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숲의 향 내음을 맡으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산책을 하면서 마음속에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기도 하며,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잠재우는 등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사람마다 여유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고 나는 그중에서 산책을 택한 것이다. 여유의 의미는 무엇일까? 여유(餘裕)의 사전적 정의는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현재 우리는 차분하거나 느긋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을까?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상황 속에서 그러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잠깐의 산책으로 여유를 즐기려고 노력한다. 우리학교는 특히나 산책로가 근처에 잘되어 있어, 평소보다 자주 산책할 수 있어서 좋다.

그렇다면 내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산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 보면 아쉬움인 것 같다. 3 시절 앞만 보고 달려온 는 계절이 바뀌는 지도 꽃이 피고 지는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그게 아쉬웠던 나는 재수 시절엔, 일요일마다 주변을 둘러보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집 앞 탄천을 걷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른 동네에 가기도 하고. 뒷산에 있는 산책로를 걷기도 했다. 이 시간을 통해서 나는 공부에 지친 자신을 위로하며 몸에 자연의 기운을 넣어 풍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시간 덕분에, 내가 재수를 하면서 우울하지 않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험생활은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리고 재수, n수는 그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부담감이 더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 친구들은 나에게 하경아, 넌 왜 매번 즐거워 보여? 현역도 아니고 재수 생활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어?”라고 묻기도 했었다. 이런 질문에 나는 여유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매번 답했던 것 같다. 나는 1년이라는 시간이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했고 현역과는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을 믿으니 자연스럽게 마음에는 여유가 생겼다. 일요일마다 공부를 잠시 멈추고,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여유를 즐긴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여유가 있다면 힘들고 긴 시간일지라도 고통 없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현재 우리는 여유를 느끼고 살아가고 있나?’ 아니면 시간 속에 갇혀 살고 있지는 않은가?’, 현재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잠에 쫓기고, 과제에 쫓기고, 수업에 쫓기고, 시간 안에 갇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수업이 없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 잠을 자거나 넷플릭스 보기, 혹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절대 이런 시간이 불필요하다거나 쓸모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작든 크든 자극을 요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진정한 여유를 누리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학교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의 방법에는 내가 주로 하는 산책이나 혹은,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거나, 밤하늘에 광활한 별을 담은 공간을 보고 평화로운 햇빛에 닿은 꽃을 보는 것들이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런 행위들이 처음에는 막연하게 느껴지고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해본 사람은 알듯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 혹은 자주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뼛속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유는 무언가를 원하는 상태, 기다리고 추구하고 의미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충만함을 느끼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여유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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