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분들에게 전체적으로 조금 죄송한 표현이지만, 이런 것(글로컬대학30 사업)보다는 학업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되기 때문에 관심도 자체가 조금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러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14일,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신청 추진안에 대한 의견수렴 및 공개 토론회’에서, 김종우 총장이 지난해 12월 진행된 글로컬 사업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학부생의 반대 의견이 높은 것과 관련하여 직접 한 발언이다. 해당 발언을 공청회 현장에서 들었을 때 나는 충격적이었다. 학부생인 나는 해당 발언이 글로컬 사업과 관련한 학부생들의 높은 반대 의견을 그저 관심도가 떨어져서 그렇다는 이유로 묵살시켜 버리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종우 총장의 발언이 무색하게 학부생들의 관심은 학업에만 치중되어 있지도, 학내의 사건·사고에 그저 무관심하지도 않았다. 공청회가 끝난 이후, 학부생들은 분노했다. 글로컬 사업이 학부생들의 논의나 의견수렴 없이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교원문화관 앞에 학잠을 놓는 ‘학잠 시위’, 대학본부 앞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적어 붙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부생들은 목소리를 내었다. 결국 학부생들이 만들어 낸 목소리가 닿았다. 지난 19일, 김종우 총장은 현재의 글로컬 사업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계단을 가득 메운 학잠, 대학본부 문 앞에 붙여져 있는 포스트잇, 그리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가득 모인 사람들까지…… 지난 일주일 동안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모여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학부생으로서 당당히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경계해야 하는 부분 역시 존재한다.
냄비근성, 어떤 일에 금방 흥분하다가도 금세 가라앉는 성질을 냄비가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모습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글로컬 사업이라는 주제에 빠르게 끓어올랐다. 하지만 글로컬 사업 논의가 중단된 지금, 우리의 목소리가 ‘냄비근성’이 되지 않으려면 그저 단순히 금방 식어버려서는 안 된다. 글로컬 사업에 대한 논의 역시 추후 재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며, 이때는 현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권리는 스스로 찾는 것이다. 학부생의 권리 역시 우리가 찾아야 한다. 이틀 뒤(3/27) 학생총회가 개최된다. 지난해 하반기 학생총회는 최종 참석 인원이 약 170명으로 정족수보다 200명가량이 부족하여 무산되었다. 학생사회 최고의결기구인 ‘학생총회’에서 학부생으로서 권리 보장을 위해, 더욱 민주적인 학생사회를 위해서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 내보는 건 어떨까.
우후지실(雨後地實),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그간의 어려움을 겪은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많은 문제가 비처럼 쏟아졌지만 우리는 잘 이겨내 왔다. 이제는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모았던 능력을 다시 발휘할 때다. 학교를 움직이는 건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관심에서부터다. 우리학교의 학부생으로서 당당히 목소리 내며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작은 관심을 기울여 보자.

