 보이는 학우들이 있다면 개개인이 당면한 사회 문제의 해결에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올해 비대위 구성을 시작으로 학생자치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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