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제도 개선을 통해 사교육 카르텔 근절해 나갈 것”

202211월에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이 한 사교육 업체의 모의고사 지문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후, 감사원과 교육부의 조사 결과 많은 현직 교사들이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의 유착 관계 즉, ‘사교육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 문제 유출을 넘어 각종 범죄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교육부는 지난 28수능 출제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사교육 카르텔 해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의 방식과 같은 가이드라인 차원에서의 해결책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사교육 카르텔 논란에 불을 지펴

202211월에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은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캐스 선스타인이 출간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는 3점짜리 문항이다. 하지만, 수능이 끝난 이후, “해당 지문이 대형 입시업체의 유명 강사 조씨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일치한다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지문 판박이 의혹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 사교육 카르텔이 발견됐다

감사원은 수능 영어 23번 문항의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감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능 출제 참여 교사 EBS 수능 연계교재 집필 참여 교사 사교육 업체 간의 문항 거래 및 유착 관계가 적발된 것이다. 사교육 카르텔 의혹과 관련하여 교육부에서도 지난해 9월 한 현직 교사로부터의 자진 신고를 받아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출제 예정 문제를 판매한 수십 명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 및 비밀유지의무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계속되는 감사원과 교육부의 수사 과정에서 점차 수사 대상이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자, 감사원은 문항을 거래하고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되는 교원들을 대상으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라고 발표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일부 교사들, 문제 공급 조직 만들고 탈세·리베이트 동원 단순 문제 유출보다 심각해

감사원의 감사에서 적발된 교사의 대부분은 사교육 업체와의 거래 사실을 숨긴 채 수능 출제나 EBS 교재 제작에 참여했다. 일부 교사는 수능이나 모의고사, EBS 문제집 출제 경력이 있는 다른 교사들을 모아 문항 공급 조직을 만들었다. 한 사례로는 특정 조직에 무려 35명의 현직 교원이 참여했고, 20억 원 가까운 금액을 받아 나눠 가진 것이 밝혀졌다.

문제는 해당 조직들이 단순 유출에만 그치지 않고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 사용 배우자 명의 출판사를 이용한 세탁 문제를 넘겨주지 않은 교사에게 출제비를 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리베이트 교사에게 거짓 답변을 요구하는 증거 조작 등의 온갖 범죄를 동원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이에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의 문제 거래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전국에 배포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2016년에도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가이드라인 제시만으로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일각에서는 문제 거래를 금지하는 법 조항이 신설되어야 한다라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 수능 출제 공정성 강화방안발표 수능 출제진 무작위 선정이 핵심

지난 28, 교육부는 2025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부터 적용될 수능 출제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서의 2가지 중점은 수능 출제진 무작위 선정사설 모의고사 전면 검토이다. 무작위 선정 방식의 경우, 기존에는 EBS가 추천한 위원들 중 출제진을 섭외했으나 올해부터는 내부 전산 시스템을 통해 무작위로 선정할 예정이다. 평가원이 출제위원의 5배수를 인력풀 중에서 무작위 추천하고, 여기에서 다시 무작위로 순위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인력풀은 교육청과 대학 등 기관의 협조를 받아 출제위원 자격을 갖춘 신규 인력을 사전 검증해 구성한다. 평가원 내에서 자의적인 출제위원 선택이 이뤄질 수 없도록 하는 취지다.

이에 더해, 교육부는 이전까지는 사설 모의고사에 대한 감시가 핵심 업무가 아니었다면 올해부터는 수능 바로 직전까지 가능한 모든 사설 모의고사를 입수해 수능에서 유사 문항이 나오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기존에 문항 오류에 대해서만 이뤄졌던 수능 이의 신청은 올해 모의평가부터 사교육 연관성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8수능 출제 공정성 강화방안발표 자리에서  “제도 개선을 통해 수능 출제진과 사교육 간 카르텔을 근절해나갈 것이다라며, “올해도 변별력을 확보하면서도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공정 수능 원칙을 유지해 수능 신뢰도를 회복하겠다라고 밝히며 사교육 카르텔 근절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사교육 카르텔 근절 노력에도,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의 유착 관계는 계속되었다. 심각성을 인지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엄격한 재발 방지와 처벌이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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