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나 빛누리초등학교 교사
삶은 우리가 살아가며 하나씩 맞추어 가는 거대한 퍼즐이다.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만나게 되는 교사들 또한 학생들의 삶이라는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인 것이다. 슬픈 일이지만, 우리가 만나는 학생들의 삶의 퍼즐은 종종 어렵고 상처받은 조각들로 가득 차 있다. 그중에는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아 어른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불안으로 가득 찬 삶을 살거나 부모님의 부재, 가정 내 폭력, 경제적 어려움 등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에 방해가 되고 그들에게 심리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것은 교사로서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나에게는 특별히 신경 쓰이는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초등학생 6학년 또래 아이들보다 유난히 키가 크고 덩치가 컸다. 가정 상황이 복잡하고 보호자의 돌봄이 여의찮아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가출하기도 하였으며, 형들을 따라다니면서 담배를 피우고 심지어 오토바이까지 타고 다니던 아이였다. 그리고 그는 공부 관련 학원에 다닌 적도 없고 스스로 공부하는 경험이라곤 가져본 적도 없어선지 학습 습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서 학습 능력도 많이 부족하였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늘 멍하게 있기 일쑤였다. 그래도 학력 향상 반을 신청해서 불성실하지만, 공부하려는 의지를 보였고 나름대로 자신의 환경과 상황에서 이겨보려고 노력했던 아이였다.
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던 나는 이 학생과 함께 몇 가지 교육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경험도 함께했다. 교육복지 사업을 신청해서 문화 체험 및 클라이밍이나 볼링 등 스포츠 활동을 하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함께 마라탕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마트에 가서 필요한 것을 사주기도 했다.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는 담임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었고,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학급 친구들과 관계가 좋아지며 조금 더 성실한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는 중에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는 자신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운동선수가 되는 꿈을 키우며 하교 후 교실에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체육 특성화 중학교 입학을 위한 체력 시험에 통과해서 희망하는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는 힘든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전학을 가게 되었다. 이는 나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었지만, 이것이 이 학생의 여정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 경험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때로는 나에게 상처와 실망을 안겨줄 수 있지만, 그 안에는 항상 희망과 성장의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 희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늘 아이들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나는 올해도 새로운 학생들을 만났으며, 나와 함께 하는 학생들 모두에게서 빛나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퍼즐의 한 조각이 되어, 우리는 더 크고 멋진 그림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