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진짜 가치는 사랑과 애정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데 용기를 주고 같이 성장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가족의 진짜 가치를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가족이란 도구적 존재, 수단적 존재가 아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버팀이 되어주는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호 교수의 서재에서는 가정교육과 최새은 교수와 함께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읽으며 우리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뒤흔들어 보자.

가정교육과 최새은 교수 (사진 / 최새은 교수 제공)
가정교육과 최새은 교수 (사진 / 최새은 교수 제공)

 

Q. 교수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앤드루 솔로몬이 쓴 부모와 다른 아이들입니다.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어서, 그 두께에 압도되어 쉽게 들춰볼 용기가 나지 않는 책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자의 목소리가 많이 담겨있는 서문과, 첫 장, 마지막 장, 그리고 관심이 가는 소제목이 있다면 한두 개 정도 선택하여 읽어도 충분히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 표현 중에 ‘The apple doesn't fall far from the tree’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 속담 중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같은 것일 텐데요. 자녀는 부모를 닮는다는 맥락에서 주로 쓰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원제는 Far from the tree입니다. 통념과 달리 부모라는 나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거지요. 저자는 장애인, 범죄자,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자녀를 둔 가족 300가구 이상을 인터뷰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정상성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읽게 되셨나요?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국내에 처음 번역되었을 때 인터넷 서점에서 제목을 보고 나니,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샀던 책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전 생애에 걸친 인간 발달과 가족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이라서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 가족, 아동, 발달, 성장과 같은 키워드가 들어가는 신간이 나오면 챙겨 보려고 노력하거든요. 앤드류 솔로몬의 이전 작품인 한낮의 우울도 워낙 평이 좋았고, 그의 필력을 알고 있던 터라서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바로 사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Q.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생각이든 기분이 든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에 균열을 만들어 내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은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을 뒤흔드는 책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전 생애에 걸친 인간 발달과 친밀한 관계를 공부하는 사람이어서, 개별성과 다양성에 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읽으면서 나의 시선이 가진 협소함을 만나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만약에 청각 장애가 있는 어떤 사람을 들을 수 있도록 해준다면 과연 우리는 그 사람에게 더욱 완전한 자아를 갖도록 해준 셈일까? 그 사람의 온전한 상태를 위태롭게 만든 것은 아닐까?”와 같은 식의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우리는 어떤 특정한 상태를 폄하할 때 흔히 질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똑같은 상태이지만 인정하는 마음이 있을 때는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하면서요. 이런 질문을 저 스스로 던져보게 된 것이 이 책이 저에게 미친 제일 큰 영향 같습니다.

 

Q.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또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제 연구 분야를 소개할 때, ‘팔을 뻗어 닿을만한 거리에 있는 관계에 대해 공부한다고 종종 설명합니다. 연인, 친구, 부모, 자녀, 가족들이 주로 그 정도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지요. 팔을 뻗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니 서로의 온기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사이이고, 필요할 때 꼬옥 안아줄 수 있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팔을 뻗어 닿을만한 거리에 있다는 것은 화가 나면 주먹을 뻗어 다칠 수 있게 하는 거리이기도 하거든요. 가족은 가장 큰 이기도 하고 가장 큰 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와 다른 아이들에게서도 이러한 점을 느끼게 해주는 문장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가족은 차이를 둘러싼 관용과 불관용의 시험대이며,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이런 과정이 강조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시급한 장소이다와 같은 문장이요. 가족인데도 이해가 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래서 자식을 사랑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라는 문장도 있어요. 결국, 가족 안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관계가 아니라 온기가 있도록 곁을 주는 관계, 필요할 때 안아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어렵지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Q. 이 책을 추천해 준다면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앞에서 말하지 않았던 인상적인 구절 중에서 모든 양육은 두 가지 행위를 포함한다. 첫째는 자녀를 변화시키는 행위다. 둘째는 자녀를 지지하는 행위다라는 것이나, ‘부모가 자녀를 고통에서 구원해 주고자 하는 바람과 부모 자신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 이는 언제나 가장 중요하면서도 불가능한 일이다와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아니더라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면 이 문장에서 자녀 대신 학생을, 부모 대신 선생님을 대입해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되는 문장일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메시지에 완전하게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물학적 부모가 아니더라도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다음 세대를 키우는 사회적 부모 됨역할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사회적 편견이나 다양성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읽어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저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독서법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직 자기만의 방법이 없다면 학부 시절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책을 읽어보며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쉽게 넘어가는 책도 읽고, 깊게 오래 보는 책도 읽고요. 다독도 좋고, 발췌독도 좋습니다. 그렇게 학부 시절을 보내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독서 방식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한테 맞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는 믿음으로 부담을 갖지 않고 읽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부담이 된다면 책이 재미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저의 경우에는 학부생 때에는 소설을 주로 읽었던 것 같은데 다독을 하려고 애썼어요. 그리고 최대한 다른 문화권 책을 접해보려고 노력했고요.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들이 생기고, 좋은 책을 추천받거나 고르는 눈도 생겨 독서 자체를 진심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소설이나 인문사회과학 도서 외에 시를 꾸준히 접했어요. 이건 대학교 때 교수님 중 한 분이 저희에게 서점에 가면 시집은 하나씩 꼭 사서 나오라고 하셨거든요? 인터넷에 떠도는 시 구절 인용하지 말고 서점갈 때마다 그냥 나오지 말고 꼭 시집을 한 권씩 사라고요. 그냥 어쩐지 그날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서 언젠가부터 서점에 가면 눈에 띄는 시집 한 권씩 사 읽곤 했습니다. 이해가 잘 안되더라도 마음에 드는 제목, 마음에 드는 한 두 편의 시만 있어도 충분히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시인을 곡비(哭婢)라고 하잖아요. 다른 사람의 슬픔을 제일 먼저, 제일 앞에서, 제일 슬피 울어주는 사람이라서요. 그래서 시를 읽다 보면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이를테면 다문화 감수성이나 성인지 감수성처럼 다름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최근에 읽었던 시집 중에서는 고명재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과 창비 500번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 무척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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