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권나영(영어교육·23)
최근 사회적, 정책적, 그리고 교육 환경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대한민국 초등교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 내용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교직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저마다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이 무수하다. 각자가 겪는 어려움은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큰 공감을 하며 위로를 얻는다. 학생 및 학부모와의 갈등, 과중한 업무 부담, 경악스러운 교권 침해 사건,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들을 겪으면서 초등교사들은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
교직의 어려움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교사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나는 스스로 직업 만족도가 매우 높은 교사 중 한 명이라고 자부한다. 교사가 되어 힘든 순간도 많았고, 교직에서 마주한 어려움으로 몸도 마음도 아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초등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에게 교사라는 직업의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교사를 때때로 힘들게 하지만, 동시에 교사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아이들이 참 사랑스럽다. 교사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대부분을 아이들과 함께 보낸다. 교실에 들어서며 담임 교사인 나에게 활짝 웃으며 해주는 아이들의 인사가 반갑고, 관심받고 싶은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 나에게 던져지는 관심 가득한 질문이 고맙다. 내가 교직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나에게 사명감을 주고 보람을 느끼게 한다. 그 어떤 직장에서, 누가 나를 이토록 반기고, 진심으로 대해줄까? 딱딱하고 평면적인 모니터 화면이 아닌, 생동감이 넘치는 아이들은 마주하며, 교사는 매일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교사라도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교사의 역할을 해내는 것은 절대 쉽지 않고, 매일 같이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에 휘말린다. 학생들의 악의적인 언행으로 상처받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
나 역시 이러한 어려움을 겪었고 교직에 대한 큰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신규 교사 시절, 교직 인생에서 한 번 만날까말까 한 정말 어려운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처음 담임 교사가 되어 4학년 학급의 담임 교사가 되었을 때, 우리 반으로 전학을 온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초등학생이 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없는 거친 폭력행위를 한 가해자였고,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아 우리 학급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전학 온 그날부터, 그 학생은 온갖 방법으로 교사인 나와 학급 친구들을 괴롭혔다. 수업 시간에 교실을 무단으로 이탈하는 것은 물론, 나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막말을 퍼붓고, 심지어 성희롱과 폭력까지 행사했다. 그 학생의 악행은 상상을 초월했고, 나는 담임 교사로서 무력감이 더해졌으며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마치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폭풍우 속 작은 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교실을 겨우겨우 붙잡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학생의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면서 나는 그 아이가 폭력적이고 무관심한 환경 속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사인 나도 정말 힘들었지만, 그 아이를 탓하고 비난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가 처한 환경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 경험은 나에게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교사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나에게는 끔찍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나를 더욱 성장시켰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며, 그들의 행동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학생의 문제 행동을 단순히 잘못으로만 치부하기보다는 그 아이의 아픔과 어려움을 들여다보고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교사가 학생 때문에 힘든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교사는 필연적으로 학생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에 함께 마주해야 한다.
교직 생활은 여전히 순탄하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은 나에게 큰 보람과 깨달음을 준다. 아이들은 여전히 유약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반짝이는 눈망울은 나에게 힘을 주고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교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책임을 가져야 한다. 비록 힘든 순간이 있더라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교사가 되고 싶다. 모든 아이는 사랑이 필요하고,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햇살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작은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