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5월, 처음으로 신문사실 문을 열고 들어왔던 순간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만 진행되어 오던 발행이 다시 대면으로 재개되었던 때였다. 경험도, 아는 것도 없었던 나는 신문사실 구석에 앉아서 선배 기자들이 능숙하게 일하는 모습을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거슬러 가보자. 나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인 2월에 면접을 보고 학보사 기자가 되었다. 그때의 내가 어떤 마음으로 호기롭게 신문사에 지원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확실한 건 그때의 나는 ‘한국교원대신문’이라는 이름이 내 대학생활에서 이토록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나의 신문사 면접 영상을 다시 보았다. 그동안은 낯부끄러워 차마 보지 못했지만 약 2년 반 전의 나는 어떤 생각으로 신문사에 들어왔는지 궁금해졌다.
“저는 한국교원대학교 신문사에 저보다 글을 잘 쓰는 기자분들이 훨씬 많으실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신문사에 들어가서 유래가 없던 엄청난 기사를 써보겠다는 말씀도 솔직히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3년 동안 보고 배웠던 것처럼 정성이 있는 기사, 진심이 담긴 기사를 쓰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습니다.”
난 이런 마음으로 신문사에 들어왔다.
**
2023년, 한국교원대신문의 편집장이 되었던 해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서툴렀다. 격주마다 반복되는 발행 과정을 이끌어 가는 일도, 사람들을 대하는 일도, 그리고 나 스스로를 돌보는 일도 어느 것 하나 요령이 없었다. 그저 부딪히고, 또 부딪히면서 하나하나 배워 나갔던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나의 그 모든 시행착오들을 함께 겪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우리 기자들이다. 그때 나는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조직 전체가 함께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어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 일 없는 척, 괜찮은 척을 하느라 용을 썼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잡아준 것은 항상 기자들이었다. 나도 모르게 정말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며칠 밤을 새 발행을 마치고 기자들과 함께 했던 술자리, 신문사실에서 나누던 소소한 농담들과 응원들이 그때의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
***
그동안 수습기자 교육이나 합숙에서 ‘기자칼럼은 유일하게 기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면’이라고 말해왔지만, 정작 나는 단 한 번도 신문에 내 이야기를 실은 적이 없었다. 별 특별한 게 없는 내 일상이 신문에 실을 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교원대신문 기자로서 마지막으로 쓰는 글인 이번 호 기자칼럼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
누구나 자기 삶에서 자신이 가장 반짝였던 순간이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 스물두 살의 나에게는 신문사에서 있었던 2년 반의 시간이 그런 순간들이었다. 한때 내 대학생활의 전부이자 자부심이었던 한국교원대신문을 떠나며, 한동안은 알 수 없는, 후련하면서도 조금은 허전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 같다.
2022년 3월 14일에 발행된 나의 첫 신문 464호부터, 2024년 5월 27일에 발행되는 495호까지. 올봄에 있었던 호외 7호까지 포함하면 2년 반 동안 서른두 호의 신문을 펴내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바로 한국교원대신문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보사는 기자를 업으로 삼고 있지 않은 열 명 남짓의 대학생들이 모인 단체이다. 각자의 학업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면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번거로운 과정을 해낼 수 있는 건 기자 한 명 한 명이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신념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신념들이 모여 매 호 더 나은 신문을, 더 나은 신문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을 나는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덕분에 나는 조금의 걱정도 남겨두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신문사를 떠난다.
마지막으로 신문사에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의 얼굴을 한 명씩 떠올려 본다.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알려주었던 재혁이 형과 선배 기자들, 오랫동안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동기 솔이 누나와 승수 기자님, 발행마다 신문사실에 오는 것을 즐겁게 해주었던 경훈이, 예린이, 고은이, 진희, 신영이, 또 신문사의 미래를 이어가 줄 세민이와 후배 기자들까지. 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한국교원대신문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한국교원대신문이 언제나 지금처럼 대학언론으로서 자리를 지켜주길. 기자들이 일에서 신념과 행복을 잃지 않길. 이 작은 소망들을 글의 말미에 남겨둔 채 이제는 인사를 건넨다. 한국교원대신문,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