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아(영어·22) 학우
교육실습을 할 때의 경험이다. 두 명의 남학생들이 수업 도중 태블릿 PC로 칠판을 찍는 척하며 한 여자 선생님의 사진을 몰래 찍었다. 수업을 하고 계시던 선생님의 찰나의 얼굴이 찍혀 사진 속 선생님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하고 계셨다. 이것이 그들에게는 웃기게 느껴졌는지 선생님의 사진을 태블릿 PC 바탕화면으로 설정해 놓고 낄낄거렸다. 학생들끼리 장난을 치고 있는 줄 아셨던 선생님은 아이들 쪽으로 다가와 수업에 집중하라 말씀하시려다, 자기 얼굴이 아이들의 태블릿 PC 바탕화면으로 설정된 것을 발견하셨다. 그때 이후, 선생님은 충격을 많이 받으셨고,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이 무섭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이 두 명의 아이들 주변에는 다른 학급 친구들도 있었고, 주변 아이들도 두 학생이 하는 행동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그 아이들에게 왜 그 친구들을 말리지 않았는지 물었을 때, 그 아이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고 답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담임 선생님께서 이 아이들을 불러 훈육하실 때, 그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크게 혼내시기 위하여 말씀하신 것은 “너희, 생기부(생활기록부)에 다 적을 거야.”였다.
비록 교육실습생이었지만, 이 일을 통해 나는 ‘공감 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공감에 대해 “선한 행동은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오는 일이며 악한 행동은 고통을 야기한다. 우리가 타인의 기쁨과 고통을 생각하는 일은, 공감이라 할 수 있다.”라며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고려가 공감의 기초라 말했다. 즉, 도덕적 판단의 시작도 공감이라는 것이다. 한자로 ‘같은 감정’이라는 의미를 지닌 공감(共感)은 영어로는 다양한 단어로 표현된다. 공감으로 해석되는 단어 중 ‘sympathy’와 ‘empathy’를 살펴보면 sympathy는 ‘같이’라는 의미를 가진 ‘sym’과 ‘느낌’을 나타내는 ‘pathy’가 합쳐진 단어이다. 이때의 공감은 나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느낌을 느낀다는 의미가 강하기에, 마치 내가 우월한 위치에서 상대방을 ‘동정’한다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empathy는 ‘안에’라는 뜻을 지닌 ‘em’이 결합 되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 직접 들어가 그 감정을 느낀다는 의미가 있다. 즉, 공감은 나와 다른 입장이더라도 그 다름을 전제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기꺼이 나를 투영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과연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 상대방의 입장에 서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들에게 충분히 주어지고 있는지 더욱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요즘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소셜미디어가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학습해 사용자에게 비슷한 콘텐츠나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 할수록 관심 분야뿐 아니라 이념 성향까지도 자신과 같은 입장을 가진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의사소통을 더욱 원활하고 사회구성원 간의 공론장을 형성하기 위한 도구인 소셜미디어가 오히려 정치, 사회적으로 더 양극화시키고 사람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편 가르기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대학 입시를 위해 성적뿐 아니라 학교생활이 전반적으로 기록되는 생활기록부의 위상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따라,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보다 내 것 먼저 챙기자는 마음가짐, 자신에게 불리할까 하여 마땅히 씩씩하게 화내야 할 곳에 몸을 사리는 태도들이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공감 교육이 꼭 필요하다. 끊임없이 학생의 공감 능력 신장에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이를 위한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 공감 교육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실행키 위해 필요한 이론적 토대를 튼튼하게 마련해 다양한 교과/비교과 수업 속 공감 교육을 꽃 피워야 한다. 또한,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감을 체험하고 공감 능력을 기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공감은 타고난 능력이나 감각이 아닌 학습이 필요한 영역이다. 진정한 공감 교육을 통해 학교를 넘어 미래 사회까지 이어지는, 서로를 향한 사려 깊은 이해의 어울림이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